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 소비할 사람도 없는 사회

by 엠에스

< 일할 사람, 소비할 사람도 없는 사회 >

한국과 일본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초 저출산 문제에 직면해 왔으며, 이에 따른 인구 구조의 급변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이에 따라 초고령사회로의 진입 속도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훨씬 앞질렀다. 문제는 단지 ‘노인이 많아졌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경제의 핵심 축인 ‘생산과 소비’ 양면에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 심각하다.


청년 인구 감소

청년층 인구가 감소하면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 뿐 아니라, 미래 소비의 중심축이 함께 약화된다. 과거에는 20~30대가 신제품을 구입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며 소비 트렌드를 주도했다. 그러나 지금의 청년 세대는 인구 자체가 줄어든 데다, 높은 주거비, 학자금 대출, 불안정한 일자리 등으로 가처분소득이 적고 소비 여력도 제한적이다.


그 결과, 소비는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신기술을 상용화할 유인이 줄어들면서 혁신 투자가 위축된다. 이는 곧 기업의 성장 동력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의 역동성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소비자들은 ‘새로움’보다는 ‘절약’에 무게를 두며, 중고 시장과 공유경제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고령층의 소비 축소와 경제적 파장

고령층 인구의 급증은 경제 소비 구조에 또 다른 충격을 가한다. 고령자들이 경제의 주요 소비층이 되지만, 이들이 소비를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만큼 은퇴 이후 20~30년간 살아가야 하는 고령자들은 노후 자금을 최대한 아끼려는 성향을 보인다. 의료비와 요양비를 우선순위로 두고, 여타 소비는 가능한 한 줄이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게다가 고령층은 이미 주택, 자동차, 가전제품 등 필수재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추가적인 소비 수요가 적다.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에 대한 관심도 낮아, 디지털 기반의 혁신 상품이나 서비스는 이들에게 큰 매력을 주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인구 구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집단조차 소비 확대보다는 지출 억제를 택하게 되고, 이는 경제 전반의 수요 기반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기업의 투자 위축과 시장 위기

이처럼 소비가 위축되면,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 전망 역시 어두워진다. 매출 감소에 직면한 기업은 비용 절감에 나서며 고용 축소, 신규 투자 보류, 연구개발 중단 등의 대응 전략을 채택하게 된다.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소비 급감의 직격탄을 맞아 폐업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하게 되며, 지역 상권은 붕괴 위기를 맞는다.


생산 가능 인구의 축소로 인한 인력 부족 문제까지 겹치며 기업들은 정년 연장, 고령자 재고용 등의 방식으로 노동력을 확보하려 하지만, 이는 인건비와 복지비용 증가를 초래하고 기업의 유연성과 혁신 능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젊고 숙련된 인재의 부족은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키며, 궁극적으로 산업 전반의 역동성을 갉아먹는다.


노동력 대체 전략의 한계

청년층이 줄어드는 가운데, 국가가 노동력을 보충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고령자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고, 둘째는 이민 정책을 통해 외국인 노동력을 유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고령 인력은 경험 면에서 장점이 있으나, 건강 문제와 디지털 역량 부족 등으로 인해 장기적인 생산성 유지가 어렵다.


한편, 이민 확대도 정치·사회적 반발과 문화적 충돌, 외국인 주거·교육 지원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효과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 국내 내수시장의 매력 저하 또한 고숙련 외국 인재 유입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결국 인력 공백은 해소되지 않고, 경제는 활력을 점점 잃어간다.


슬로플레이션의 그림자

저출생·고령화가 심화되면 경제는 ‘디플레이션’과 ‘비용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수요 위축으로 인해 일반 소비재 가격은 하락하지만, 의료·간병 서비스, 식료품 등 필수재는 공급 부족과 인건비 상승으로 가격이 오르게 된다. 이처럼 전체적으로는 물가가 오르지 않으면서도, 일부 생활필수품은 고물가를 형성하는 ‘슬로플레이션(slow flation)’이 발생하면, 소비자 혼란과 정책 대응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된다.


재정 부담과 세대 갈등의 심화

고령화가 심화되면 연금, 의료, 요양 등 사회보장 비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 연금 수급 연령을 높이거나 지급액을 줄이려 하지만, 이는 고령층의 소비 위축을 심화시키고, 동시에 청년층에는 세금과 사회보험료 증가로 이어져 가처분소득이 감소한다. 결국 세대 간 갈등은 더욱 첨예해지고, 사회 통합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부상하게 된다.


지방 소멸과 사회 인프라 붕괴

이러한 위기는 지방에서 더욱 심각하게 전개된다. 청년층의 지속적인 유출과 저출산의 여파로 지방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은 학교, 병원, 상점 등이 순차적으로 사라지는 ‘인프라 붕괴’를 겪고 있다. 농업·수산업 등 1차 산업은 후계자를 찾지 못해 존속이 어렵고, 지역경제는 존립 기반 자체가 무너진다. 결국 수도권 역시 소비 위축과 빈 점포 증가 등 지방과 유사한 침체를 피하기 어려운 흐름으로 전개될 수 있다.


정책의 한계와 경제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

정부는 통화정책, 재정정책, 구조개혁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대응하려 하지만,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소비 위축은 단순한 경기 부양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초저출산·고령화가 고착된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나 재정 확대만으로는 실질적인 경제 활력을 되살리기 어렵다.


오히려 복지 확대를 위해 국가 부채가 증가하고, 조세 부담이 늘어나며,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인해 국가 신뢰도가 떨어지는 ‘정책 역설’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단기 처방이 아닌, 전면적 사회 재설계 없이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임을 시사한다.


결론: 저출생·고령화는 단일 이슈가 아닌 사회 전반의 구조 위기

저출생과 고령화는 단순한 인구 감소 문제가 아니다. 이는 생산과 소비의 기반을 동시에 위협하고, 사회복지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도전이 되며, 세대 갈등과 지역 불균형을 증폭시키는 복합적 위기이다. 이로 인해 한국과 일본은 선진국이라는 위상을 지키기 어려운 내수 침체와 사회경제적 혼란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


경제 회복의 열쇠는 단지 출산율을 높이는 데 있지 않다. 노동시장 개혁, 사회복지 재설계, 교육과 기술 혁신, 외국인 인력에 대한 통합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조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인구 구조 변화는 ‘미래의 위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삶을 잠식해 가는 ‘현재의 구조적 붕괴’로 다가올 것이다.



각주

1. 통계청(2024).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전년 대비 약 24만 명 감소했으며, 2030년까지 매년 감소 폭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

2. 한국은행(2023). 「가계부채 및 소비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30 세대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10년 전보다 감소했고, 주거·교육비 부담이 소비 여력을 크게 제약함.

3. 보건사회연구원(2023). 65세 이상 고령자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23만 원으로 전체 평균의 55% 수준이며, 의료·식료품 지출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함.

4. 기획재정부(2023). 고령화로 인해 국민연금 지급 총액은 향후 20년간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나, 같은 기간 내 재정수입은 정체될 것으로 분석됨.

5. 행정안전부(2024). 「지방소멸지수」에 따르면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115개가 소멸위험지역에 포함.

6. 고용노동부(2023). 고령자 고용 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의 70% 이상이 단시간·저임금 일자리에 편중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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