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피양 사람들

by 엠에스

<봉피양 사람들>


언제부턴가 송파에 위치한 봉피양이라는 고깃집을 찾게 되었다. 그곳이 유난히 맛이 뛰어나거나 서비스가 탁월해서는 아니다. 3주가량 숙성된 고기의 식감은 인상적이지만, 가성비를 따지자면 다른 식당이 나을 수도 있다. 6인 미만의 예약은 단골이 아니면 꺼려지고, 주차도 여의치 않아 늘 발레파킹에 맡기곤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곳에 모이는 이유는 다르다. 그 인근은 삼성에서 방산부문 사장을 오래 역임하신, 지금은 퇴임한 어른의 거주지다. 이동이 편치 않으신 점을 고려해, 늘 몇몇 단골 장소를 정해 번갈아 약속을 잡는다. 그중 봉피양은 자연스럽게 자주 오르게 된 공간이다.


모임의 시작은 ‘동네방네’라는 대치동 기반의 지역 커뮤니티였다. 대치동에 사는 전직 삼성 방산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달에 한 번 대모산을 오르며 근황을 나누는 등산 모임이었다. 나는 수지에 살았지만 어느 날부터 문득 이 모임에 합류하게 되었다. 사장님도 간혹 함께 등산하셨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유대감이 형성되었다. 이제는 산 대신 식탁에 둘러앉는 모임이 되었지만, 의미는 오히려 더 깊어졌다.


점차 이 모임은 정규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옛 임원들이나, 방산 부문에서 근무하다 연락이 끊겼던 장성 출신 동료들에게까지 확장되었다. 지금은 퇴직자뿐만 아니라 재직 중이거나 퇴직을 앞둔 후배들도 함께하며, 명실상부 방산 산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자리로 발전해 가고 있다.


모임 날이면 사장님은 늘 와인 두 병 정도를 직접 챙겨 오신다. 재직 시절부터 와인을 즐기셨고, 후배들에게도 한 병씩 권하며 문화를 만들어 오셨다. 예전에는 와인과 소주를 함께 곁들이셨지만, 이젠 그러지 않으신다. 건강을 생각한 변화일 것이다. 묵묵히 병을 따르고 잔을 채우는 모습은 여전히 ‘선배’로서의 진중함을 담고 있다.


초기에는 사장님의 기억에 따라 예전 직함이나 이름으로 부르는 일이 잦았다. 어떤 이들에겐 정겨운 호칭이지만, 상하 관계가 옅어진 지금의 시점에선 부담스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지금은 가급적 현재의 위치나 호칭을 사용하며, 대화 내용도 옛날 회상보다 현재의 시국과 미래에 집중하려 노력하고 있다. 모임은 추억을 소비하는 자리가 아니라, 세대와 경험을 잇는 조용한 전승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요즘 K-방산의 인기는 실로 대단하다. 유럽, 호주, 미국, 동남아까지 한국 방산 기술의 입지는 날로 넓어지고 있다. 단순한 수출국이 아닌, 자유민주주의 체계 내에서의 신뢰 가능한 플랫폼 제공자로서 위상을 확립해가고 있다. 한때 삼성 방산 부문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들은 지금도 KAI,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그리고 수많은 중소기업 곳곳에서 산업의 중추로 활약하고 있다. 삼성의 방산 DNA는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


이 모임은, 곧 그 DNA를 품은 사람들의 자리다.

거창하진 않지만 끈끈한 연대가 있다. 누군가는 고된 현실 속 위로를 받고, 누군가는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연다. 서로를 챙기고, 격려하고, 때론 조용히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 적지 않은 세월을 함께 했던 이들이 다시 마주 앉아, 아직도 뜨거운 피로 산업의 맥을 잇는다.


봉피양은 그저 고기를 굽는 공간이 아니다. 고기 익는 연기 속에서 우리는 지난날의 열정을 기억하고, 미래에 건넬 이야기를 준비한다. 추억과 기대가 겹쳐지는 이 자리에는 맛보다 더 짙은 향이 머물러 있다. 그것은 함께 한 시간, 지켜온 신뢰, 그리고 여전히 계속될 산업의 정신이다.


시대는 바뀌고 조직은 흩어졌지만, 우리가 나눈 책임감과 동지애는 여전히 식지 않는다. 봉피양의 식탁 위에는 음식만이 아니라, 함께 살아낸 마음과 이어갈 사명이 담겨 있다.

*봉피양의 밤, 그리고 사람들*

오랜 동료, 묵은 정, 미래를 나누는 시간. 와인 한 잔, 웃음 한 조각에 지난날의 무게는 살짝 내려놓고, 다시금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이 자리. 각자의 현장에서 방산 산업을 지켜낸 사람들, 이제는 삶을 지혜롭게 나누는 선한 벗들이 되었다. 뜨거운 시절을 함께 지나온 이들의 식탁에는 언제나 따뜻한 마음과 서로를 향한 믿음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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