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머릿말
나는 정치인이다. 15년을 전업 정치인으로 활동했다. 짧지 않은 기간 정치인으로 최선을 다했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돌이켜보면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40살에 도의원에 당선됐고 자치단체장 선거에 두 번 도전했지만 당선되지 못했다. 한번은 경선 1등을 했음에도 공천받지 못했다. 내 정치 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순간이다.
그렇게 15년 동안 전업 정치인으로 열심히 살았다. 단체장에 당선되지 못했지만 광역의원과 공공기관장을 지냈고 대통령직속 기관에서도 활동했다. 정당 활동도 왕성하게 하며 나름 인지도 있는 정치인으로 활동했다.
본격적인 서울살이를 서술하기 전에 나의 정치 인생을 밝히는 것은 철저히 생활인으로 활동하는 나의 모습을 더욱 각인시키기 위해서이다.
정치인 당시 나의 직함은 주로 의원, 대표, 원장, 위원장, 소장 등으로 웬만한 정치인이 받을 수 있는 상당한 호칭은 다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호칭들은 생활인으로 활동하는 중에는 심적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지.. 라든가 내가 이런 대접을 받고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자동반사적 자각이 수도 없이 뇌리를 울렸지만 새로운 일상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원칙을 넘어서진 못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나름 정치영역에서 한가닥 했던 50대가 서울살이를 하며 당하는 고된 분투기가 재미를 넘어 약간의 통쾌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한편으로는 서울살이에 지친 50대들에게는 공감과 수긍의 동질감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50대가 됐지만 서울살이는 충분히 실현가능한 현실이고 나이 먹고는 할 수 없는 불가능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다.
좌충우돌 50대의 서울살이를 바라보며 주저하는 많은 50대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용기를 내기 바란다.
50대는 저무는 인생이 아니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청년이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베이비붐의 마지막 세대인 이 땅의 모든 50대들에게 이 글이 공유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