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를 먼저 소개하고 싶다. 나는 <탑건: 매버릭>이라는 작품이 1986년 작 <탑건>의 후속편인줄 전혀 몰랐고, 광고에서 우연히 이 영화의 예고편을 접한 것이 다였다. 그리고는 어떤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지만 영화와 영화관이라는 공간 자체를 무서워하고 싫어했던 나는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하는 시기에도 영화관으로 스스로 걸어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곤 이때까지는 몰랐을 것이다. 이 영화가 내 가치관을 바꿀 경험이 될 줄은.
이 영화를 접한 뒤에 나는 영화, 영화관에 대한 이유 모를 공포감과 무서움이 모두 해소되었고,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계속 찾아가고 싶을 정도로 영화와 영화관에 사랑에 빠졌다. 이 영화를 IMAX, 4DX, SCREENX, DOLBY ATMOS 등 여러 특별관에서도 경험하고, 합계로 하면 극장에서만 10번 정도를 본 것 같다. 내 인생에 있어서 다시는 없을 작품이고, 이 영화가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돌을 던져도 나는 꿋꿋이 서서 돌을 맞겠다. 그 정도로 좋아하고, 아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없어질 때쯤 나는 죽을 순간이 가까워진 것이 아닐까.
영화를 단순히 소개하고 그 감상을 적으라면 글 한 편으로 끝낼 수 있겠지만, 나에게 의미가 깊고, 개인적으로 너무 애정하는 작품이라 2개로 나누어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1편에서는 최종 임무 전까지의 내용과 나의 생각을 적을 것이고, 2편에서는 최종 임무와 결말까지, 그리고 영화 전체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출처: 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
앞서 말했다시피 <탑건: 매버릭>은 1986년 작 <탑건>의 속편이다. <탑건>은 개봉된 당시에 엄청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톰 크루즈를 슈퍼스타로 거듭나게 해 주었다. 뛰어난 외모, 낭만적인 패션과 소품, 영화 속의 영웅 같은 모습이 삼위일체를 이루며 이 영화를 시작으로 톰 크루즈는 아이코닉한 존재가 되었다.
출처: 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를 개인적으로 진짜 좋아한다. 탑건 메인 테마의 종소리가 울리며 오렌지색 필터가 씌워진 화면이 밝게 드리우고, 항모 위의 전투기들이 대거 사출 되고, 이착륙한다. 그리고 전투기가 사출 되는 순간 Kenny Loggins의 Danger Zone이 울러 퍼지며 나의 심장소리도 드럼소리에 맞춰 고조된다. 항모 위 통제사들의 핸드 사인, 비행기가 이착륙하며 생기는 전투기의 사소한 움직임, 이 모든 것들이 탑건 원작의 기억과 어우러지며 기계와 그를 통제하는 사람들이 추는 발레를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오프닝 씬에서 또 재밌는 점은 이 장면에서 톰 크루즈는 등장하지 않는다. 사람의 얼굴도 자세히 나오지 않는 장면이다. 하지만 탑건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장면을 볼 때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원작에 대한 오마주로 하여금 우리의 머릿속에 굳게 박힌 기억이 본능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 또한 그랬다.
출처: 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
- (매버릭)"제가 어디 있는 거죠?
- (꼬마아이)"지구요"
-(Maverick)"Where am I?"
-(Kid)"Earth".
<탑건: 매버릭>에서 매버릭(톰 크루즈)은 여전히 해군 현역 파일럿으로 활동하고 있고, 새로운 최첨단 비행기 다크스타의 테스트 파일럿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하 10을 목표로 만들어지는 전투기였다. 하지만, 다크스타에 투자되는 예산이 무인기 예산으로 바뀌며 다크스타 프로젝트는 취소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매버릭은 모든 것을 무시하고 마하 10 비행을 시작한다. 매버릭은 비행에서 마하 10을 달성하는 데 성공하지만 욕심으로 인해 속도를 더욱 높이려다 비행기는 추락하게 된다.
출처: 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
- (케인 제독)"끝은 올 거야, 매버릭, 자네 같은 파일럿들은 결국 사라지게 될 걸세."
- (매버릭)"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Admiral Cain)"The end is inevitable, Maverick. Your kind is headed for extinction.
-(Maverick)"Maybe so, sir. But not today."
매버릭은 장성급 지휘관의 명령에 불복종한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가의 테스트 기체를 본인의 욕심 때문에 박살 내버렸으니 해군 소장 케인은 격분하며 매버릭을 질책했는데, 그 뒤에 따라오는 말은 매버릭을 더욱 놀라게 했다. 그의 전우이자 라이벌이었던 태평관 함대 사령관 '아이스맨'의 요청에 따라 매버릭은 탑건 스쿨의 교관으로 전출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매버릭이 떠날 때 케인 제독은 "끝은 올 거야, 매버릭, 자네 같은 파일럿들은 결국 사라지게 될 걸세."라고 말한다. 그리고 매버릭은 이렇게 받아친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에서는 CG를 배제하고 최대한 실사 액션을 선호하는 톰 크루즈의 취향도 느껴졌지만, 영화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느껴졌다. 현대 문명이라고 여겨지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노트북으로 유튜브나 각종 OTT에서 간편하게 볼 수 있는 영상과 매체와 영화관의 거대한 스크린과의 대립이라고도 느껴졌고, 또 이런 클래식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이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인 것 같기도 했다. <탑건: 매버릭>은 거대한 스크린과 좋은 음향 환경에서 감상해야 빛을 발하는 영화이니까.
출처: 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
탑건 스쿨로 복귀하게 된 매버릭은 오토바이를 타고 노스 아일랜드에 도착하여 활주로를 마음껏 질주한다. 석양이 지는 배경과 오토바이를 타는 매버릭, 드럼과 일렉기타가 울리는 탑건 메인 테마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며 이 장면의 낭만을 더한다. 내가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들 중 하나이다. 뛰어난 영상미, 기가 막힌 음악 선정, 1편에 대한 충성스러운 오마주, 그리고 존재 그 자체로 멋있는 톰 크루즈의 매력까지. 이 요소들 모두가 이 영화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클래식한 멋을 끝까지 지켜내면서도 촬영 기법과 퀄리티는 수직 상승한, 보수와 진보의 정점에 달한 영화이다.
출처: 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
"우린 이미 다 최고인데 대체 누가 우릴 가르친다는 거야?"
"Everyone here is the best there is. Who the hell are they gonna get to teach us?"
매버릭은 해군 탑건 프로그램으로 돌아가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된다. 그는 특수 임무를 수행할 탑건 졸업생들을 훈련시키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이 임무는 적국의 고도로 요새화된 비밀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 졸업생들 중에는 매버릭의 동료였던, 본인과 비행하면서 사망했던 '구스'의 아들, '루스터'도 있었다. 브리핑이 끝나고 매버릭은 본인과 연관된 수많은 여자들 중 한 명인 페니의 술집에 들러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 술집에는 임무에 참여할 탑건 졸업생들이 찾아온다. 피닉스, 밥, 팬보이, 코요테, 행맨, 페이백, 그리고 루스터까지. 이들은 본인이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그 무리 안에서의 기싸움도 치열하다. 그리고 루스터는 피아노 앞으로 가 아버지 구스의 애창곡 Jerry Lee Lewis의 Great Balls of Fire을 부른다. 매버릭은 이를 보며 착잡한 표정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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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이다, 제군들. 여긴 캡틴이다."
"Good morning, aviators. This is your captain speaking."
첫날의 훈련은 본인도 탑건 시절 경험했던 도그파이트 훈련이다. 승리 조건은 매버릭 격추하기. 이곳에 모인 모두 탑건 스쿨 졸업생으로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전설의 매버릭에게는 상대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서 매버릭과 루스터의 관계가 살짝 언급된다. 매버릭이 루스터의 사관학교 원서를 네 번이나 반려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행맨과 루스터의 대조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행맨은 저돌적으로 훈련에 참여하는 반면 루스터는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굉장히 안정적인 비행을 추구한다. 이러한 이유와 루스터와 매버릭의 껄끄러운 관계를 언급하며 행맨이 루스터를 도발하자 루스터는 흥분하여 몸싸움이 일어날 뻔하기도 한다. 매버릭의 고민은 날이 갈수록 깊어진다.
출처: 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
"이젠 잊어야 해."
"It's time to let go"
아이스맨의 지병이 재발해 상태가 더욱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매버릭은 아이스맨을 찾아간다. 아이스맨은 말을 할 수 없었고, 타이핑으로 본인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매버릭은 아이스맨에게 훈련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과 루스터와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 본인이 직접 임무에 참여해야 한다는 투로 말하자 아이스맨은 이젠 잊어야 한다며 매버릭을 회유한다. 해군은 아직 매버릭이 필요하고, 루스터에게도 매버릭이 필요하다며 잘 해낼 거라고 격려한다.
출처: 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
아이스맨과의 대화 후에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힌 것인지, 매버릭은 훈련의 실현 가능성을 교육생들에게 입증했고, 훈련생들도 매버릭을 의지하는 분위기이다. 그리고, 하루정도 여유를 내어 매버릭과 훈련생들은 바닷가에서 함께 풋볼을 하며 팀워크를 다진다.
이 장면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장면이다. 탑건 전편의 비치 발리볼 장면을 훌륭하게 오마주한 장면이기도 하고, 훈련생들이 처음으로 뜻을 합치고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과 그걸 바라보는 매버릭의 모습이 전편과 계속 오버랩되면서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한 것 같다. OneRepublic의 i ain't worried 음악도 장면에 정말 잘 어울리며 아름다움을 더한다.
출처: 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
"제 아버지도 당신을 믿으셨죠. 전 같은 실수는 안 할 겁니다."
"My dad believed in you. I'm not gonna make the same mistake."
훈련이 한창 진행 중에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코요테가 중력가속도로 인해 G-LOC 상태에 빠져 비행 도중 정신을 잃어버린 것. 그리고 피닉스와 밥의 F-18 전투기의 엔진에 새가 추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한 것. 둘은 아슬아슬하게 탈출하지만, 루스터는 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리며 큰 충격을 받고, 어떻게 보면 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매버릭에게 반항심을 품게 된다. 매버릭이 루스터에게 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고, 실전에서는 상황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으니 내 말을 믿고 너의 직감을 따르라고 하지만, 루스터는 "제 아버지도 당신을 믿으셨죠. 전 같은 실수는 안 할 겁니다."라고 말하며 매버릭의 말문을 막아버렸다.
매버릭은 본인의 짐승 같은 직감에 의거하여 비행하고, 루스터는 최대한 안정적이고 실리적인 비행을 추구하다 보니 이러한 의견 충돌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또한, 루스터의 아버지 구스는 매버릭과의 비행 중에 목숨을 잃기도 했고, 매버릭은 본인의 사관학교 원서를 4번이나 반려시킨,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 장본인으로, 좋은 감정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매버릭은 지금 교관의 입장이고, 루스터는 매버릭이 이끄는 임무의 대원이다. 직급의 차이, 입장의 차이가 모두 있는 상황인데, 이를 거스르는 가족과 드라마적인 요소가 엔
진소리 가득한 딱딱한 영화에서 흥미를 줄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출처: 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
"목표물까지의 시간 설정은 2분 15초."
"Set the time to target, 2 minutes 15 seconds."
불미스러운 일이 연속으로 일어난다. 아이스맨이 사망한 것이다. 매버릭은 대원들과 장례식에 참여하여 자신의 탑건 기장을 아이스맨의 관에 박는, 최고의 예우를 갖추며 자신의 전우를 떠나보낸다. 그리고 탑건 측은 이런 사건의 발생을 임무 완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 매버릭을 교관 자리에서 내려 보낸다. 훈련도 더욱 쉬워졌고, 덜 까다로워졌다. 하지만 대원들은 반발하며 미사일에 격추당하기 좋다며 훈련에 반대했다. 그리고 그 순간, 매버릭이 전투기를 타고 나타나 2분 30초인 작전 코스를 2분 15초에 성공한다. 자신의 혜안이 틀리지 않았단 걸 증명한 매버릭의 모습에 대원들은 환호한다. 상부의 허락 없이 수백만 달러짜리 전투기를 몰래, 그것도 미치도록 위험하게 몰았다는 것으로 군법 회의에 넘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매버릭의 압도적인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터라, 임무는 매버릭을 편대장으로 하여 출격하게 된다.
출처: 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
"본때를 보여줘!"
"Give 'em hell!"
매버릭은 항모에 탑승하고 작전을 수행할 팀원들을 선정한다. 복좌기, 즉 2명이 탑승하는 전투기에 합류할 팀원은 페이백과 팬보이로 이뤄진 대거 4, 피닉스와 밥의 대거 3, 그리고 남은 단좌기, 적군 시설에 결정타를 꽂을 대거 2 윙맨 자리에는 행맨이 아닌 루스터가 선발되게 된다. 행맨은 실력으로는 뛰어나지만, 단체 활동에서 트러블 메이커였던 행맨은 백업으로 항모에서 대기하게 된다. 행맨의 반응도 한층 성숙해졌는데, 본인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기를 결심하고 루스터에게 "본때를 보여줘!" 라며 격려한다. 매버릭도 본인의 오랜 친구 혼다에게 격려를 받으며 출격 준비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