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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대한 상념

돌아보는 것보다 바라보고자 한다

by 버디나라 나홍석

그토록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갔다. 너무 더워서 모기도 적었다고 하는 그 여름이. 이젠 완연한 가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주 출근할 때 아침 온도는 10도 전후였다. 자동차로 출근하는 나는 무릎 위 허벅지가 벌써 찬 기운에 쓸쓸함을 느낀다. 출근하며 무릎담요를 꺼내 왔으나 실제로 덮지는 않았다. 좀 더 버텨보았다. 차 내 히터를 켤 정도는 아니나 시트 열선은 자연스럽게 키기 시작했다. 핸들열선도 on. 그래도 한 겨울에 웬만하면 히터를 켜지 않을 생각이다. 히터를 켜면 너무 건조해져서 코도 막히고 감기에 취약하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구입한 차량용 가습기가 제 몫을 할 거다.


내가 좋아하지는 않는 가수 성시경이 얼마 전 유튜브에서 역시 내가 좋아하지 않는 말을 한 게 기억난다.

그가 말했다. "남자는 계단을 한 개씩 올라가는 순간 끝!!!". 성가수는 역시 밉상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는 그 뒤부터 계단을 마주할 때마다 한 칸씩 올라갈까, 두 칸씩 올라갈까 계속 갈등하고 있다. 또한 골프장의 파란 잔디는 5 18부터 10 26까지라고 한다. 더불어 그 기간에 남자라면 찬물샤워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올해 처음 10 26까지 하지 못했다. 지난주에 너무 추웠다. 아침기온 8도. 이건 인정해 줘야 한다.


회사에서 오전업무를 마치며 점심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가면서 현관 앞 느티나무의 잎들을 본다. 이제는 반이 노래진 걸 보며 한 해가 지나가는 걸 생각함은 자연스러움이다. 지난 봄과 여름을 추억하게 되고 아쉬움을 기억하게 된다. 한 해 마지막인 12월 보다 지금 시즌에 한 해를 더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직장인들에게는 평가의 계절이고 성과 마감의 시절이기 때문이다. 빠른 회사들은 벌써 조직개편과 인사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에게도 비슷할 거다. 11월 대입 수능시험이 이제 2주도 안 남았으니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성취의 계절이고 누군가에게는 회한의 계절인 거다. 잔혹한 계절이다.


김소월 님은, '가을에는 마음이 괜히 쓸쓸하다. 떨어지는 잎새 하나에도 그리움이 묻어나는 날이다.'라고 하셨다. 윤동주 님은,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을 두고 별 하나에 외로움'을 노래하셨다. 쓸쓸함, 그리움, 추억, 외로움이 가을을 표현하는 것일게다. 나는 돌아보는 것보다 바라보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잔혹한 가을을 이겨내고, 우리 함께 손을 녹이는 따뜻한 겨울을 기다리자.


(성시경 가수님. 가수님 곡들 다 좋아합니다. 모든 걸 다 가지신것 같아 부러워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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