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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가는행인 Dec 26. 2021

파티 게임이 극복해야 할 과제

어몽 어스와 폴 가이즈로 보는 파티 게임의 흥망성쇠

1. 인트로

코로나 시국의 최대 수혜 업계를 고르라면, 많은 사람들이 게임 업계를 고른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게이머 인구가 작년에 성장한 것은 맞지만, 코로나와 무관하게 그 동안 꾸준히 일정한 상승세를 보였다 (출처: https://financesonline.com/number-of-gamers-worldwide/). 물론 게임 업계의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과는 (https://techjury.net/blog/gaming-industry-worth/#gref) 별개의 이야기지만, 코로나의 해처럼 느껴진 2020년에는 왜 유독 게임의 임팩트가 크게 느껴졌을까?


필자는 2020년에 온라인 파티 게임 2개가 유행하며 많은 사람이 게임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바로 미디어토닉 게임즈 (Mediatonic)의 폴 가이즈 (Fall Guys: Ultimate Knockout)과 이너슬로스 (Innersloth)의 어몽 어스 (Among Us)다.

폴 가이즈 (좌)와 어몽 어스 (우) (출처: 공식 이미지)

그럼 이 두 게임의 공통점이 뭐였는지, 그리고 얼마나 유행했는지 한 번 살펴보자.


2. 두 게임의 흥행

어몽 어스는 마피아 게임에 약간의 변화를 준 게임으로, 최대 10명의 플레이어가 제한된 공간 안에서 미션을 클리어해야 한다. 대부분은 고장 난 전자기기를 전부 수리하는 미션을 수행하지만, 소수는 마피아가 되어 안 들키고 다른 플레이어를 죽여야 한다. 폴 가이즈는 몇십 명과 대결 구도로 술래잡기, 축구, 장애물 코스 통과 등 무작위로 정해지는 미니게임을 해서 마지막에 살아남는 1인이 되어야 한다.


두 게임의 가장 큰 공통점은 친숙한 규칙을 쓴다는 점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덕분에 트위치와 같은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크게 인기를 몰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얼리 어댑터들이 스트리머 보고 시작했다면, 그 이후에는 친구까지 시작하게 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거기에 어몽 어스는 게임 밖에서도 각종 콜라보를 통해서 입지를 굳혔고,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어몽 어스 콜라보 이력 (출처: 구글 검색)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게임의 파티가 오래가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빠른 몰락

먼저 대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에서의 두 게임의 데이터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살펴보자.

어몽 어스 시청자 그래프 (출처: TwitchTracker)
폴 가이즈 시청자 그래프 (출처: TwitchTracker)

게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재미는 내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는 긴장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마피아 게임이나 술 게임 같은 경우에 규칙은 간단하지만 누가 이길지, 혹은 누가 벌칙에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감이 생기고 재미있다. 그러나 이런 게임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잘하는 사람이 나오게 된다. 필자 친구 중 몇은 새내기 때 처음 배운 술 게임으로 선배들을 이기려고 도전했다가 크게 패배했는데, 새내기끼리는 비등비등했고 선배들과는 실력 차이가 나던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위에 언급한 두 게임도 플레이 경험에 따라서 실력 차이가 점점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몽 어스는 마피아 게임의 틀을 쓰고 있지만, 의심받았을 때 다른 플레이어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과거 행동을 설명하며 해명해야 한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하면 본인이 어디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기도 힘들고, 거짓말을 해야 한다면 실제로 했을 법한 행동을 말해야 하므로 더욱더 어렵다.


폴 가이즈의 경우에는 실력으로 인한 차이가 더 심하다. 미니게임을 더 잘 이기기 위해서는 섬세한 컨트롤이 요구되고, 그러면 실력이 좋은 사람이 이길 수밖에 없다. 특히 비슷한 게임을 많이 해본 사람들은 게임 론칭 초반에 비교적 적어서 실력 차이가 더 많이 난다. 한 예시로 유명 스트리머 ‘녹두로’는 게임 오픈 후 얼마 안 돼서 15연승 기록까지 세웠었다..! 한 게임의 참가자가 48명(현재는 32명으로 줄어듦)인 점을 고려했을 때, 실력으로 인한 차이가 극복 가능한 정도였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4. 결론

파티 게임은 아는 사람들과 같이해야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데, 이런 실력 격차는 같이 하기 어렵게 만든다. 가볍게 이런저런 플레이 스타일을 재미로 해보는 사람은 ‘덜 좋은 플레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력이 뛰어난 사람과 같이하면 계속 질 수밖에 없고, 결국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파티 게임은 게임 자체가 간단해서, 감이 좋은 게이머는 어떻게 플레이를 최적화해야 할지도 더 빨리 알아차리게 된다.


결국 두 게임이 흥했던 것도, 발목이 잡힌 것도 게임 리뷰에 자주 등장하는 “Easy to learn, hard to master” (배우기 쉬우나 숙련자가 되기 어려운) 특징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파티 게임’으로 포지셔닝하고 낮은 진입장벽의 덕을 봤으나, 결국에 실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게임 구조가 하드코어 게이머와 라이트 유저의 격차를 너무 크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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