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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50대 상경기

13. 서울에서 알바하기 - 임상

by 구호선

임상 알바는 7월 자산운용사를 나와서 두 달 동안 증권사 취업을 준비하면서 시도했다. 증권사 입사원서 쓰고 면접보러 다니는 동안 잠시잠시 알바나 해야겠다고 자리를 알아보던 중 임상 알바를 알게 됐고 나름 페이도 괜찮아서 한번 해보자 싶었다.

2박 3일 숙박을 해당 병원(양지병원)에서 2회 하고 그 외 아침에 두 번 가서 피뽑고 하면 12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었다. 혼자 자취하고 있었으니 2박 3일 입원하는 건 그냥 식사 제공하는 숙소에 머무른다 생각하면 됐고 피 뽑는 건 헌혈한다 생각하면 됐다. 물론 임상 약을 복용해야 했지만 지병이 없었기 때문에 별 걱정은 하지 않았다.


첫 2박3일 입원하는 동안은 적응하는 시간이라 편하진 않았다. 간호사들의 요구사항도 많았고 식사를 정확하게 시간 맞춰서 해야했으며 두 세시간 동안 침대에 앉아있게만 해서 좀이 쑤시기도 했다. 피를 주기적으로 뽑아서 바늘로 계속 팔을 찔러대는 것도 유쾌하진 않았다. 그래도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알바라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첫 2박3일이 끝나고 병원을 나오는데 마치 일주일은 입원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식사도 주고 잠도 재워주니 대접받는 알바라 할 수 있는데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고 주사바늘에 계속 찔리니 괜히 마약맞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었다. 다행히 임상을 위해 복용한 약은 별 거부 반응이 없어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런데 두 번째 2박 3일 입원을 위해 병원을 찾았을 때 문제가 생겼다. 사전 혈압체크에서 최저가 100을 넘거나 최고가 150을 넘으면 임상 탈락이 되는데 내 최고 혈압이 150 넘게 나왔다.

평생 혈압 체크에서 80 – 120 정도의 평균을 유지했고 서울 올라오고 나서는 한번씩 체크할 때마다 좀 높아지긴 했지만 150을 넘은 적은 없었다. 혈압 체크 결과에 나도 상당히 당황했다.


간호사가 두세 번 체크해 보더니 계속 150을 넘게 나오자 담당 의사와 상의하고는 이번 2차는 입원이 힘들 것 같다고 바로 퇴원하라고 얘기해 주었다. 아침 일찍 병원까지 와서 입원도 못하고 갈려니 아쉽기도 했고 임상 알바비를 절반밖에 못받게 되니까 손해보는 기분까지 들었다.

병원을 나서면서 임상 알바비보다는 갑자기 높아진 내 혈압 걱정이 몰려왔다. 지금까지 지병이라고는 없었고 일반적으로 성인병이라고 일컬어지는 혈압 당뇨 등의 질병이 단 한번도 없었는데 나도 드디어 나이가 들었나 생각했다. 건강은 자신하면 안된다고 하더니 이제는 중년이라 건강관리를 해야겠다.


인터넷에서 고혈압의 증상이라든지 혈압을 낮추는 방법을 검색하면서 내용을 찾아봤는데 다행히 정확하게 고혈압의 증상이 아직 나타나는 단계는 아닌 것 같고 아마 고혈압 예비단계 정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임상 알바를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알바비 60만원과 건강관리를 본격적으로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나이에 비해 건강하다보니 건강관리에 소홀하게 되고 혈압이 높아진 것도 모르고 살았다. 특히 회사를 그만두고 정치하면서 신체검사나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지 않아서 지속적인 건강 체크가 여의치 않았다. 고혈압이 모든 성인병의 주범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혈압 관리 잘해서 다시 평상시 혈압으로 돌아오는 스케쥴을 짜야겠다.


아마 서울에서 했던 알바 중 노력 대비 가성비가 가장 높은 알바가 임상 알바였던 것 같다. 물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절반 정도에 그쳤지만 그럼에도 다른 곳에서 일주일 정도 해야되는 알바비를 2박 3일 입원하고 받았으니 나쁘진 않다. 거기다가 지금부터 내 건강은 내가 챙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으니 일거양득이다.


내가 집에 내려가서 가족들에게 알바 얘기를 하면서 제일 핀잔을 받았던 알바가 바로 임상 알바다.

어떻게 그런 알바를 할 생각을 했냐? 가 주된 요지다. 그러다가 건강 헤치면 어떻게 할려고 그러느냐? 가 그 다음이다. 아마 웬만한 사람은 혹시 잘못 될까봐 신약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거쳐야 되는 임상에 지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증권맨 출신이라 바이오 관련주를 분석하다보면 임상 3상까지 통과해야 신약 승인을 받는다는 내용은 알고 있었고 그 과정에 내가 직접 대상자로 참여하는 게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서울 와서 이곳에만 존재하는 알바를 경험하게 됐으니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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