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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공거사의 세상 보기

나이 드니 보이는 것들

by 엠에스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무심하고 서럽다.


마주한 개찰구, 다른 사람과 다르게 삐빅 거리는 소리, 굳이 그렇게 무임승차를 알려야 하나?


아파트는 옹기종기 대규모로 모여 있지만, 반상회는커녕 사람은 모이지 않는, 곳 없는 희한한 마을.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 안 휴대폰만 응시한 무정한 인심.


경제권이 있어도 집안에선 개보다도 서열이 낮아진 똥 치우는 신세.


일찍 깨어났는데 딱히 할 일이 없어 다시 앉거나 눕는 긴 하루.


그렇지만 별로 한 것 없는데 쏜살같이 달리는 한 주, 한 달, 일 년.

경치구경보다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더 신경 쓰이는 효도 관광.


두 시간이나 기다렸다 흔히 듣는 병명이 ‘노환입니다’. 의사 맞나?


종이랑 팬 찾는 사이 쓸 말 다 까먹은 건망증?


몇 가닥 없지만 전액 다 내야 하는 이발 요금.


나가는 돈은 동일한데 술값에서 건강재, 약값으로 바뀐 용도.


돈 내고 타도 만석 노약자 자리로 가야 하는 따가운 눈총.


모처럼 노약자 자리에 앉아도 아래위로 흘깃흘깃 그리고 휘젓는 고개.

치매가 아닌데도 자꾸 새롭게 불편해지는 늘어나는 자동화 기계.


머리 염색에 젊게 입었는데도 자리 양보받아 더욱 허망한 꽃단장.


어딜 가나 왜 자꾸 묻는 거야 ‘연세가 어떻게 되시나요?’ 거꾸로 매겨지는 서열.

이제는 제치기, 하품 한 번에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선택.


가고 싶은 곳은 많아도 오라는 곳 없는 낯익은 나그네.


가진 것도 없는데 자꾸 비워라 하는 눈 뜨고 코 베는 세상.

그래도 하루하루 욕심 내려놓고 양보하고 여유롭게 따뜻한 햇볕, 신선한 공기, 산뜻한 바람, 깨끗한 시냇물과 더불어 함께하며,


소소하지만 행복한 마음 가득 채워 즐겁게 살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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