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하늘 아래,
조용히 휘날리는 반쪽 깃발,
그 아래 우리는 멈추어 선다.
누군가는 말없이, 누군가는 눈물로,
잊지 않으려 가슴을 다잡는다.
총성이 멎은 자리에도
여전히 울리는 심장의 북소리,
땅 속 깊은 곳까지 스며든 이름들,
그 이름 위에, 우리가 산다.
그 숨결 위에, 오늘이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조용히 올려다보던 깃발 아래
그저 바람이려니 했던 펄럭임이
이제는 누군가의 마지막 숨결이었다는 걸 안다.
젊은 피로 적신 땅에
자유의 꽃이 피었고,
그 꽃을 지키려 남긴 발자국이
지금의 길이 되었다.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아들이
조국이라는 이름 앞에
자신을 내려놓았던 그날,
우리는 다시 배운다.
이 땅에 진심으로 머무는 법을.
그들이 지킨 하늘 아래,
이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경계가 아닌 사랑,
분열이 아닌 연대.
갈라진 강 너머에도 피어난 민들레처럼,
우리는 언젠가 하나의 봄이 되리라.
그 꿈이 헛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다리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말이 따뜻하고,
우리의 손이 서로를 감쌀 때,
비로소 그들의 희생은
지금 여기서 살아 숨 쉰다.
그대들의 희생이 남긴 질문 앞에
우리의 오늘은 어떤 대답이 될 수 있을까?
다만 바라는 건,
우리가 더 나은 내일을 남기는 일.
오늘, 우리는 약속한다.
다시 울리지 않게 하리라,
이 땅에 울음보다
노래가 먼저 퍼지게 하리라.
서로를 품는 하루하루가
가장 고귀한 헌화임을 믿으며,
우리,
그날의 바람이 오늘을 깨우듯
미래를 향해 함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