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까?"
네가 묻는다.
저녁 바람이 조심스레 머릴 쓸고 간다.
"무엇을 먹지?"
네가 또 묻는다.
나는 웃는다.
"아무거나, 너라면."
네가 조심스레 고른다.
"이건 어때?"
나는 눈빛으로 답한다.
"좋아, 충분히."
"그럼 어디로 갈까?"
네가 묻고,
나는 따라 걷는다.
"여긴 어때?"
그 말에도 나는 웃는다.
"여기도 좋아."
어느새 우리는
어디쯤인가에 닿아,
무엇을 나누고 있다.
'아무거나'는 네 곁에서 빛이 되고,
'어디든'은 우리 둘의 이름이 된다.
설렘이 발끝에 맴돌고,
편안함이 숨결처럼 번진다.
네가 있어,
이 저녁은 더욱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