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서둘러 마중 나갑니다
뒷산 그늘진 산기슭,
옹골차게 버틴 잔설 아래
수줍게 고개 내민 산초들이
봄바람에 가만히 설레며 도란도란 속삭입니다.
겨우내 얼어붙어 숨죽였던 냇물,
살며시 얼음장을 밀어내며
졸졸, 촐랑촐랑, 찰랑이며
봄바람의 가락에 맞춰 춤을 춥니다.
차디찬 땅속 깊은 어둠을 뚫고
조용히 꿈틀대는 작은 씨앗,
봄바람이 귓가에 속삭이면
더디지만 묵묵히 빛을 향해 문을 엽니다.
앙상한 나뭇가지 끝마다
포슬포슬 돋아나는 연둣빛 손끝,
봄바람에 살포시 떨리며
햇살을 품고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흐르는 산새의 노래,
봄바람에 실려 먼 산 어귀까지 스며들면
잠자던 숲이 하나 둘 눈을 뜨고
고요한 대지 위로 따스한 선율이 퍼집니다.
살랑이는 봄바람에 나부끼는 여인의 옷자락,
봄볕 아래 피어나는 아지랑이처럼 흩어지며
아련한 흔적을 남깁니다.
어느새 메마른 가슴속에 스며든 그리움,
봄바람 따라 기지개 켜며 피어나
그대에게 서둘러 마중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