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의 시대,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는 지혜

모순을 끌어안는 사고의 힘

by 박수열

우리의 삶은 마치 끝없이 펼쳐진 갈림길과 같습니다. "자장면 아니면 짬뽕 중 무엇을 먹을까?"와 같은 소소한 고민부터, 일과 삶의 균형, 개인의 성장과 조직의 안정, 혁신과 효율성 사이에서의 중대한 선택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매 순간 상반된 요구들 사이에서 줄타기합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우리를 끌어당기는 힘 앞에서, 우리의 뇌는 익숙하고 안전한 길을 택하려 합니다. 바로 ‘이것 아니면 저것’을 선택하는 이분법적 사고입니다. 확실한 것을 선택함으로써 불확실성과 모호함이 주는 불편함에서 벗어나려는 본능적인 반응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더 이상 유효한 나침반이 되어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하나의 선택지에 매몰되어 더 넓은 가능성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가 되기도 합니다. 승리가 아니면 패배라는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 상반된 가치들이 서로 협력하고 공존하며 더 나은 대안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까요? 이제는 양자택일의 굴레에서 벗어나, 상충하는 두 가지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적 사고로 나아갈 때입니다.


왜 우리는 양자택일의 함정에 빠지는가


우리가 끊임없이 마주하는 갈등의 본질에는 ‘역설(Paradox)’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역설이란, 언뜻 보기에는 서로 모순되어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분리할 수 없이 서로 의존하며 함께 존재하는 요소들을 의미합니다. 안정과 변화, 개인과 공동체, 전통과 현대화, 단기적 성과와 장기적 비전 등이 모두 그러합니다. 한쪽을 강화하면 다른 한쪽이 약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길게 보면 한쪽의 존재가 다른 한쪽의 의미를 규정하고 보완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이토록 역설을 불편해하고, 한쪽만을 선택하려 할까요? 여기에는 세 가지 강력한 함정이 존재합니다.


첫째는 생각의 함정(인지적 경직성)입니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기존 신념이나 경험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증거는 무시하거나 외면합니다. 이는 우리를 ‘토끼굴’ 속에 갇히게 하여 시야를 극도로 좁게 만듭니다.

둘째는 감정의 함정(정서적 불편함)입니다. 모호하고 불확실한 상황은 우리에게 불안과 혼란을 일으킵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러한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고, 명료함과 확실성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을 추구합니다.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기보다 안전한 땅에 발을 딛고 서고 싶은 욕구가 역설을 끌어안지 못하게 막습니다.

셋째는 행동의 함정(습관의 노예)입니다. 우리는 익숙한 것을 선호합니다. 이전에 내렸던 결정이나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경향은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함정들은 우리를 악순환의 고리에 빠뜨려, 역설의 한쪽 면에만 치우치게 만들고 결국에는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기회를 잃게 합니다.


모순 속에서 길을 찾는 새로운 항해술


그렇다면 이 거친 역설의 바다를 어떻게 항해해야 할까요? 해답은 외줄 위에서 균형을 잡는 곡예사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곡예사는 멈춰 서서 균형을 잡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몸을 미세하게 움직이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적 균형’을 유지합니다. 이처럼 우리도 상반된 요구 사이를 능숙하게 오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첫째, 발코니에 올라 큰 그림을 보아야 합니다. 당면한 문제에만 매몰되면 전체적인 맥락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놓치기 쉽습니다. 한 걸음 물러나 발코니에 오르듯 넓은 시야를 확보하면, 상반된 두 힘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미치는지 통찰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현명하고 통합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둘째, ‘네, 그리고(Yes, and)’ 접근법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누군가 내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할 때, ‘아니오’라고 부정하기보다 ‘네’라고 일단 그 사람의 관점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것에서 대화는 시작됩니다. 동의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 사람의 현실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게 하여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진실의 다른 조각들을 발견하게 해줍니다.

셋째, ‘탐구’와 ‘활용’의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배움과 성장의 과정 역시 역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새로운 기회를 찾고 실험하며 혁신하는 ‘탐구’와, 기존의 지식과 시스템을 개선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활용’ 사이의 갈등이 그것입니다. 탐구에만 매달리면 실험 비용만 낭비한 채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활용에만 치중하면 변화에 뒤처져 결국 도태될 수 있습니다.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는 이 둘 사이의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내면의 근력 키우기


역설적 사고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 해결법을 넘어, 우리의 삶을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드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면의 근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편함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역설은 필연적으로 긴장과 불확실성을 동반합니다. 이때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하려 하면 오히려 그 감정은 더 강해져 우리를 지배합니다. 대신, 잠시 멈추어 서서 불편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관찰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역설에 대한 생산적인 반응을 선택할 힘을 얻게 됩니다.


더 나아가 보다 높은 목적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우리가 이 힘든 갈등을 감내해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답, 즉 삶의 중요한 비전과 목적이 있다면, 단기적인 혼란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갈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목적의식은 상반된 양극단을 하나로 통합하고, 우리를 더 높은 차원의 해결책으로 이끌어 줍니다. 또한, 매일 감사한 일을 떠올리고 기록하는 것과 같은 작은 습관은 우리의 관점을 긍정적이고 폭넓게 만들어, 더 생산적이고 통합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훌륭한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


딜레마를 넘어, 가능성의 문을 열다


우리는 모두 역설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알게 모르게 매일 역설을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갈등을 피해야 할 문제로 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창조와 성장의 기회로 볼 것인가 하는 관점의 전환입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상반된 두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길을 모색할 때 우리는 비로소 딜레마의 감옥에서 벗어나 가능성의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의 확장은 우리에게 더 사려 깊고, 창의적이며,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선사할 것입니다. 개인의 삶에서는 더 깊은 만족과 통합을, 직장과 사회에서는 혁신과 발전을 끌어낼 것입니다. 오늘, 당신을 고민하게 하는 딜레마가 있다면, 그 밑에 숨겨진 역설을 찾아보십시오. 그리고 그 안에서 양자택일이 아닌, 제3의 길, 모두를 아우르는 새로운 해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용기 있는 탐색의 끝에서 우리는 한 뼘 더 성장한 자신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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