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새로운 글을 쓰려니까 어색한 기분이 든다.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올해 들어 유튜브를 해보려고 했는데, 편집의 벽을 넘기가 힘들어 잠정적으로 그만두게 되었다. 질문을 준비하고 인터뷰하는 과정은 너무 재밌는데, 역시 편집이 쉽지 않았다. 편집 안 하고도 좀 재밌게 깔끔하게 하는 방법 없나?
유튜브를 하면서는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이나 내 생각을 어떻게든 표현하는 과정이 있어서 글을 쓰지 않게 되었는데, 유튜브를 그만두니까 그럴 기회가 사라지게 되어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방식이든 나를 표현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재미있어하는 사람인가 보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는데도 주제는 영 생각이 나질 않아 고민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글감을 추천해달라는 스토리를 올렸고, 좋은 주제인 것 같아 이 주제로 글을 써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처음엔 거절에 익숙해지는 방법에 대한 글을 쓰려다, 그냥 무언가에 "익숙해지는" 것 자체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목을 "익숙해지기"로 지어봤다.
사실 글을 쓰는 것도 전에는 익숙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생각해 보면 그런 것들이 꽤 있다. 예전에 살던 동네도 그렇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도 그렇고, 전에 자주 입던 옷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별생각 없이 편안하게 해내던 일이나 운동도 이전처럼 쉽지만은 않을 때도 있다. 무엇이든 자주 마주하지 않으면 어색해지고 낯설어지고 서툴러지나 보다.
이전에 익숙하던 방식이 더 이상은 정답이 아니게 되었고,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방식을 새로 찾아 거기에 익숙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이 방식이 익숙해지기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어느 쪽에도 익숙하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는 건 마냥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적정선을 잘 모르겠고,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과하면 과한대로, 남으면 남는 대로. 무슨 행동을 하든 조금씩 더 어려워졌다.
요즘은 내가 너무 힘들어하지 않을 정도로 내 몸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중이다. 욕심이 사라졌다고 해야 하는지 현실과 타협했다고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 너무 과도한 것을 요구하지 않으려 한다. 이전에 비해 낭만이나 이상이 사라졌다고도 볼 수 있지만, 100m 달리기를 할 때와 10km 달리기를 할 때의 최선을 다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내 실력이나 한계를 늘릴 때도, 그것들이 절대 하루 만에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조금씩 꾸준히 늘려가야 하고, 심지어 그게 더 어려운 일이었다. 조금씩 매일 무언가를 하는 게 폭발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하루보다 훨씬 어려운 것 같다. 오늘은 되었던 일이 내일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되는 날도 있고 안 되는 날도 있다.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래도 한 번의 성공보다 꾸준한 성장을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덜 실망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이제야 알았다는 게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 행동하는 것은 다 다른 일이었다. 이것들을 알고 나서도 내 삶에 반영하는 것 역시나 하루 만에 되는 게 아니었다.
익숙한 삶에서 익숙하지 않은 삶으로, 그리고 그 삶이 다시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것은 마냥 기분이 좋기만 한 일도 아니고, 쉬운 일도 아닌 것 같다. 지금도 그렇게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진 않다. 그냥 나를 사용하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뿐이다. 요즘은 에너지를 마구마구 쓰다 보면 분명 그에 대한 반발이 생긴다는 것을 인정하고, 체력이나 실력을 늘릴 만큼은 힘들지만, 완전히 지치지는 않도록 조절하기 위해 노력한다.
언제 힘든 하루가 생길지 모르니 비상용 체력을 남겨둬야 하고, 그러면서도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마음이 언제 생길지 모르니까, 그리고 건강하게 살고 싶으니까 운동도 꾸준히 해서 체력도 늘려야 한다. 물론 움직이는 것만큼 휴식도 중요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신이 육체를 앞선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게 정답은 아니었다. 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걸 수도 있긴 하지만, 육체의 건강이 내 생각보다 더 많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분명 몸이 힘들어도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경우가 있고, 정신 건강은 몸 건강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 몸 컨디션에 따라 머리가 안 굴러가는 경우도 생기고, 몸이 아프면 그냥 빨리 낫고 싶고, 쉬고 싶다는 욕망만 생기는 걸 보면 그렇다. 왜인지 모르게 컨디션이 좋은 것처럼 느껴져서 잘 뛸 수 있는 것 같은 날에도 사실 달리기 실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출근할 때마다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야겠다고 마음먹는데, 그게 정말 어려우면서도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정신도 육체도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몸도 마음도 다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관리를 잘 해줘야 한다.
과거의 나에게는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많았고 그런 방식으로 상황을 잘 해결할 수 있어서 감사했지만, 지금은 그 방법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상황과 내 몸에 맞는 방법을 찾고 그렇게 나를 사용하고 아끼는 것이 더 맞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상황에 맞게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이 힘들고 불편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에 계속 조금씩 노출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든다. 편해지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지금 목표하는 것들에 빨리 익숙해져서 편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냥 지금 당장 편해지는 것이다. 운동을 안 하고 편하게 지내면 몸은 편하겠지만, 체력은 줄어들고 건강은 나빠질 것이다. 책을 읽거나 사색하지 않고 SNS만 본다면 시간도 잘 가고 편하겠지만, 편협한 사람이 되거나 올바르지 못한 방식으로 단단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매일 10km를 달려서 5km 달리기가 편해지는 방법과 아예 달리지 않아서 편해지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둘 다 편한 것이지만, 둘은 분명 다르다.
무엇인가에 숙련되는 것과 타성에 빠지는 것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그 일에 익숙해지고, 숙련되기를 원한다. 그 일에 익숙해지고 나면, 더 높은 것을 목표하기도 하고, 어느샌가 타성에 빠져 흥미를 잃고 무의미한 반복을 하기도 한다. 분명 숙련자가 되는 일과 타성에 빠지는 일, 둘 다 익숙해지지 않고선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성공한 사람들 중 일부는 어떤 행동을 무한하게 반복하여 훈련하고, 단련한다. 자신의 행동의 목적을 명확히 알고 있고, 그 행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며, 장인이 되어 도구 탓을 하지 않게 되기도 하고, 반사적으로, 정말 말 그대로 자다 말고도 그 행동을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게 되기도 한다.
나는 사람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갈림길에 서게 된다고 생각한다. 어림잡아 80점 정도의 실력이 되면 그 일에는 충분히 익숙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사람은 선택하게 된다. 80점에서 머무를 것인지, 80.0000001점으로 나아갈 것인지. 기껏 그리도 원하던 익숙한 상태에 도달했을 때, 익숙한 채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다시 익숙하지 않음으로 갈 것인가. 만족하고 멈출 것인가? 더 나아갈 것인가? 정답은 없다. 만족과 욕심 모두 인생에서 중요한 감정이다.
완성도 100%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99%, 98%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99.00000000001%에서 99.00000000002%로 가는 그 지옥 같은 시간을 어떻게 견딜 수 있는 것일까? 완성도 1%에서 10%로 가는 것보다 99.00000000001%에서 99.00000000002%로 가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작디작은 차이를 위해서 본인이 여태까지 들인 시간 이상의 시간을 사용하게 될지도 모른다. 같은 행동을 수없이 반복해서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곳을 가야 한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할까? 솔직히 나를 돌아보면 '80점에 도달하긴 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내 삶 전체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때,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이 많고, 딱히 자신 있는 분야도 없다. 직업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게 큰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남들 하는 만큼하고, 큰 사고 안 치는 정도? 삶의 여러 분야에서 운이 좋아서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솔직하게 내 직업에 대해 그렇게 큰 애정이 있지 않다. 그냥 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 에너지를 꼭 일에 다 쏟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절대 일과 커리어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것이 나쁜 것이라거나 멋지지 않다는 게 아니다. 그냥 내가 그렇다는 것이다.
내 시간과 돈, 에너지를 어디에 써야 하는가? 당연히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곳에 써야 한다. 시간, 돈, 에너지 모두를 자산이라고 부른다고 쳤을 때, 내 자산을 어떻게 쓸 것인가? 그것을 지금 당장 소비하여 행복과 교환할 수도 있고, 미래에 더 큰 행복을 위해 자산의 모수를 키우기 위한 도전을 할 수도 있다. 일단 시간, 돈, 에너지가 많으면 행복을 찾을 때 더 많은 보기를 둘 수 있으니까 자산의 모수를 늘리는 것은 좋은 선택일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내 자산을 지금 하는 일에 많이 쏟고 싶지 않은 이유는 내가 원하는 행복의 종류에 지금 내 일에 대한 전문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문성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행복도 당연히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직무에서 전문성을 높이는 것은 자산, 특히 돈을 키우는데 당연히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다만 나는 내가 가진 다른 자산들을 투자하여 회사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늘리고 전문성을 늘리는 것이 가져다주는 행복보다, 다른 요소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내 행복과 미래 자산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고, 그런 선택을 한 것뿐이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서는 그냥 익숙한 채로 남아있기로 결정했다. 그냥 자신의 커리어를 개발하기 싫어하는 사람, 일 열심히 하기 싫어하는 사람의 변명일 수도 있지만, 나름 냉정하게 판단한 것이다. 나는 한 가지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다른 것에 익숙해지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꼭 한 가지에만 익숙할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무엇이 있었을까? 지금 하는 일에서 더 많은 전문성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자격증을 따고, 월급을 올리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었고, 경력을 살려 이직에 도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난 별로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았다.
지금 쓰는 글의 주제와 맥락이 안 맞을 수도 있지만, 나는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그렇게 큰 욕심을 부리고 싶지 않다. 그냥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벌고 싶다. 내 일을 미워하지도 않지만, 그렇게 사랑하지도 않는다. 별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다. 그냥 일이니까 하는 거지 별 감정은 없다.
예전엔 분명 회사가 싫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발전도 없어 보이고, 그냥 그저 그런 인생이 되는 것일 것 같아서 그랬다. 하지만 그건 내 좁은 시야에서 비롯된 오만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겐 이 회사가 정말 꿈을 이루는 공간이기도 했고, 목표이기도 했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기도 했다. 내가 뭐라고 그런 삶을 무시한 것인지 모르겠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옆에 있다고 모두가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맞게 생각하면 그뿐이다.
솔직하게 지금 있는 회사에서 무언가 엄청난 기술을 습득해서 내 역량을 펼치고 싶다거나 그렇진 않다. 내 삶에는 회사가 포함되어 있지만, 회사가 내 삶의 전부는 아니다. 내 삶에는 훨씬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내가 하는 일은 나에겐 재미가 없어서 별로 발전시키고 싶지 않고, 다른 분야의 공부는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남아있다. 지금의 나에겐, 지금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해서 행복해지기 위한 자산을 늘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한 가지를 포기한 만큼 다른 분야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도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회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길은 얼마든지 있고, 어떻게 살지는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니라 나의 기준으로 세웠을 때가 더 나에게 잘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미래에는 또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그럼 또 그냥 한 번 더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면 되는 것뿐이다. 지금도 익숙하지 않은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그때도 더듬더듬 느릴 순 있어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결국 익숙함과 익숙하지 않음의 조화인 것 같다. 마냥 익숙하게만 남아 있으면 스스로가 좀 한심할 것 같고, 그렇다고 계속해서 도전하면 좀 피곤할 것 같다. 다른 사람이랑 비교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내 욕심이 어디까지 가는가, 나의 기준을 어디에 맞추고 사는가 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비교하는 것은 무엇인가 결핍에서 오는 것이고, 그렇다면 문제는 자신에게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유연한 사람이고 싶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단단한 무언가가 있는 사람이고 싶다. 다른 것을 받아들일 줄 알면서도 나를 유지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줏대 있는 사람이지만 고집부리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유연한 사람이지만 아무렇게나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많이 담겨있지만, 충분히 더 담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여유를 즐길 줄 알지만 나태하지 않은 사람이고 싶다. 내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주변을 둘러볼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감사하게 살고 싶고, 행복하게 살고 싶고, 내 주변 모두가 그랬으면 좋겠다. 올바르게 단단해지는 방법은 무엇일까? 멋진 어른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냥 때로는 유연하고 때로는 단단한 사람이 되는 것일까? 아직은 80점도 안 되는 것 같다.
익숙하지 않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아직 배울 것이 많이 남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내가 멈추지만 않는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뜻이니까 익숙하지 않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