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계급 우화, 처연하고 지독한 마스터피스

기생충 영화감상평

by 김정우

기생충

★★★★★

인간 본성과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날카롭게 지적한 비극적 서사시



이 영화는 공포영화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하층민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적 요소가 짙은 영화이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공포영화보다 더 무섭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자체가 구조적으로, 시각적으로 정말 탄탄하게 짜여있어서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고 2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정말 치밀한 설계 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출처: CJ ENM


영화 안에서 서스펜스를 정말 잘 조성하고 긴장감을 기가 막히게 다뤄서 몇몇 장면에서는 내가 더 괜히 불안하게 느끼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의 수직 이동의 매개체가 되는 계단의 사용이 탁월했다. 계급의 이동을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 '물'의 사용도 색다르게 좋았는데, 물은 위에서 아래로만 흐른다. 이런 일방적인 관계는 불변이다. 이런 물의 특성과 계단을 이용해 표현한 정보의 전달에 관한 일방성과 계급의 차이가 각별했다.

출처: CJ ENM


"근데, 냄새가 선을 넘지"


극 중에서 상위층 가족(특히 이선균)이 하위층 가족의 냄새에 관해 언급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냄새라는 것은 확산되어 사방으로 퍼지기 때문에 위치에 상관없이 모두가 느낄 수 있는 요소이다. 그래서 냄새를 물과 계단과는 대조적인 의미를 가진, 폐쇄적인 관계를 거스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요소로서 '냄새'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근데 냄새가 선을 넘지"라는 이선균의 대사가 시사하는 바는 다양하다. 말 그대로 냄새가 고약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송강호는 이선균에게 선을 넘는 행위를 종종 했다. 이런 더러운 행위를 악취라고 표현한 것일 수도 있고, 또 극 후반 파티씬에서 송강호가 이선균을 죽일 때도 이선균은 송강호의 악취(전날 밤 집이 침수되어 말 그대로 똥물을 뒤집어쓴 상태)에 질책하는 모습을 보이자 송강호는 선을 넘어 이선균을 칼로 찌르게 된다. 냄새가 선을 제대로 넘은 것이다.

출처: CJ ENM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가난한 집에서는 계획이 있다고 하면서도 항상 정당
화하기 어렵고 실현되지 못하던 계획을 세우고, 이것이 실패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무계획이 계획이다 라며 위로를 해보지만 그것마저도 예상치 못한 스파크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출처: CJ ENM


“제시카는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


부유한 집도 보면 다혜의 영어과외부터 시작된, 사실상 아이들에 의해 이 모든 사건들이 시작되고 한 가정이 박살 나게 된다. 반면 가난한 집에서는 최우식과 박소담, 즉 집의 젊음 층들이 주도하여 모든 계획을 세우고 일을 벌인다. 이런 대조적인 구조와 마냥 순진한 부자 어른들과 그렇지 않고 온갖 꼼수와 잔머리를 굴리며 돈을 벌기 위해 발악하는, 잃을 게 없는 빈곤한 어른들의 대립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출처: CJ ENM

비가 내리는 것을 보면서도 부잣집에서는 운치 있게 느껴지지만 반지하에서는 집을 침수시키는 원망스러운 존재가 되는데 이런 아이러니들도 보면서 진짜 감탄이 나왔다.

출처: CJ ENM


마지막 파티 씬에서는 말할 수 없는 충격과 공포심이 들었다. 짧고 강렬한 묘사와 그에 맞는 음악, 배우들의 연기, 화면 연출 모든 것들이 합을 맞추어 사람의 분노와 절망감 그리고 허탈함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한 것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출처: CJ ENM


"수석이 나에게 붙었다"


극 초반에 박서준에게 받은 수석을 최우식은 이야기가 지속되면서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수석이 자신에게 붙었다며 그 이후로는 논리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이상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극 후반에 가서는 최우식은 이 수석에 머리를 가격 당하며 자신이 죽을 위기를 맞게 되고, 또 그의 가족은 어떻게 보면 수석을 집에 들이게 되면서 이 모든 일들을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수석은 별 의미 없는 무생물일 뿐이다. 인간은 불안한 상태에서 무언가에 대한 깊은 믿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기우는 수석에 의지하고 싶었지만, 수석은 오히려 기우에게서 '영민함'이라는 장점을 빼내고 극 후반에 냇가로 돌아가며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다.



이 글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도 많고, 영상으로만 전달되는 특별한 울림이 있으니 꼭 영화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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