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글을 쓰고 나서
여러 상담사 분들의 공감을 받았다.
“맞아요, 저도 그래요.”
“하루 종일 상담하고 나면 진이 빠져요.”
“잘 맞추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상담인 것 같아요.”
그 말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까.
왜 상담은 갈수록 더 버거워질까.
처음에는 단순히
상담이 많아서라고 생각했다.
내담자의 감정을 받아주느라,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들으니까,
결과를 맞춰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그런데 오래 상담을 하다 보니
조금 다른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상담이 힘든 진짜 이유는
답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상담은
비슷한 질문으로 시작된다.
“재회 가능할까요?”
“언제쯤 연락 올까요?”
“그 사람 마음이 있을까요?”
내담자는 답을 원하고,
상담사는 그 답을 찾으려 애쓴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질문을 그대로 받아서
가능성과 시기와 결과를 설명한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상담은 이미 지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그 질문 자체가
이미 너무 무겁고,
이미 너무 막막하기 때문이다.
상담을 오래 할수록
나는 점점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어쩌면 우리는
답을 주려고만 해서 힘든 게 아닐까?’
내담자가 던진 질문을
그대로 받아서 답하려 할 때,
상담사는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내담자는 점점 더 답에만 의존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상담은 짧게 끝나거나
비슷한 질문만 반복된다.
그때부터 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상담을 하기 시작했다.
답을 찾기 전에
먼저 질문을 다시 정리해 보기로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내담자:
“재회 가능할까요?”
이 질문을 그대로 붙잡기보다
이렇게 한 번 되묻는다.
“지금 정말 궁금한 건
재회 가능성일까요,
아니면 이 관계를 계속 붙잡는 건 미련일까요, 사랑일까요?
그 순간,
내담자의 표정이 달라진다.
질문이 바뀌면
상담의 방향도 함께 바뀐다.
나는 이 과정을 겪으면서
한 가지를 확실히 알게 됐다.
상담을 오래 이어가게 만드는 건
잘 맞추는 답이 아니라,
내담자의 마음을
제대로 바라보게 하는 질문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질문을
누가 정리해 주느냐에 따라
상담의 깊이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그래서 요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상담사는
답을 주는 사람이기 전에,
질문을 정리해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내담자의 질문을
조금만 다른 각도로 바꿔 주는 것만으로도
상담은 훨씬 편해지고 깊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담사가 덜 지친다.
이 깨달음이 모여
지금 내가 준비하고 있는 책의 주제가 되었다.
‘질문을 바꾸면
상담의 흐름이 달라진다’는 것.
다음 글에서는
가장 많이 받는 실제 질문들을 가지고
어떻게 질문을 바꾸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려 한다.
지금 진행 중인 텀블벅 프로젝트는
이 과정을 실제 상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정리한 작은 가이드북입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상담사라면
분명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