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글
뭐 해 먹고살아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물론 뭘 하든 행복할 수 있고, 꼭 일을 해야 할 상황이라면 어떤 일이든 해서 삶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현실을 제대로 살 수 없는 상태에서 꿈을 과도하게 좇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일이든 적성에 너무 맞지 않아서 도저히 못할 정도가 아니라면 웬만하면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이어도 해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 세상이 잘 돌아가고 있는 거니까.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으로 무슨 일을 해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돈을 벌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돈을 벌지 못하면 아까 말한 좀 하기 싫은 일이 좀 많이 싫어져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버는 것은 당연히 중요한 일이고, 많은 경우에 많은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초등학교 때는 개그맨이 되고 싶었다. 일요일마다 개그콘서트를 보고 개콘이 끝나면 자는 것이 일종의 암묵적 룰이었는데, 그때 느꼈던 것 같다. 나는 웃는 게 참 좋았다. 재미가 있고, 웃음이 나면 행복했다. 나를 그렇게 만들어준 그 사람들처럼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정말 대단하고 부러웠다. 그래서 어렸을 땐 개그맨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나 보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예전 신서유기에서 강호동이 삶은 계란 하나, 날 계란 하나를 두고 골라서 이마로 깨는 게임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장면이 기억에 난다. 나이 40, 50 먹은 아저씨가 그 계란을 들고 일장 연설을 하고, 온갖 폼을 잡으며 이마에 치는 그 장면이 너무 멋졌다. 그 프로다움이 너무 멋졌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서 중학교 때까지는 별생각 없이 살았던 것 같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일 하면서 별생각 없이 있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뭔가 눈을 뜬 기분이 있었다. 뭔가 그전까지는 안갯속에서 사는 느낌이었는데, 시야가 깨끗해지면서 생각도 하고, 공부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이 너무 재미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처음으로 상담을 배웠었는데, 그때 꿈에 대한 생각이 변했던 것 같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이 꼭 웃음을 주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울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안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재미있었던 만큼 힘든 일도 많았는데, 밤마다 기능반 활동을 하면 그렇게 운동장을 빙빙 돌아댔다. 그때는 참 생각도 많이 하고, 걱정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아무튼 잔잔하고 슬픈 행복도 있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에는 상담도 나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때의 기억이 좋게 남았었나 보다. 그런 잔잔하고 슬픈 행복은 참 기억에 잘 남는 것 같다. 누군가의 그런 순간을 함께해 준 시간이나, 누군가 나와 함께 있어준 시간의 기억은 잘 잊히지 않는다. 힘들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감사하다. 요즘도 가끔은 울고 싶을 때가 있지만, 울 곳도 없고, 우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다. 차곡차곡 잘 쌓아두었다가 언젠가 한번 울면 찾아오는 일종의 카타르시스 같은 것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그냥 우는 게 그렇게 쉽지 만은 않은 것 같다.
요즘은 참 답답한 것이 많다. 난 겁도 많고 걱정도 많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뭐랄까 인생의 가닥을 못 잡겠다. 꼭 꿈이나 미래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것저것 고민이 많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너무 어렵다. 회사로 돌아가는 것도 전혀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회사는 나한테 좀 하기 싫은 일 쪽에 속하는 것 같다. 어차피 어떤 일을 해도 그것이 일이라면 하기 싫은 순간은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학원을 가게 된다면 인생은 어떻게 변할까? 겪어보지 못한 일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다.
난 내가 가진 능력이 돈 버는 거랑은 좀 안 맞는 것 같다. 내가 가진 능력으로는 돈을 버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지금 내가 가진 게 뭐가 있을까? 회사 경력, 곧 가지게 될 졸업장 뭐 그 정도. 무형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물론 내가 가진 능력들이 실제로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다이내믹하게 차이가 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재능의 영역은 분명 있지만, 시간으로 그 격차를 얼마든지 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것도 재미있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다. 생각을 공유하는 것도, 뭔가 공들여서 멋진 것을 만들어내는 것도 재미있다. 누군가의 고민을 듣고, 뭐랄까 도움이 되는 멋있어 보이는 말을 해주는 것도 좋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것도 좋고, 나 자신만의 소소한 행복을 만드는 것도 좋다. 새로운 것을 아는 것도 재미있다.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도 좋다. 철학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소설을 읽으면 너무 재미있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되어 좋기도 했다. 다만 코딩은 확실히 나랑 안 맞는다. 너무 쉬운 일을 하는 것은 좀 재미없다. 가끔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단순 반복작업은 가끔이라면 괜찮은 것 같다. 조금 힐링이 될 수 있다.
꿈이라는 게 참. 어렸을 때는 커서 내가 되고 싶은 것을 떠올렸는데, 지금은 좀 바뀐 것 같다. 마냥 상상할 수 없는 느낌?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떠올리면서, 가는 방법 보다 가지 못할 이유만 떠올리게 된 것 같다. 이건 이래서 어렵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변명이 많아졌다. 겁을 많이 먹은 것도 맞고 현실의 무게에 질린 것도 맞는 것 같다.
지금은 그냥 꿈을 이루는 것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그냥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 그냥 이 답답한 마음이 싫다. 이 시간에 뭐라도 하나 더 하는 게 이득인 건 알지만, 그냥 사람이니까 그게 잘 안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돈을 벌면 좋겠지만, 그건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운도 당연히 인생의 일부니까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는 없다.
글을 쓰면 답답함이 좀 사라진다거나 머리가 정리되기도 했는데, 오늘은 좀 잘 안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집중하지 못한 느낌이라 내 감정도 잘 모르겠고, 글도 깊지 않은 것 같다. 근데 또 어떻게 보면 이게 정말 답답한 내 마음을 잘 표현한 거 아닐까? 답답한 마음으로 쓴 글은 답답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