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늙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은 피부로 늙기 전에 마음으로 늙는다.”
심리학자 칼 융의 이 말은 노화의 진짜 시작점을 정교하게 꿰뚫는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늙고, 피부보다 감정이 먼저 굳는다. 현대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 또한 《Emotional Intelligence》에서 강조한다. “신체 능력보다 더 빠르게 저하되는 것은 공감, 유연성, 그리고 호기심이다.” 이는 감정 체계가 마치 근육처럼,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된다는 뜻이다.
감정은 써야 유지된다
웃음과 울음 같은 정서적 운동이 줄어들면, 뇌는 위험 신호에 과도하게 반응하며 낯선 자극을 적으로 간주한다. 그 결과 표정은 굳고, 대인 관계는 피로해지며, 사소한 마찰에도 쉽게 공격적이 된다.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감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고여 병든다.
미국 NIH가 40~70세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평균 웃음 빈도가 30% 감소한 그룹은 전두엽 회백질 밀도가 동 연령 평균보다 약 4% 더 빠르게 감소했다. 웃음은 단지 사회적 윤활유가 아니라, 신경영양인자(BDNF) 분비를 촉진하여 시냅스를 연결하고 뇌의 가소성을 유지하는 ‘감정적 피트니스’ 운동이다. 웃음을 잃으면 뇌는 자기 방어 모드로 전환되고, 세상은 더 차갑고 위협적으로 보인다.
눈물 또한 마찬가지다. 철학자 마르타 누스바움은 《Upheavals of Thought》에서 “눈물은 타인의 고통을 내 안으로 들여오는 감정적 숨쉬기”라고 말한다. 울지 않는다는 것은 고통을 통과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며, 결국 공감 회로가 닫히고 타인과의 정서적 연결망은 점차 녹슬게 된다.
무표정은 뇌를 속이고 삶을 굳게 만든다
정신의학자 폴 에크먼의 미세표정 연구는 감정이 단지 내부 상태에 그치지 않고, 얼굴 근육을 통해 강화되거나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착된 무표정은 뇌에 “나는 지금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를 상시적으로 보내며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만성화시킨다. 표정이 어두워질수록 인지는 왜곡되고, 작은 갈등에도 '공격-방어' 회로가 즉각 작동한다.
이런 악순환은 나이가 들수록 심화된다. 왜일까?
왜 감정은 더 빨리 늙는가?
감정의 노화는 단순히 생물학적 노화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문화적 억압과 개인의 방어기제가 만든 퇴화이다.
① 역할 고정화: 직장과 가정에서 정해진 역할에 갇히면,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거나 표현할 기회가 줄어든다. 감정 어휘의 스펙트럼이 좁아진다.
② 감정 억제 규범: “어른은 차분해야 한다”, “남자는 울지 않는다”는 사회 규범은 감정의 표현 자체를 부끄럽게 만든다.
③ 신경전달물질의 감소: 세로토닌과 옥시토신 수치는 40대 이후부터 완만히 감소하여, 감정 회복 탄성이 줄고 정서적 반응이 무디어진다.
④ 디지털 사회의 감정 피로: 감정을 ‘즉시 소비’하는 SNS,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알고리즘화 된 관심 경제는 깊은 정서 표현을 방해하고 피상적 반응만을 강화한다.
이처럼 감정노화는 생물학적 요인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억압과 기술적 환경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감정노화를 되돌리는 루틴: 정서 리모델링
감정은 나이 들수록 줄여야 할 것이 아니라, 더 정교하게 빚어야 할 예술이다. 다음은 감정노화를 늦추는 ‘정서 리모델링 루틴’이다.
① 정서 일기 쓰기: 하루 3가지 감사·감탄·감정 포인트를 기록해 감정 가소성을 유지한다.
② 표정 스트레칭: 눈썹 올리기, 광대 근육 풀기, 입 꼬리 들기 같은 미세근육 운동은 뇌에 긍정 신호를 보내고 감정 회로를 리셋한다.
③ 복식호흡 + 웃음소리: 짧은 웃음과 복식호흡은 얼굴과 복부를 자극해 BDNF 분비를 높이고, 긴장된 자율신경계를 이완시킨다.
④ 감정 산책: 걷는 동안 감정을 소리 내어 표현하거나 독백하는 것은 감정을 해소하고 순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⑤ 공감 스트레칭: 의도적으로 타인의 사연에 감정이입 하는 ‘공감 근육 훈련’을 통해 정서적 탄력을 키운다.
⑥ 사회적 신뢰 훈련: 회신 지연, 약속 파기 같은 일상적 관계 실수를 바로 인정하고 사과함으로써, 정서적 피드백 루프를 건강하게 유지한다.
철학적 통찰: 감정은 존재의 방식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은 세계 속에서 감정과 함께 던져져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감정은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이다. 감정 없이 존재하는 것은 삶을 ‘생물학적으로 지속하는’ 것이지, ‘존재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마르셀 프루스트도 “감정은 기억의 심장”이라고 말했다. 감정이 줄어드는 순간, 우리의 기억도, 삶의 서사도 흐릿해진다.
결론: 감정을 쓰는 것은 늙지 않겠다는 저항이다
노화는 단지 시간이 흐른 결과가 아니다. 쓰지 않은 감정, 느끼지 않은 가능성, 표현되지 않은 슬픔과 기쁨이 쌓인 결과다. 감정은 쓰면 쓸수록 선명해지고, 느끼면 느낄수록 깊어진다.
“늙는다”는 말 대신 “감정을 덜 사용한다”는 표현을 떠올려 보라. 오늘 하루, 한 번 더 웃고, 한 번 더 공감할 때, 당신의 마음은 다시 젊어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