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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선택의 기술

게임이론과 인문학적 통찰로 풀어보는 성공과 실패의 법칙

by 박수열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출근길에 어떤 길을 택할지, 점심 메뉴는 무엇으로 할지 같은 사소한 결정부터, 직장에서 주어진 업무를 어떻게 처리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나아가 인생의 방향을 좌우할 중대한 의사결정까지.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 수많은 선택 앞에서 우리는 종종 고민하고 갈등합니다. 나의 결정 하나가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알 수 없기에, 더 현명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하지만 복잡다단한 사회와 현실 속에서 완벽히 옳은 결정도, 완벽히 틀린 결정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때로는 무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특히 조직 안에서 주어진 업무와 얽히고설킨 인간관계 속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변수를 마주하며 깊은 고뇌에 빠지곤 합니다.


과연 이 거대한 삶이라는 게임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최선의 수를 둘 수 있을까요? 그 실마리를 인류의 지혜가 축적된 ‘역사’와 인간 행동의 논리를 파고드는 ‘전략적 사고’의 조화 속에서 찾아보고자 합니다.


보이지 않는 질서, 선택을 지배하는 논리


우리의 선택은 고립된 섬이 아닙니다. 나의 결정은 언제나 타인의 결정과 상호작용을 하며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의 ‘전략’과 ‘선택’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는 단순히 이기느냐 지느냐의 문제를 넘어, 선택의 갈림길에서 가능한 모든 정보를 펼쳐놓고 가장 유리한 경로를 탐색하도록 돕는 이성적인 나침반과 같습니다.


이러한 전략적 관점에서 인간 심리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과거에 받은 은혜는 비교적 쉽게 잊지만, 미래에 얻게 될 이익에는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인간관계나 조직 관리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내가 승진시켜 준 부하 직원이 나를 따르는 이유는, 과거에 베풀어준 은혜에 대해 감사함 때문이라기보다는, 앞으로도 나에게서 무언가를 더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즉 나의 영향력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쉽게, 그리고 너무 빨리 모든 것을 내어주지 말라는 오래된 격언 속에는 이처럼 상대방의 미래 기대치를 관리하는 전략적 지혜가 숨어 있는 것입니다.


결국 전략적 사고란, 상대방 역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수를 둘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그 행동을 논리적으로 예측하여 나의 다음 수를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언제 조심해야 할지, 그리고 언제 과감히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를 명확히 가려낼 수 있다면, 우리는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역사는 반복되는 현재의 거울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저 오래된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들이 결정적 순간에 내렸던 판단과 그로 인해 맞이했던 흥망성쇠의 결과는, 오늘날 우리가 일상과 조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의사결정의 순간들과 놀랍도록 닮아있습니다. 시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권력과 신뢰, 배신과 협력,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이러한 ‘전략적 선택의 데이터베이스’로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죽은 지식이 아닌 살아있는 지혜를 얻게 됩니다. ‘만약 그때 그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역사적 가정은 결코 부질없는 상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러한 사고 실험을 통해 우리는 성공과 실패의 핵심 요인을 분석하고, 현재 우리의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가 단지 흥미를 넘어선 성찰과 배움에 있다면, 이러한 가정과 조언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물론 현대 사회는 과거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로 가득합니다. 역사 속 공식이 오늘날 100%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역사를 통해 인간 행동의 근본적인 패턴을 배우고,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전략적 사고의 틀을 훈련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잇고, 인문학적 통찰과 과학적 분석을 연결하는 가장 훌륭한 교차점이 되어 줍니다.


더 나은 선택을 위한 몇 가지 제언


그렇다면 역사의 교훈과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우리는 어떻게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몇 가지 실천적인 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 보상과 인정을 통해 조직의 동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조직의 리더는 크게 기여한 구성원이 반드시 합당한 대우를 받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우수한 인재는 조직을 떠나고 남은 이들의 사기는 저하되며 결국 조직 전체가 와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개개인의 능력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모두가 최선을 다해 헌신하는 조직은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엘리트 집단을 능가할 수 있습니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구성원들의 헌신을 끌어내는 공정한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둘째, 보이지 않는 자산, ‘평판(Reputation)’을 신중히 관리해야 합니다. 집이나 재물 같은 유형자산은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평판은 신기루처럼 한 순간의 실수로도 무너져 내릴 수 있습니다. 특히 리더의 권력이 개인의 역량보다 평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모든 일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단 한 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신뢰를 잃는 순간, 그 기반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습니다.


셋째, 유연한 상상력으로 미래를 그려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모든 경쟁에는 상대방이 존재하며,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도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넘어, 상대의 수를 읽고 허를 찌르는 ‘상상력’이라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미리 그려보고, 각각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Contingency Plan)을 세워두는 습관은 승리의 확률을 극적으로 높여줄 것입니다. 이는 협상 테이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를 옥죄는 ‘데드라인’이란 객관적 사실이기보다 우리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주관적인 압박일 때가 많습니다. 조급함을 다스리고 여러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는 쪽이 결국 협상을 주도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실수를 기억하고 복기해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위대한 성공을 이룬 사람과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일 때가 많습니다. 결정적 순간에 주변에 올바른 정보를 주는 조언자가 없었거나, 부족한 정보로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었을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어떤 이는 실수를 통해 배우고 더 큰 도약을 이루지만, 어떤 이는 실수를 반복하며 결국 그것을 자신의 운명으로 만듭니다. 한 번의 실수는 경험이지만, 반복되는 실수는 실력입니다. 자신의 실수를 냉정하게 인정하고, 반성을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행동과 환경의 변화를 만들어낼 때, 우리는 비로소 실패를 성공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선택이 모여 완성되는 한 편의 대서사시와 같습니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때로 방황하고 실수할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가 남긴 무수한 기록을 거울삼고, 인간의 행동 속에 숨겨진 전략적 논리를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우리는 어제보다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삶이라는 거대한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고 앞서간 플레이어들의 지혜를 배움으로써, 우리 각자의 길을 조금 더 단단하고 자신감 있는 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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