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단지 역세권 신축 아파트 입주
우리 가족의 첫 아파트는 대단지 신축에 방 3개에 화장실도 2개가 있고 심지어 역세권입니다. 단지가 커서 역과 가까운 동이 인기가 많은데 다행히 역 앞쪽 동입니다. 새로운 집은 따로 인테리어를 하지 않아도 반짝반짝 빛이 났습니다. 방마다 시스템에어컨도 다 설치했고, 인테리어라고 한 건 중문설치와 다운라이트 조명뿐이네요. 조명덕에 집은 더욱 아늑해 보였고, 새로 산 큰 소파와 큰 식탁까지 있으니 모델하우스가 따로 없었습니다. 놀러 오시는 손님들마다 집이 예쁘다며 칭찬해 주셨고, 아직 어린아이들 눈에도 새집은 너무 좋은 집, 우리를 부잣집으로 착각하게 할 정도였습니다.
2. 층간소음, 나도 가해자이면서 피해자
입주하고 몇 개월 너무 행복했습니다. 아래층이 들어오기 전까지는요. 아래층이 들어오면서 저희도 아이 둘과 함께 최대한 조심히 지낸다고 지냈고, 층간소음 매트부터 바깥활동까지 층간소음에 문제가 될만한 요인은 최대한 만들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전 국민 코로나시절이었던 그때는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었기 때문에 쉽지 않았습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아래층과의 불화는 저희 가족을 정말 지치게 하였고, 이 문제가 우리 가족에겐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 극도의 예민함과 조심함을 갖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 집에서 나는 층간소음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우리 가족은 이 일을 시작으로 다른 이사 갈 곳을 물색하게 되며 부동산 임장이라는 취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3. 식당, 카페, 병원 등 편의시설 부재, 학원가 미비
새집은 너무나 만족하였습니다. 반짝반짝 매일 쓸고 닦고 일상의 집을 사진으로도 남기며 집에 대한 애착도 점점 커졌습니다. 다만, 주변의 편의시설이 확충되지 않아 이용이 좀 불편하였습니다. 신축동네라 깨끗한 점은 좋지만 도보로 마땅히 갈만한 식당도 카페도 없었습니다. 다행히 입주 초기를 지나 식당, 카페, 병원, 약국 등이 점차 생겨났습니다. 학원은 태권도, 피아노, 미술학원을 필두로 이후 영어, 수학, 국어 학원 등이 점차 생겨났습니다. 점점 늘어가는 것은 다행이었지만 학원 선택의 폭은 좁았습니다. 그나마도 유치부, 초등부 정도여서 초등 고학년까지는 학원가 형성에는 시간이 다소 필요해 보였습니다.
4. 초등교육에서 중등으로 이어지는 학군 형성이 미미, 고등학교의 부재
학원가에 이어 학교에 대한 부분입니다. 학원은 셔틀 혹은 라이딩으로 인근 지역으로 보내는 방법이 있지만 학교는 달랐습니다. 초등학교 이후 중학교를 보면 여중, 남중, 공학 중으로 나뉘어서 배정이 됩니다. 초등학교는 현재 만족하며 보내고 있지만, 중학교부터가 정말 고민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중학교 이후 고등학교는 더욱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그렇다고 내 아이가 공부를 썩 잘하는 거 같지는 않지만 학업 분위기라는 부분에서 우려가 되는 점이었습니다.
5. 공급 물량 증가, 시세상승 영향은?
공급 물량이 증가한다는 건 앞으로 좋은 동네로 더 변모할 가능성도 큽니다. 깨끗하고 좋은 신축아파트가 즐비하게 늘어선 동네는 분명 장점입니다. 심지어 앞뒤로 아파트는 더 들어올 예정입니다. 개발호재가 가득한 동네입니다. 시세상승장에서 이 부분이 한편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 아파트가 아니어도 대체지가 많기에 매수자 입장에서 쇼핑하듯 단지를 둘러보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이 점이 저는 우려스러웠고, 시세상승장에서도 압도적 상승효과를 보기 어려웠습니다.
6. 입지, 입지, 입지
결국 입지측면에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아파트는 입지가 좋은 편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좋게 보면 좋은 입지, 나쁘게 보면 나쁜 입지일 수 있습니다. 대단지 신축으로 점점 형성되고 있는 동네는 역세권의 신 주거단지로 명성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신혼부부, 미취학 자녀, 학령기 자녀가 없는 가정에게는 좋은 입지입니다. 다만 학령기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학군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게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7. 햇빛, 조망권, 옆동 벽부
이 부분은 저희 집의 개별요인입니다. 대단지 안에서도 햇빛과 조망권은 동마다 호실마다 다릅니다. 저희는 해가 많이 드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아침해가 떠오를 때 저 멀리 산 위로 일출이 조금 보일 때가 간혹 있는데 그 점이 참 좋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일출의 강렬한 기운이 저를 힘 솟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옆 단지가 한창 공사 중이고 옆 단지의 아파트들이 모두 올라와 공사가 끝날 때쯤이면 우리 집에 들어오던 그 일출마저도 끝이라고 보입니다. 그럼 정말 대단지 속 아파트로 만족해야 하니까요. 탁 트인 전망도 없고 그나마 동 간 거리가 있는 편이지만 거실창 한편으론 옆동의 벽이 적나라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창문은 있으나 햇빛과 조망이 없는 집이 저에겐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습니다.
8. 갈아타기에 대한 수 없는 고민
갈아타기에 대한 고민은 점점 깊어졌습니다. 부동산 임장도 많이 했고, 임장 때마다 느껴지는 괴리감이 저희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결국 신축아파트에 시스템에어컨도 다 있고, 지하주차장에 피트니스까지 있는 이 3세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차라리 다른 곳에 투자를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마음도 컸습니다. 그래봐야 제가 모은 2000만 원여 남짓한 돈으로 오피스텔 하나 살까 하는 알량한 마음도 생겼으니까요. 오피스텔도 대출이 필요하고 대출 역시 자본금이 있어야 하고 도돌이표 같은 놀이에 다시 차분히 마음을 접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매도매수가 가장 이상적이나 우리 집을 팔고 갈만한 다른 지역의 눈에 차는 아파트는 없었습니다. 어디 하나 모나거나 불편한 부분을 감수해야 할 정도의 아파트뿐이었습니다.
9. 결국 집을 팔았습니다.
저희는 집을 여러 차례 부동산에 내놓았다가 회수하고, 다시 내놓고 회수할 정도로 수년에 걸쳐 부동산에 대한 고민을 하였습니다. 2025년 들어서도 정권교체 후 각종 규제가 나오기 직전에도 집을 내놓고 매수할 아파트를 알아보러 다녔었습니다. 가고 싶은 아파트는 벌써 저만큼이나 오르는데 우리 아파트는 물량도 많고 심지어 팔리지도 않았습니다. 여름동안 또 고생이었습니다. 결국 집을 다시 거두고 갈아타기는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올해가 아닌 차라리 중학교 입학할 때를 맞추는 것도 방법이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남편이 알아본 한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고 해당 아파트에 직접 임장 후 그날 집을 내놓자마자 담날 매수자는 바로 계약금을 보내겠다고 하셔서 저희도 뜻 밖에 집을 바로 팔았습니다. 물론 매도의 마음은 있었지만 이렇게 몇 시간 만에 바로 집이 나가고 나니 어딘가 허무하고 허전하고 아쉬운 마음이 더 컸습니다.
어쩌면 팔아야 한다는 여러 이유와 핑계를 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왜 팔아야 하는지, 다음 이사할 곳에 대한 목적을 분명히 하지도 않은 채 덜컥 팔고 나니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하는 후회가 물밀듯 밀려왔습니다. 내가 가진 보석을 보석으로 보지 못하고 돌멩이로 간주한건 아닌지 나의 결정에 오류가 없는지 이제야 정신이 번쩍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팔아야 한다는 가스라이팅을 스스로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굴러온 복덩이를 제 발로 차낸건 아닌지 깊은 좌절감도 들었습니다.
나의 결정이 가족에게 줄 영향이 긍정적 일지 부정적 일지 아직 결과도 없지만 걱정부터 앞서더군요. 아이들의 위한 결정이었다는 현란한 포장이 그 내실 또한 받쳐줄지 의문입니다. 이 선택에 따른 과정과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는 마음다짐만 다시 해봅니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결정을 하루아침에 한 것 같은 느낌으로 마음이 꽤나 무겁습니다. 어쩌면 이 글은 그런 제 마음의 무게를 그나마 덜어내고자 글로써 풀어봅니다.
다음 편은 그래서 제가 산 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디를 어떻게 왜 샀는지에 대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