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by 구육오

요즘 사람들은 기념을, 기억을, 축하를 참 잘하는 것 같다. 잘하기도, 자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소소하게 지나가는 일상일 수 있는 하루들, 어디론가 떠난 여행, 즐거운 하루, 기념할 만한 일이 생기면 그걸 참 잘 기록하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SNS를 보면 자신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자신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예쁘게 기록하고, 공유한다. 그 안에서 그들은 즐겁게 보인다. 그런데 그들의 기념할 만한 날은 꼭 특별한 날, 특별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닌듯하다. 여행을 떠나고, 친구를 만나고, 운동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어딜 가든 사진을 찍고, 그런 모든 것들. 별일이라면 별일이지만, 별일 아닌 일상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하루들도 예쁘게 기록한다. 힘든 하루를 보내도 기록한다. 힘든 기록은 왜인지 새벽에 더 많이 본 것 같긴 하지만, 다른 일상은 그렇지 않다. 예쁜 장소에 가서 예쁘게 사진을 찍고, 예쁘게 올린다. 여러 사람의 그것을 모아놓고 보면 다들 참 행복하게만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사진들 사이 어딘가에는 힘듦도 있겠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잘 나온 사진이다. 예쁘기도 하고, 실제로 보기에도 기록해두고 싶을 만한 사진처럼 보인다. 매일매일이 특별해 보일 때도 있다.


나도 그렇게 사진을 고르고 예쁘게 보이게 찍어서 기념하고 기록하고 자랑하고 싶을 때도 가끔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에겐 그게 그렇게 자연스럽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자랑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예쁜 사진 속에 모든 감정을 남기는 것도 쉽지 않다. 보여주고 싶은 감정만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내가 느끼는 감정은 더 다양할 때가 많다. 좋은 곳에 가도 날씨가 별로면 행복하긴 하지만 기운이 빠지기도 한다. 좋은 곳에서 맛있는 것을 먹어도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라 불편할 때도, 유명한 음식점의 맛이 나에겐 평범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사람들을 만나도 마냥 재미있지 않을 수 있고, 만난 장소가 시끄러워서 짜증이 나는 경우도 있다. 좋은 곳에 여행을 가도 피곤해서 그냥 집에 가고 싶을 때,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정신이 없을 때도 있다. 친구들과 있었던 일을 굳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나에게 이런 날들은 그냥 평범한 하루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 평범한 하루를 꼭 공유하고 싶지 않기도, 개인적인 감정이니까 혼자 간직하고 싶기도 하다. 뭐 내가 아직 그렇게 평범한 하루마저도 특별하게 생각하고 감사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일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동시에 나는 그날 겪은 일들과 내가 느낀 감정들은 다 기억하고 싶기도 하다. 좋은 것도 있고, 싫은 것도, 평범하고 무덤덤한 것도 있다. 이런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분위기가 좋은 술집이지만 시끄러워서 별로면서도 좋을 수 있고, 원하던 식당에 가지 못해 아무 곳에나 들어가 대충 고른 메뉴가 입에 딱 맞아서 만족스러운 한 끼를 먹을 수도 있다. 물론 그냥 어떤 일들과 감정들을 느끼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것뿐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다만 나는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데, 표현하거나 설명하려면 내가 느낀 그대로를 전달하고 싶고, 그러다 보면 자꾸 길어진다. 지금처럼 말이다. 이런 매일매일을 호들갑 떨고 싶지 않은 마음인가 싶기도 하다. 호들갑이라는 표현이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냥 나는 그렇다.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기억하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고 좋은 일이다. 근데 나는 그냥 지나가는 것은 지나가는 대로 두고 싶다. 물론 안 그러고 싶을 때도 있고, 안 그러기도 한다. 단지 시간도, 사람도, 기억도 억지로 잡고 싶지는 않다. 남을 것은 애쓰지 않아도 남는다. 저 많은 일을 다 기념하고 기록하면 지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매일매일을 기록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니까 말이다. 예쁘게 기록된 하루하루를 되돌아보며 좋은 감정을 느끼고 추억을 간직하는 일은 너무 좋지만, 가끔은 그 예쁜 사진 뒤 편에 있는 말 할 수 없는 일들과 감정들을 알아주길 바라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시 생각해 보면 그런 것들을 나야말로 너무 크게 생각하고, 별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별생각 없이 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내가 괜히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의 하루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 어색해서 그럴 수도 있다. 가끔 보면 정말 예쁘게 잘 찍어서 어떻게 이런 걸 봤을까, 경험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 그 안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사실 내가 정말 알고 싶은 것은 그런 것들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좀 그렇고, 뭐 그냥 귀찮을 때도 있고, 아무튼 그렇다. 사진이라는 결과만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사진의 단점인 것 같다. 그것만 보이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한다. 그 사진에 어떤 후처리를 했는지 알 수 없고, 어떤 상황이었는지 정확히 알기는 힘들다. 그래서 그 속에 스토리가 궁금하기도 한데, 그냥 일상을 예쁘게 보이게 한 것 같아서 별일 아닌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솔직히 카페에서 빵 먹고 커피 먹는 게 별일이라는 생각이 안 들기도 하고 그러니까 안 물어보게 되고, 내 일상도 별거 없다는 생각에 공유하지 않게 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인듯싶다. 그냥 내가 다른 사람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걸 수도 있다. 봐도 그냥 그랬구나 싶기도 하고, 솔직히 친하지도 않은 사람의 일상은 잘 보지도 않고 보더라도 그냥 금방금방 넘어가게 된다. 이것만큼은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 같다.


자신의 시간과 감정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은 똑같은데, 그냥 그것을 공유하고 기록하고 기념하느냐 그러지 않느냐의 차이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사진 찍고 공유하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사진을 잘 찍지 않아서 남는 것이 없다는 단점도 있긴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어딘가에 가고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하는지 공유하는 것은 나에게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공유할까 하다가도 멈칫하게 된다. 자랑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안 해 버릇하다 보니 안 하게 되는 것도 있다. 또 계속 '특별한 일상'들만 보다 보니 뭐랄까 특별한 것만을 공유하는 시스템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곳에 공유하는 것은 특별한 것이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안 특별한 것을 공유하는 것은 이상한 건가 싶기도 하다. 과장되게 생각해 보면, 남들과 달라 보이고 싶고 특별해 보이고 싶은 공간에서, 내가 공유한 나의 일상은 특별했으면 하고, 그걸 공유한 나는 그런 특별한 시간을 보낸 특별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받고 싶은 것인가 싶기도 하다. 남들과 달라 보이고 싶으니 예쁘게, 특별하게 기록하게 된다. 그런데 모두가 특별하다면 그 특별함은 평범함이 된다. 특별함 중에서도 더 특별해지고 싶다면 더욱더 많이 특별해져야 한다. 남들과 비교하면 자신의 특별함은 별것 아닌 것이 되어 버리고, 자신을 별것 아닌 사람으로 느끼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한다.


그냥 사진 하나, 자신의 일상 조금 공유한 것 가지고 뭐 이렇게 대단한 것처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그런 특별함 경쟁에, 인정받기 위한 경쟁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별생각 없이 이용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나도 그렇게 하고 있지만 그냥 나에겐 그런 느낌이 조금 있는 것 같다.


타인의 정말 특별한 공유물이 모두의 일상은 아니다. 오직 기록만을 위한 특별함을 일부러 과하게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남은 남이다. 그 사람의 행복은 나의 행복을 빼앗지도 않고, 커다란 행복 옆에 자신의 일상과 특별함이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행복은 비교에서 오지 않는다. 비교에서 오는 행복은 비교로 사라진다. 남이 여행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여행지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 남이 좋은 것을 샀다고 해서, 친구를 만났다고 해서 자신도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 타인의 삶을 부러워할 이유는 없다. 타인의 인생은 그냥 그 사람의 것이다. 그런데 사실 부러울 수 있다. 보다 보면 진짜 좋아 보이는 것들도 많고, 당연히 부러울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우울하거나 슬퍼질 이유는 없다. 부러우면 자신의 여건이 허락될 때 그것을 하면 그만이다. 무리할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이기에 다르다. 그뿐이다. 다름을 인정하면 되는 것이다. 일종의 위시리스트에 담아두고 나중에 하면 된다. 그것을 위해 오히려 지금에 집중하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얻기 힘든 것을 얻은 사람을 부러워하기 전에 그것을 얻기 위한 힘든 그 과정도 생각해야 한다. 저 사람은 이걸 하고, 다른 사람은 저걸 먹고, 또 다른 사람은 어딘가에 가고, 그 모든 것을 다 부러워하는 것은 자신을 힘들게 할 뿐이다. 나에게는 나의 과정이 있고 나의 행복이 있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오직 자신의 것이다.


한도 끝도 없는 것을 갈망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최고를 목표로 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을 마냥 시기하고 부러워하는 것은 위험하다. 누군가의 인생이 치트키를 쓴 인생처럼 보일 수 있고 화려해 보일 수 있지만, 근데 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받아들이지 못하면 힘든 것은 오직 자신이다. 인생은 불발될 수 있다. 안될 수 있다. 정해져 있지 않다. 지금의 고통이 영원한 것은 절대 아니다. 만족하면서도 다음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은 절대 쉽지 않지만 중요하다.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도 있고, 유독 자신에겐 너무나 어려운 것도 있다. 반대로 당연한 것도 있고 쉬운 것도 있다. 뛰어남을 타고난 사람도, 부족함을 타고난 사람도 있다. 그냥 그런 것이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유는 없다. 거기엔 화가 날 이유도 슬플 이유도 없다. 아니 오히려 그런다고 바뀔 게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바뀌고 싶으면 노력하면 된다. 생각도, 지식도, 체력도, 추억도, 돈도, 실력도 그 어느 것 하나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다만 어떤 분야든 뛰어난 사람이 있고, 어떤 분야든 뛰어난 사람은 눈에 띄기 마련이다. 자신이 그렇지 못한 사람인 것이 힘들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시간을 지내는 과정에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재능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잘하게 되거나, 슬럼프를 맞닥뜨릴 수도, 어느 순간 멈춘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다만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움직여야 달라질 수 있다. 느릴 수 있지만, 뒤처질 수 있지만 달라진다.


결말이 갑자기 틀어진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본인이 진정으로 행복한 길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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