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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헤어숍

커트, 두피 마사지 그리고 담배 냄새

by 버디나라 나홍석

오늘 미용실에 가서 커트를 했다. 와이프한테는 "머리 자르고 올게"라고 말했다. "미장원에 다녀올게"라고 할 수도 있었고, "이발하고 오겠다"라고 말할 뻔하기도 했다. 이제는 '미장원'이라는 말도 거의 쓰지 않고, '이발'이라는 단어는 너무 예스럽기까지 하다. 여하튼 집 근처에 있는 준*헤어에 갔다. 결제 문자를 보니 커트 주기는 대략 25일 정도다. 한 달이 넘으면 머리가 흐트러져 지저분해 보이고, 20일은 조금 이른 느낌이라 자연스럽게 25일 주기가 된 듯하다.


헤어숍에 도착하자 카운터에 있던, 오늘 내 머리를 맡을 디자이너가 친절하고 환한 미소로 나를 맞아주었다. 그 순간 늘 기분이 좋아진다. 내 옷을 받아주고 가운을 입혀준다. 대접받고 존중받는 느낌이다. 집에서나 사무실에서 언제나 내가 알아서 입지만, 누군가가 챙겨주는 느낌은 특별하다. 그래서 집에서 아이들 옷까지 챙겨줘야 하는 엄마들의 일상을 생각하면, 여성들이 헤어숍을 자주 찾고 좋아하는 이유가 이런게 아닌가 싶다. 헤어숍의 기본 서비스라고 생각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속된 배려를 권리로 생각한다는 말도 있듯이, 직원들의 배려와 서비스에 항상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고 싶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도 마찬가지다. 점원들은 고객들에게 '진실과는 다른' 다양한 칭찬을 곁들여 판매에 열을 올리고, 여성들은 그걸 알면서도 그 분위기를 즐기고 그만큼의 가치를 지불한다. 좀 비싸더라도 온라인 쇼핑몰보다 오프라인 매장을 가는 이유가 그러할 것이다. 좀 더 약은 이들은 백화점에서 충분히 즐기고 실제 구매는 오프라인에서 하기도 한다.


그리고 헤어숍에서는 머리도 감겨준다. 일부 저렴한 곳은 셀프로 하겠지만, 나는 직원이 머리 감겨주는 곳을 선호한다. 더불어 두피 마사지를 잘해주는 직원이 있다면 재방문 의사 백퍼다. 물론 헤어숍 본연의 업무인 커트를 잘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나에게는 머리감김과 마사지도 헤어숍 선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남의 손으로 깨끗하게 머리를 감고 두피를 마사지받으면 두피가 엄청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개운한 느낌과 함께 청량하고 시원한 콜라를 마신 느낌이랄까. 젊어지는 느낌까지 든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저번에 마사지를 잘했던 직원이 어째 보이지 않았다. 문득 그 직원에게 했던 말이 떠올라 마음이 걸렸다. 두피마사지를 할 때 서로의 얼굴이 꽤 가까워지는데, 그때 그 직원의 코에서 풍겨나오는 담배냄새로 인해 나로서는 매우 힘들었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마스크를 부탁했었다. 혹시 그 말이 컴플레인처럼 받아들여진 건지, 매니저나 다른 디자이너에게 전달된 건지 괜한 걱정이 들었다. 나는 분명 미소를 지으며 정중하게 부탁했는데도 말이다.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만 열라는 말이 떠오르며, 괜한 말을 했나 싶었다


그러나 만약 그 직원이 다시 나타나 마스크 없이 머리를 감겨주겠다고 했다면, 나는 아마 정중하게 거절했을 것이다. 담배 냄새는 내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견디기 힘든 자극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쩔 수 없는 문제인거다. 아니라면 내가 또 다른 헤어숍을 찾아야 하는데 그건 아닌것 같고, 그 직원이 자의로 나갔건 타의로 그만뒀건 나의 마음이 편하지 않은 건 확실하다. 사람과의 관계는 여러가지로 어려운 구석이 있다. 빨리 인공지능 기술이 더 발전해서 이런 건 휴모노이드가 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원하는 대로 요구해도 감정없이 충실하게 서비스 해주는. 아니다 기계에게 머리를 맡기는 건 위험한가? 에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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