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결핍인가 인간 다움의 발견인가?

by 엠에스

< 고독, 결핍인가 인간 다움의 발견인가? >


왜 고독한가?

가끔, 아주 가끔 마음이 덜컥 고요해질 때가 있다. 이유 없이 쓸쓸하고, 아무도 곁에 없다는 생각에 조용히 가슴이 저민다. 어릴 적 흙 길을 달리던 고향 마을, 함께 뛰놀던 소꿉친구들, 언제나 따뜻한 미소로 반겨 주시던 부모님의 모습. 이제는 그리움으로만 남아 있는 시간들이다.

지금 내 곁엔 수십 년을 함께한 가족이 있다. 함께 웃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런데도 문득 외로움이 밀려드는 건 왜일까? 마치 죄라도 지은 듯, 이 감정을 감춰야 할 것 같지만 이 고독은 설명할 수 없이 깊고, 때로는 사무치게 아프다.

친구들을 만나 웃고,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도 그 외로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건 단순히 그리움의 대상이 있어서만이 아니다. 내가 걷지 못한 어떤 길, 살아내지 못한 삶의 한 조각, 내 안에 미처 다하지 못한 꿈과 욕망의 잔상들이 때로는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문득 떠오른다.

이런 고독은 대상이 없는 그리움처럼 찾아온다. 정확한 이유를 묻기 어려운 쓸쓸함,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마음을 적시는 감정이다.

무엇이 우리를 고독하게 만드는가?

'외로움'이란 단어는 왠지 나이 든 사람에게 어울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언제 외로움을 느꼈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젊었을 때"라고 답한다고 한다.

젊음은 전환기다. 어릴 적 친구들과 이별하고, 새로운 환경에 던져지며, 미래에 대한 불안과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우리는 종종 길을 잃는다. 따라서 외로움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삶의 어느 지점에서 우리는 외로울 수 있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그 외로움이 '오래 머무를 때'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소통의 단절’이다. 개인의 외모, 성격, 가정환경 등은 소통의 문을 좁게 만들고, 사회적 요인으로는 개인주의와 자본주의가 고립을 부추긴다. 정신분석가 에리히 프롬은 현대 사회가 자유와 풍요를 제공했지만 그 이면에는 고립과 소외, 그리고 만연한 고독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지속되는 외로움'이다

일시적인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이다. 하지만 외로움이 만성화되면 삶의 질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이 1년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고 한다. 외롭지 않을 때는 외로움을 낭만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막상 그 안에 빠지게 되면 자신을 초라하고 무력하게 느끼기 쉽다.

인간, 고독을 운명처럼 품은 존재

하지만 고독을 오직 소통의 부재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릴케는 “인간은 본래 고독한 존재”라 했고,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로운 동시에 고독한 존재”라 했다. 우리는 불안과 두려움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정신적, 영적인 성숙에 이르기 전까지 인간은 스스로의 미숙함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 채 방황하기 마련이다.

진정한 고독은, 내가 가야 할 삶의 방향과 지금 내가 선 위치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된다. 이 간극을 외면할 때, 우리는 스스로를 고독하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가장 먼저 고독하게 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길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외로움과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프롬은 사회에는 공동체적 가치 회복을, 개인에게는 탐욕을 내려놓고 자기 수양을 제안했다. 타인과의 진정한 관계는 내면의 성찰과 성장 없이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존주의자들은 말한다. “자신이 고독하고 불완전한 존재임을 자각할 때, 비로소 인간은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된다.” 즉, 자신의 고독을 받아들이고 내면의 미성숙을 인식하며 꾸준히 수양할 때 우리는 조금씩 고독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 살아간다. 그 속에서 점점 더 고립되고, 점점 더 외로워진다. 그러나 이 고독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이기심을 조절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의미를 찾아갈 때 우리는 인간으로서 조금 더 성숙해질 수 있다.

고독은 결핍이 아니라 성찰과 성장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고독을 적으로 보지 않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안에서 진정한 인간 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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