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대화가 어려워지고 고집이 세지는 이유

by 엠에스

< 나이 들수록 대화가 어려워지고 고집이 세지는 이유 >

나이 들수록 대화가 어려워진다는 말은 단지 기분 탓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부모나 상사, 나이 든 친척과의 대화에서 '말이 안 통한다'라고 느낀다. 이때 말이 안 통한다는 것은 단순한 언어적 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유연함, 감정의 교환,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능력의 퇴행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퇴행은 단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심리적·사회문화적 요소가 중첩된 결과다.


뇌의 변화와 인지 유연성의 감소

신경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나이가 들수록 정보 처리 속도가 느려지고, 특히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기능이 저하된다. 이 영역은 계획, 충동 억제, 감정 조절, 관점 전환 등에 관여하는데, 이 기능이 약화되면 사고의 유연성과 감정적 융통성이 감소한다.


즉, 이전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유보했던 주제에 대해 단정하고, 자기주장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나이가 들면 신경회로 간 연결성이 떨어지고, 새롭고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는 데 부담을 느끼게 된다. 이에 따라 기존 경험과 가치관에 더욱 의존하고, 낯선 관점에 대해 방어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곧 "왜 요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냐", "그건 말도 안 된다"는 식의 대화 패턴으로 드러난다. 이런 신경학적 변화는 단순한 인식의 차이를 '고집'으로 오해하게 만들고, 세대 간의 거리감은 점점 커진다.


감각의 둔화와 정서 교류의 약화

대화는 논리뿐 아니라 감각과 감정의 영역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서 청력, 시력, 직관적 반응 능력 등 감각기관이 쇠퇴하면, 대화 중 미묘한 표정, 어조, 감정의 뉘앙스를 읽어내는 능력도 떨어진다. 이로 인해 대화의 리듬은 끊기고, 말의 뉘앙스는 오해되고, 정서적 소통은 단절된다.


특히 감정적 유연성은 관계 유지를 위한 핵심 요소인데, 이는 뇌와 감각의 협응 속에서 자극되고 유지된다. 감각이 무디어지면 자연스럽게 감정도 무디어지고,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고 배려하는 능력이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노년기에는 자기 확신이 강해지는 대신, 정서적 교류 능력이 약화되어 '고집스럽고 융통성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기 쉽다.


고립의 증가와 정체성의 경직

현대 사회에서 노년은 종종 관계의 축소와 고립으로 이어진다. 은퇴 후 사회적 역할이 사라지고, 자녀와의 관계도 독립적으로 재편되며, 친구와의 교류는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탱하던 사회적 피드백이 사라지고, 사람은 점점 자기 안에 갇히게 된다.


그러면 기존의 자아 정체성과 가치관은 변화 없이 고착되기 시작하고, 낯선 관점이나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조차 떠올리기 어려워진다. 오랜 시간 나를 지탱해 온 신념은 곧 자아의 성벽이 되고, 그 안에서 사람은 편안함과 함께 고립을 경험한다.


세대 단절과 사회적 소외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노년 세대는 점점 언어와 사고방식에서 소외된다. 메신저 속 대화 방식, 짧은 영상 중심의 문화, 빠르게 바뀌는 유행어 등은 그들에게 익숙한 대화 문법과 전혀 다르다.


과거에는 연장자의 경험과 지혜가 공동체 안에서 전수받았지만, 현대 사회는 신속함과 혁신성을 더 중시하며 과거의 경험을 낡은 것으로 간주한다. 이로 인해 노인은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말이 안 통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쉬워졌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적응의 문제가 아니다. 존중받고 있다는 감각의 소멸은 자기표현을 방어적으로 만들고, 그 방어는 다시 고집으로 표현된다. 결국 이는 개인의 고집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관계적 단절이기도 하다.




나이 듦은 변화 없는 확신이 아니라, 여전히 배우려는 유연함일 때 아름답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더는 배우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아니라, 더 깊이 배우고 더 정제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의 시기다. 그 가능성은 여전히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열릴 수 있다. 고집을 부리지 않아도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으며,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는 태도는 오히려 나이 든 사람의 품격을 보여준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한다고 느껴질 때, '그런 건 몰라'라고 닫아버리는 대신 '그건 어떻게 다르지?'라고 물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전히 배울 수 있고, 여전히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은 노년기의 고립을 뚫는 유일한 통로다.




� 나이 들어도 유연하게 대화하는 힘을 기르는 실천들

1. 하루 10분, 젊은 세대의 콘텐츠 접하기: 유튜브 쇼츠, 뉴스 앱, 요즘 유행하는 표현 등을 관찰하며 세대 언어의 감각을 익힌다.

2. 세대 간 프로그램 참여하기: 구청, 도서관, 마을 공동체에서 여는 세대 통합형 강의, 디지털 문해력 교육 등에 참여한다.

3. 자기 성찰 일기 쓰기: '왜 나는 이 말에 화가 났을까?', '왜 저 의견이 불편했을까?'를 써보며 내 감정의 뿌리를 점검해 본다.

4. 감각 유지 훈련: 독서를 소리 내어 읽거나, 새로운 언어·표현·수어 등을 배우며 감각과 뇌의 민감도를 유지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직면하고 건너려는 태도만이 우리를 다시 연결시킨다. 나이 들어 말이 통한다는 것은, 말이 많다는 뜻이 아니라, 경청과 여백의 깊이가 깊아졌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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