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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50대 상경기

14.서울에서 알바하기 - 호텔

by 구호선

식당 알바를 하던 중 우연히 호텔 알바를 접하게 됐다. 보통 다른 알바들은 알바몬같은 알바사이트에 들어가서 찾아야 되는데 호텔 알바는 중계 업체가 있어서 업체 자체 연락망을 통해 각 호텔 일정에 따라 신청할 수가 있었다. 호텔 알바 역시 서울에서만 가능한 알바다. 엄청나게 많은 호텔이 서울에 있고 호텔마다 많은 수의 알바를 고용하니 가능하다. 이전에 호텔리어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됐는데(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호텔에서 일하면 멋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용산역에 위치한 드래곤 호텔로 주로 알바를 갔다. 드래곤 호텔은 딸과 함께 용산전자상가를 방문했을 때 지나가면서 보기만 했는데 호텔 이름이 드래곤이라 특이하기도 했고 워낙 규모가 커서 놀랐던 기억이 있었다.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아서 드래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호텔은 네 개 정도의 호텔 브랜드가 붙어 있었는데 모두 합치면 별이 19개라고 했다. 5성급 호텔 세 개, 4성급 호텔 하나가 나란히 위치하고 있는 셈이다. 드래곤 호텔에는 총 13개의 고급 식당이 위치하고 있어서 당일 현장에 도착해봐야 어디로 배치될지 알수 있었다. 호텔 알바는 홀 아니면 주방이었는데 홀은 이삼십대가 주로 하고 주방이나 주방보조는 나이가 있어도 상관이 없었다. 나는 주방과 홀을 번갈아 했다.


한번씩 김포공항 인근에 위치한 인서울27 골프장 내의 식당에도 설거지 알바를 가긴 했는데 거리가 멀어서 주로 드래곤 호텔로 지원했다. 인서울27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상당히 불편했고 오롯이 설거지에 올인해야 했지만 드래곤 호텔에는 설거지 아주머니들이 따로 있어서 일하기 훨씬 수월했다.

드래곤 호텔만 십회 가까이 갔지만 같은 식당으로 배치됐던 적은 거의 없었고 갈 때마다 다른 식당이라 조금 놀랐다. 뷔페. 중식당, 라운지, 일반 레스토랑 등 종류별로 없는 식당이 없었다. 고급 호텔답게 가격대도 상당히 비싼 식당들이었다.

호텔은 일반 식당 알바보다는 훨씬 수월했다. 직원 수가 많다보니 상당히 세분화되어 있었고 기본적으로 깔끔하고 수준이 있었다. 특별히 갑질을 하는 직원도 없어서 감정적으로 상처입을 일도 별로 없었다. 시급도 일반 식당보다는 약간 더 받을 수 있어서 일반 식당보다는 가능하면 호텔에서의 알바를 추천하고 싶다.

10월 5일은 잊을 수 없는 알바 날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주말이라 호텔 알바를 지원했고 그 날은 37층 라운지 식당에 홀 담당으로 배정되었다. 같이 배정됐던 20대 대학생의 말에 의하면 그 식당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서 일하기가 너무 쉽다고 했다.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순간 식당 매니저가 오늘은 단체 손님 방문으로 모든 좌석이 예약완료됐다고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참 바쁜 날 걸렸구나 생각했는데 단체 손님 예약의 이유가 바로 여의도 불꽃 축제였다. 드래곤 호텔에서 여의도 불꽃 출제가 정면으로 보였고 불꽃 축제를 보기 위해 드래곤 호텔은 전날부터 입추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 날이 여의도 불꽃 축제날이라는 것도 몰랐고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여의도가 바라다 보인다는 생각도 못했다. 그냥 알바나 하자고 갔는데 남들은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바라보는 여의도 불꽃 축제를 공짜로 볼 수 있었다.


손님들은 7시경 불꽃 축제를 시작하니 실내 등을 다 꺼달라고 요청해서 한 동안 일을 하지 않고 같이 불꽃축제를 구경할 수 있었다. 하필 이날은 스카이라운지에 배정 돼서 전망으로는 최고 위치에서 불꽃 축제를 구경한 것이다. 단체 손님은 한일 교류단체였는데 일본 여성 손님들이 불꽃 축제를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신 내뱉으며 즐거워했다.

물론 손님이 많아서 바쁘긴 했지만 운 좋게 여의도 불꽃 축제를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구경할 수 있는 행운이 생겨서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었다.


호텔알바는 일반 식당보다는 여러 가지 메리트가 있다. 우선 직원들의 수준이 있어서 앞뒤없는 을의 갑질이 없었고 업무가 정해져 있어 올라운드 플레이어처럼 이것저것 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직원 식당이 깔끔해서 식사를 하기도 편했다.


그리고 호텔에서 그렇게 많은 알바를 고용한다는 것도 놀라웠다. 정식 직원보다는 알바가 훨씬 많았고 알바도 매일 매일 바뀌다 보니 그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였다. 물론 단순하게 몸을 사용하는 일이니 그때그때 알바를 고용해서 시킬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호텔에서도 이렇게 고용이 불안한 일자리만 많다면 다른 호텔은 더할 것이다. 호텔 알바는 여러모로 메리트가 있어서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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