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매버릭> 감상평 - 2편
(Maverick) "Come on. You can do it. Don't think. Just do."
(maverick) "Popping in 3, 2, 1."
피닉스와 밥이 탑승하고 있는 대거 3과 선두로 달리던 매버릭의 대거 1은 두 번의 연속적인 기적을 위해 도전한다. 타겟이 두 개의 산 사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직면해야 하는 과제이다. 첫 번째 기적은 산의 경사를 따라 팝업 급상승을 하여 중력가속도를 버틴 뒤 다시 산의 경사를 따라 급하강하여 레이저 조준을 통해 적의 시설을 초기 공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후발주자로 따라오는 대거 2, 4의 결정타를 위한 전초전이다. 두 번째 기적은 대거 2, 4가 결정타를 정확하게 날려 타겟을 완전히 파괴시키는 것이다. 매버릭과 피닉스는 첫 번째 기적을 완료시켰고, 남은 몫은 뒤따라오는 대거 2, 4에게 있었다. 대거 4에서 레이저 조준을 시도하지만 잘 작동하지 않았고, 시간은 촉박한 터라 루스터는 결국엔 폭탄을 레이저 조준 없이 먼저 투하한다. 결과는 명중. 이 장면에서 루스터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루스터의 원래 성격이었다면 레이저 조준이 잘 되지 않았다면 불안해하면서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냈을 확률이 높다. 본인의 직감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는 루스터가 불안해하는 모습 없이 꽤 빠르게 결단을 내렸고, 본인의 직감을 믿은 결과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루스터가 매버릭과 함께하며 배운 것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 보던 것들은 잊고 자신의 직감을 따르는 것. 루스터는 매버릭과 이것을 두고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중요한 자리에서 매버릭의 말을 결국엔 수용하고 실천하면서 변화와 성장을 그려낸 것에 또 다른 재미를 느꼈다.
(Maverick) "We are not out of this yet. Here it comes!"
두 개의 연속적인 기적이 완료된 후 상공에 꽤 높이 진입하자 전투기들은 지대공 미사일의 집중 타겟이 되었다. 들리는 것은 사람들의 고함소리, 플레어가 뿌려지는 소리, 전투기에서 울리는 경고음 소리, 미사일이 발사되는 소리가 전부다. 미사일이 쏟아지는 하늘 속에서 목숨을 건 혈투가 시작된다. 대거 편대는 엄청난 집중력과 팀워크로 미사일을 여러 발을 막는 데 성공하지만, 루스터에게 문제가 닥쳤다. 미사일은 날아와 가까워졌는데 플레어를 다 소진하여 미사일을 회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리고 그때, 매버릭은 코브라 기동을 사용해 단숨에 루스터의 전투기의 후방을 확보한 후 플레어를 뿌려 루스터의 사고를 막는다. 하지만 코브라 기동 이후 속도가 감소한 매버릭의 기체는 지대공 미사일의 먹잇감이 되어 매버릭의 전투기는 미사일을 맞고 추락한다. 비상탈출 낙하산을 본 적이 없다는 동료의 말과 함께 비행 중인 대거 편대와 작전지휘실 모두는 충격에 빠진다. 그리고 루스터, 행맨, 혼도가 구조를 요청하지만 상부에서는 더 이상의 희생을 늘릴 순 없다며 복귀명령을 내린다. 영화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 한다면 이 장면이 들어갈 것 같다. 최종 임무를 성공하여 기뻐할 틈도 없이 대거 편대를 마주하는 것은 쏟아지는 지대공 미사일들이었고, 정신이 없고 혼란스럽고 급박한 상황 가운데 완벽한 팀플레이와 집중력을 보이며 대부분을 회피하는 데 성공한다. 그 장면을 원경으로 잡아서 비행기와 미사일의 궤적과 전체적인 장면이 보이는 구도도 되게 멋있었다.
-(Rooster) "Then it's a dogfight."
-(Maverick) "In F-14, against 5th gen fighters?"
-(Rooster) "It's not the plane, it's the pilot."
-(Rooster) "Come on Mav, don't think. Just do."
매버릭은 다행히 살아있었고, 적군의 헬기 공격에 목숨이 위험할 뻔 하지만 루스터가 헬기를 격추하여 매버릭을 구했다. 루스터와 다시 재회한 매버릭은 고맙다는 인사 대신 루스터를 밀쳐 넘어뜨린다. 매버릭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될 만 하기도 한 것이, 매버릭은 루스터의 아버지, 구스를 자신의 실수로 잃었기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고, 이로 인해 루스터도 목숨을 잃기를 원치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루스터는 명령도 어기고 적군 지대로 당당히 진입했으니 곤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매버릭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냐며 묻지만 루스터가 "생각하지 말라면서요!"라고 말하자 반박할 수 없었는지 멋쩍어하다 "그래도 살아서 다시 보니 좋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둘은 본격적으로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앞서 미션을 할 때 적군의 활주로에 발사했던 토마호크 미사일 때문에 활주로가 초토화되어 혼란에 빠진 적군 공군 기지를 염탐하다 매버릭은 격납고의 F-14를 탈취하여 벗어나자고 한다. 루스터는 그 고물을 어떻게 띄우냐며 의심하다 다른 경우의 수가 없던 지라 둘은 전투기를 탈취하는 데 성공한다. 매버릭은 F-14의 가변익을 펼쳐 미친 속도로 달려 전방 랜딩 기어를 깨는 것을 감수하고 이륙에 성공한다. 그 뒤 루스터는 자신의 송신기를 작동시키고 이에 항모에서 루스터의 신호를 포착하고, 이것이 초음속으로 비행하고 있다는 것과 F-14가 항모를 항해 접근하고 있다는 보고를 들은 상부는 매버릭임을 알아챈다. 하지만 매버릭의 F-14 옆에는 적기 2대가 접근하고 있었고, 적기는 매버릭과 구스터가 탑승한 F-14를 공격할 태세를 보인다. 이를 알아챈 매버릭과 루스터는 혼란에 빠진다. 매버릭이 F-14를 탈취하는 장면에서 머릿속에서는 내가 지금 미션 임파서블을 보고 있는 건지 탑건을 보고 있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불가능한 미션을 해결하는 것이 매버릭 답다고 생각했고, 또 지금은 퇴역한 F-14 전투기를 노출시키면서 1편에 대한 향수와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도 정말 좋았다. 이렇게 원작에 대한 충성스러운 오마주를 보이는 작품은 드물 것 같다.
-(Maverick) "What the..."
-(Rooster) "Holy s**t! What the f**k was that?"
매버릭은 처음엔 전투를 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앞서 언급했던 대화에서의 루스터의 말에 매버릭은 눈빛이 바뀌고 기수를 돌려 기관포로 기습을 가해 적기 1대를 격추시킨다. 그리고 매버릭은 남은 적기가 미사일을 발사하자 방금 전 총을 맞고 추락하고 있는 전투기를 방패 삼아 그 적기 1대를 완전히 격추시킨다. 그리고는 뛰어난 비행기술로 적기의 뒤를 잡아 미사일을 쏘지만 적군도 만만치 않았다. 발사된 열추적 미사일을 무중력 기동으로 회피해 버리는 적기의 성능과 파일럿의 실력에 매버릭과 구스는 경악한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인가. 미군의 전설, 매버릭은 적기의 조준 시스템을 교란시키기 위해 협곡으로 들어가 본인의 전매특허 움직임으로 적 전투기의 꼬리를 잡은 뒤 남은 33발로 간신히 격추시킨다. 매버릭이 1편에서 격추한 전투기가 총 3대와 합치면 총 5대가 된다. 이번 영화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전투 중의 도그파이트 장면이라 기대를 많이 했다. 그리고 이 장면은 여러모로 뜻깊었다. 우선 첫 번째로 매버릭이 다시 F-14에 올라 격추를 했다는 것. 매버릭은 탑건 1편에서 F-14로 정말 무서운 실력을 보였다. 그리고 이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2편에서 매버릭이 F-14에 탑승하기만 해도 가슴이 뛰었을 것이다. 30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 적군의 5세대 전투기와 최초의 4세대 전투기, F-14로 격추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매버릭이 이런 사람이었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나아가 이 영화가 매버릭을 위한 피날레라는 것도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둘째로는 비행기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다. 1편의 매버릭이 탑승한 전투기에는 매버릭과 루스터의 아빠, 구스가 탑승한다. 그리고 이 둘은 시간이 흘러 매버릭과 루스터의 조합으로 변한다. 매버릭 입장에서는 본인 친구의 아들과 비행을 하는 것이고, 루스터의 입장에서는 아빠의 친구와 비행을 하는 것이다. 서로가 탑건 졸업생이라는 최고의 칭호를 달고 같은 위치에서 만나 서로 임무를 하는 것이 감동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모습을 담은 영화다.
(Hangman) "Good afternoon, ladies and gentlemen. This is your savior speaking. Please fasten your seat belts, return your tray tables to their locked an upright positions, and prepare for landing."
탈인간적인 실력과 천운이 겹친 매버릭과 구스터는 항모가 있는 바다로 진입하고 후방석의 루스터가 겨우 레이더를 켜는 데 성공하지만 그 순간 전투기에 경고음이 울려 퍼진다. 누군가 매버릭과 루스터가 타고 있는 비행기를 조준했다는 것이다. 바로 정면에서 날아오고 있는 5세대 전투기. 방금 전 모든 탄약을 다 소진했을 뿐만 아니라 플레어도 다 써버려서 도저히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매버릭은 비상탈출을 위해 필사적으로 상승하여 탈출고도를 확보하지만 뒷좌석의 탈출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염없이 상승만을 하다 적기에게 조준당하고, 격추당할 위기에 놓였다. 친구의 아들마저 지켜내지 못하게 된 매버릭이 구스에게 미안하다며 눈을 질끈 감은 순간, 적기의 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 다른 미사일이 날아와 적기를 격추한다. 이 정체는 바로 행맨. 항모에 대거 스페어, 유사시를 위해 대기하고 있던 행맨이 출격하여 적기를 격추시킨 것이다.
매버릭과 루스터는 정상이 아닌 전투기를 끌고 항모에 비상착함을 무사히 성공한다. 매버릭과 루스터를 포함한 조종사 전원이 무사 귀환하면서 작전은 완벽하게 종료된다. 그야말로 죽었다 살아난 둘의 귀환 소식에 항모 위는 축제가 된다. 매버릭은 동료들과 기쁨의 포옹을 하고, 루스터는 밝은 표정으로 행맨과 악수를 나누고, 피닉스와 포옹을 나눈다. 매버릭은 자신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사이클론과 워록에게 경례를 한 뒤, 루스터를 바라본다. 작전을 나가기 전 루스터는 매버릭에게 말을 하려고 했지만 망설이는 것을 보고 매버릭이 이야기는 나중에 갔다 와서 하자며 상황을 넘긴 적이 있었다. 그리고 작전이 끝나고 돌아온 지금, 매버릭은 루스터를 말없이 포옹해 준다.
-(Maverick) "Thank you for saving my life."
-(Rooster) "It's what my dad would've done."
이 두 줄의 대사가 참 명대사라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단편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매버릭의 대사를 보면 아버지 구스를 잃은 사고에 함께였던 매버릭의 마음, 심리, 그리고 자연스레 루스터에 대한 감정이 진정으로 구원됐음을 느꼈다. 루스터의 대사를 보면 루스터의 마음이 한층 성장하고, 많이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루스터와 매버릭은 처음에 의견 충돌, 가치관의 충돌, 그리고 가족 간에 있던 유감스러운 사고 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았다. 루스터가 오죽하면 자신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루스터의 "아버지라면 그러셨을 테니까요"라는 말은 루스터가 이전에 했던 언행과 철저히 반대되는 말이다. 매버릭에게 아버지와는 다르게 당신을 믿는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던 루스터의 감정이 변하여 저런 행동과 말로 나타났다는 것에 대한 희열, 그리고 뜨거운 감정을 느꼈다.
"So cry tonight, But don't you let go of my hand.
You can cry every last tear
I won't leave 'til I understand.
Promise me, just hold my hand."
매버릭은 페니와 재회의 키스를 나누고, 비행기를 타고 함께 비상한다. 루스터는 격납고 벽면에 붙은 아버지와 매버릭의 사진을 두드리고, 그 옆에 새롭게 붙여진 자신과 매버릭이 찍힌 사진 앞을 미소를 지으며 지나간다. 그리고 레이디 가가의 엔딩곡 Hold My Hand가 흐르고, 매버릭의 비행기는 석양을 향해 날아가는 배경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나에게 있어서 이 영화는 인생을 바꾼 터닝 포인트이다. 영화를 무서워했고, 영화관이라는 공간을 두려워했던 소년은 우연히 한 영화로 인해 영화를 사랑하게 되는 사람으로 변한다. 그래서 나에게 이 영화는 작품성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한 영화를 영화관에서 10번 이상 본 경험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각종 OTT 서비스와 여러 전자기기로 영상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탑건: 매버릭>은 중후하고 클래식한 매력으로 영화관의 좋은 음향환경과 거대한 스크린으로 즐겨야 그 매력을 발휘한다.
물론 이 영화가 좋지 않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웅장한 음악과 눈을 뗄 수 없는 역동적인 화면 연출, 극적인 시각적 쾌감, 1편에 대한 충성스러운 오마주가 모여 이 영화를 이룬다. 사람들이 느끼는 1편에서의 좋은 부분은 모두 채용하여 영화에 녹여냈고, 그 이외의 연출의 완성도, 캐릭터의 매력, 임장감 관련한 부분은 빠짐없이 업그레이드된, 그야말로 이보다 좋을 순 없을 것 같다. 누군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탑건: 매버릭> 그거 스토리도 너무 뻔하고 다 예상된다." 관점을 바꿔서 나는 이 영화가 뻔한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뻔해도 이렇게 완벽하게 뻔하면 우리는 재미를 느낄 수밖에 없다. 클리셰 덩어리에 주인공은 무조건 죽지 않는다는 공식을 아주 충실하게 따르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영화를 흠잡을 수 없다. 그것마저 완벽하게 어우러져 뻔하다는 것을 넘어서서 심플하고 즐기고 다가가기 쉬운, 언제든지 나를 팔 벌려 환영하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나는 느꼈기 때문이다.
매버릭이 영화 초반에는 혼자 있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영화 결말에서는 같은 장소여도 매버릭은 혼자이지 않다. 외롭지 않다. 매버릭의 옆에는 루스터, 페니, 페니의 딸 아멜리아까지 마치 가족처럼 보인다. 그리고 깔리는 레이다 가가의 Hold My Hand의 아름다운 선율과 따뜻한 가사가 합쳐지며 장면의 각별함, 영화의 의미를 더해준다.
사실 이걸 적기 위해 드는 시간마저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이 영화를 본 뒤에 정말 큰 울림이 있었다. 그냥 미치도록 좋다. 너무 좋다. 언제나 생각나고, 설레고, 보고 싶고, 나의 가치관을 바꾼 영화이다. 이 영화가 존재함에 감사하고, 내가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원 없이 봤음에 후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