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사랑이 되돌아오는 시간

일곱 번째 생일인 둘째

by 해그해그


언제 이렇게 컸을까. 갓난아이 때의 보드랍던 살결은 어느덧 제법 단단해졌고, 행동 하나하나에서 대견한 남자아이의 기운이 느껴진다. 여전히 내 눈에는 품 안의 어린아이 같기만 한데, 한 살 한 살 쌓여가는 숫자를 마주할 때마다 아이와 나, 우리 가족이 함께 통과해 온 일 년의 무게가 피부로 와닿는다.


오늘 하루, 나는 아이들마다 품에 꼭 안아주며 고백했다. "우리 첫째, 둘째, 막내야.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맙다."


평소에도 자주 해주는 말이지만, 오늘은 왠지 마음의 온도가 달랐다. 특별한 날인 만큼 눈이 마주칠 때마다, 곁을 지나갈 때마다 사랑을 담아 열 번도 넘게 속삭였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내가 준 사랑보다 훨씬 더 크고 벅찼다.


"엄마, 엄마도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요!"


아이들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내 품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한 말을 장난스럽게 따라 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가만히 그 말을 곱씹어보니 깊은 울림이 있었다.


'그래, 내가 세상에 태어났기에 너희라는 소중한 존재들도 만날 수 있었던 거지.'


이토록 당연하고 기본적인 사실을 왜 잊고 살았을까. 아이의 생일을 축하해 주려다 오히려 내가 존재함의 소중함을 배우게 된다. 부모는 아이를 키운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아이들이 부모를 더 온전한 사람으로 성장시키고 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사랑은 일방향이 아니었다. 내가 건넨 "고마워"라는 씨앗은 아이들의 입술을 거쳐 "사랑해"라는 꽃으로 피어나 내게 되돌아왔다. 아이의 일곱 번째 생일, 나는 오늘 또 한 번 아이에게서 삶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귀한 진리를 배운다.


태어나길 참 잘했다. 너희를 만나기 위해, 이 사랑을 배우기 위해.




아이의 생일 케이크 위

촛불 하나 밝히려다

내 마음속에 환한 등불 하나


내가 먼저 이 땅을 밟았기에

너라는 꽃을 피울 수 있었음을

내가 먼저 숨을 쉬었기에

너의 첫울음을 안을 수 있었음을

당연해서 잊었던 기적을

네가 다시 가르쳐 준다


아이를 키우는 줄 알았으나

작은 손에 이끌려 걷는 것은 나

모난 마음을 둥글게 깎아내고

빈 가슴에 사랑을 채워 넣으며

너는 나를 비로소 '사람'으로 피워낸다


축하한다는 말 대신 고맙다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비추는 가장 맑은 거울이 된다


그래, 얘들아 너희를 만나기 위해

내가 이 세상에 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