무장해제
세상에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감각들이 있다. 내게는 아이를 품에 안는 순간이 그렇다. 아이를 안고 있으면, 내가 아이를 안아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아이에게 온전히 안기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내 팔이 아이를 감싸고 있지만, 정작 마음 전체가 포근하게 감싸이며 무장해제되는 쪽은 나다.
아이들을 품에 넣고 한참을 가만히 있는다. 그리고 아이들 저마다의 고유한 냄새를 깊게 들이마신다. 첫째에게서 나는 냄새와 둘째에게서 나는 냄새가 다르지만, 그 모든 냄새는 신기하게도 내 마음을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앉게 한다. 요동치던 마음이 비로소 안정을 찾고, 세상의 소음이 멀어지는 정적의 시간. 그 냄새 속에 파묻혀 있을 때 나는 비로소 숨을 쉬는 것 같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이토록 따뜻한 체온과 이토록 평온한 안정감은, 그동안 참 시리게 살아왔던 나 자신에 대한 보답일까, 아니면 삶이 뒤늦게 건네준 선물일까.
돌이켜보면 참 시린 시간들이 있었다. 스스로를 돌볼 줄 몰랐고, 늘 무언가를 견디며 내 마음의 온기를 나누어주기만 했던 날들. 그때의 나는 얼마나 누군가에게 이토록 온전히 안기고 싶었을까. 이제야 나는 내 아이들을 안아줌으로써, 그때의 그 작고 외로웠던 나를 소환해 함께 안아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의 등을 토닥이는 내 손길은 사실, 과거의 나에게 "고생했다, 이제는 괜찮다"라고 건네는 위로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도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다. 아이들의 숨소리, 나를 부르는 목소리, 그리고 품 안에서 느껴지는 규칙적인 심장 박동.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는 사실이 때로는 믿기지 않을 만큼 벅차오른다. 시렸던 계절을 지나 도달한 이 꿈같은 하루들이 너무나 소중해서, 나는 자꾸만 아이를 더 깊이 끌어안게 된다.
아이를 안는다는 것. 그것은 나를 괴롭히던 시린 기억들과 작별하고, 비로소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몸소 체험하는 신비로운 의식이다. 나는 오늘도 아이의 냄새를 맡으며 내 영혼의 빈틈을 따스한 온기로 채워 나간다.
오직 나만이 바라온 온기
따스한 체온이 닿을 때마다
시렸던 심장은 소리 없이 녹아내린다
선물처럼 찾아온 제2의 인생
미처 몰랐던 세상의 다정함
아이들의 순수한 살결 냄새
때 묻지 않은 맑은 영혼의 숨결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나를 향해 쏟아지는 지고지순한 애정
건네는 사랑은 그저 맑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