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송파구 구축 아파트 매수
제가 매수한 집은 송파에 있는 20년이 넘은 33평형 구축아파트입니다. 20년이 넘고 이제 30년을 바라보고 있는 구축이며, 심지어 1층입니다. 같은 아파트에 다른 층도 매물로 같이 나왔지만 1층은 예산에도 적당히 맞고, 아이들 층간소음 스트레스 없이 키울 수 있어서 선택하였습니다. 문제는 번갯불에 콩 볶듯 집도 잠깐 보고 결정했다는 점입니다.
2. 매물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저는 갈아타기에 대한 마음을 접은 후라 더 이상 부동산 매물은 찾지 않았습니다. 기존 광장동, 송파구, 강동 고덕 위주로 매물을 알아보다가 예산적인 부분, 집의 컨디션, 우리 집의 매도 가능성 등의 문제로 진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수요일 저녁, 남편이 화장실 2개, 방 3개에 심지어 33평의 아파트가 있다고 했습니다. 솔깃해진 저는 목요일 오전 해당 부동산에 바로 연락하고 금요일 저녁 방문하여 매물을 보기로 약속했습니다. 매물 탐색에 소극적이었던 남편이 추천한 매물이 궁금했고, 실제로 해당 집에 방문했을 때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평수도 넓어 보였고 1층이라 아이들 키우기에 좋아 보였습니다.
3. 급하게 산 아파트
잠깐 본 아파트를 하루아침에 샀습니다. 금요일 저녁 잠깐 집보고, 금요일 저녁 우리 집을 부동산 매물로 다시 내놓고 토요일 우리 집이 매도가 되면서 매수도 동시 진행하였습니다. 정말로 한나절만에 이 일이 성사되었습니다. 부동산에서 토요일 저녁 7시 가계약금 5,000만 원을 주고받고 약정서 작성 일자까지 확정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 갑자기 정신이 돌아오면서 지금 내가 뭘 한 거지?라는 강한 압박과 불안이 밀려왔고, 그제야 내가 매수한 아파트가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4. 제대로 산 걸까?
송파구에서 잠실 일대와 신축, 준신축 아파트, 대단지 아파트, 재건축 호재 등의 아파트는 이미 저의 예산범위 내에 없는 아파트들입니다. 저의 예산범위 내에 있는 아파트는 흔히 못난이 아파트들입니다. 세대수가 적고, 오래되고, 재건축 혹은 리모델링 호재가 당장 없거나 역에서 멀거나, 선호 지역 학군이 아니거나 하는 등입니다. 제가 산 아파트를 그제야 천천히 들여다보았습니다.
5. 역세권, 학군, 33평
역세권의 학군지에 33평 구축아파트. 이게 결론이었습니다. 지하철역은 도보로 7~8분 정도 소요되고, 초중고가 매수한 아파트 주위로 둘러싸고 있습니다. 지하철역도, 초중고도 나름 가깝게 있고, 바로 옆 신축 아파트가 있어서 잘 나가는 친구 옆에 기대어 있는 아파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33평이라는 점도 삶의 쾌적성이 좋아지겠구나 하는 장점으로 여겨졌습니다.
6. 실거주 아파트로서 오십 점, 투자로서 오십 점 아파트
실거주와 투자 측면에서 둘 다 오십 점입니다. 세대수 적은 구축아파트라 신축에서 경험한 커뮤니티 시설, 놀이터 등의 인프라가 아예 없어서 실거주는 백점 중에 오십 점입니다. 투자 역시 당장에는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 호재도 없고 앞으로도 묘연하여 입지 대비 시세상승여력 또한 미미해 보입니다. 오히려 기존 매도한 아파트가 시세상승여력은 더 있어 보입니다. 좋게 평가해서 오십 점이지 사실 오십 점도 후하게 준 점수입니다.
7. 계약 파기? 계약 진행?
계약을 파기해야 싶을 만큼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계약 파기 시 배액배상으로 일단 1억을 돌려줘야 하고, 우리가 보낸 계약금 5,000만 원도 포기해야 하니 총 1억 5천만 원의 손실이 있습니다. 1억 5천. 평생을 벌어도 만져보기 어려운 이 돈을 어떻게 할까요. 남편은 파기보단 진행으로 하자고 합니다. 1억 5천도 큰돈이고, 가서 잘 살자는 마음으로 그냥 이사 가자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상해 줄 1억 도 없고, 포기할 5천 아깝습니다.
8. 결정, 그리고 실행
이제 선택지는 없습니다. 가야 합니다. 싫든 좋든 가야 합니다. 가야 하기 때문에 이제 정보도 선택적 수용을 해야 합니다. 과정보는 오히려 해가 됩니다. 매도한 아파트의 상승시세, 매수할뻔한 다른 대체지 아파트 등 이번 결정에서 이제 필요 없는 것들은 과감히 버려야 했습니다. 매도한 아파트의 입주민 단톡방은 나왔고, 입주민 카페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샷시는 어디서 시공할지, 욕실은 어떻게 인테리어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현명해 보였습니다.
9. 부동산 분석 vs 직감
저희 부부는 MBTI로 보자면 둘 다 "J" 성향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확실히 J가 맞습니다. 그런 우리 부부가 우리의 전재산인 부동산을, 우리가 살 집을 분석 없이 계획 없이 사는 것 같아 엄청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최근 부동산 유투버, 부동산 강의 등을 통해 온라인 임장, 분석 임장도 많이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분석적인 측면에서는 제가 매수한 아파트는 매우 단점의 아파트임에 보입니다. 이 부분이 저희 부부를 매우 힘들게 했던 요인이었는데요. 막상 다시 임장 하러 간 아파트 동네는 생각보다 그렇게 나 빠보이지만은 않았습니다. 이 집에 살고 싶다는 '느낌'과 동네가 주는 '안정감'이 분석보단 직감으로 느껴졌습니다. 제 감이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던 그에 따른 결과를 책임지는 것도 제 몫이니까요. 그럼에도 이번엔 직감을 한 번 믿어보려고 합니다.
아파트를 매도, 매수하고 나니 이제야 아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들에게 사전 양해를 구하고 전학 등에 대해 충분히 논의가 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단지 같은 학교 친구들, 단지 놀이터, 반짝반짝 새집은 아이들이 거주하는 데는 매우 만족스러운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위해 전학을 결정해 놓고, 막상 아이들 의견은 듣지 못한 소통부재 부모였습니다.
이제 마음을 가다듬고 아이들에게도 이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새롭게 그려봐야겠습니다. 매도 매수 계약도 무탈하게 온전히 잘 무리되기만을 기도드리면서 말입니다. 큰 일을 앞두고 기력이 떨어져서 기운을 모으고자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기도문을 적으며 가족의 안녕과 평화, 이사, 나아가 세계의 평화까지 기도하게 됩니다.
다음 편은 매도하고 나니 보이는 신축 대단지 아파트의 장점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