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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에게 배운다

야성의 윤리와 인간성의 거울

by 엠에스

<늑대에게 배운다 – 야성의 윤리와 인간성의 거울>


인간은 본능적으로 권력을 좇는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경쟁하고, 때로는 서로를 짓밟는다. 정치, 조직,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우두머리’가 되기 위한 다툼을 익숙하게 목격한다. 그러나 자연 속에는 전혀 다른 질서가 존재한다. 바로 늑대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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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사회에 '우두머리 경쟁'은 없다?


흔히 오해되곤 하지만, 늑대들은 단순히 알파(Alpha)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존재들이 아니다. 1970~80년대에 유행했던 "알파 늑대 이론"은 포획된 늑대 무리에서 관찰된 것이며, 이후 야생 늑대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이 이론은 상당 부분 수정 혹은 폐기되었다.


오늘날 생태학자들은 늑대 무리를 ‘가족 단위’로 이해한다. 알파 수컷과 암컷은 단지 무리의 부모일 뿐이며, 그 자식들이 성장하며 함께 무리를 이룬다. 경쟁보다 중요한 것은 협력과 역할의 분담이다.


늑대는 각자의 기질과 능력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기 역할을 해낸다. 어떤 개체는 사냥에, 또 어떤 개체는 새끼 보호나 경계에 탁월하다. 리더란 위에서 명령하는 존재가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자연스럽게 책임을 지는 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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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사랑: 충성, 책임, 그리고 헌신


늑대는 일부일처제에 가까운 짝짓기 방식을 유지한다. 한 쌍이 맺어지면 수년간 짝을 유지하고, 상대가 죽거나 사라지기 전까지 다른 짝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컷 늑대는 짝에 대한 헌신이 강하다. 연구에 따르면 짝이 죽은 후에도 새끼가 자랄 때까지 홀로 돌보는 사례가 관찰된다.


일부 전승적 이야기나 소설에서는 수컷 늑대가 짝의 죽음을 따라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는 설화적 이미지도 있다. 물론 실제 야생에서 이는 낭만적 과장일 수 있으나, 인간 사회가 강조해 온 ‘의리’, ‘헌신’, ‘가족을 위한 희생’이 오히려 자연 속 늑대에게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늑대는 사냥한 먹이를 짝과 새끼에게 먼저 제공하고, 스스로는 마지막에 먹는다. 자신의 안위보다 가족의 생존을 우선시한다. 이 얼마나 가부장적 권위가 아닌 책임 있는 동반자적 리더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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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집단지성: 위기의 순간, 각자의 역할로 움직이다


늑대 무리는 단순한 힘의 집합체가 아니라 네트워크로 연결된 유기적 조직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명령 없이도 각 개체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수행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에 투입된다. 이는 인간 사회가 추구해야 할 '자율적 협력 시스템'의 모델이기도 하다.


현대 조직이 직면한 많은 문제는 ‘지시받는 인간’에 의존하기 때문이며, 늑대처럼 역할 중심의 분업과 책임 공유의 문화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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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사냥꾼, 늑대


늑대는 사냥 시 약한 동물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고도 존재한다. 물론 생존을 위해 사냥은 불가피하지만, 많은 사례에서 그들은 질병에 걸리거나 무리에서 떨어진 개체를 사냥하며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자연의 청소부’ 역할을 한다. 오히려 강한 상대와 마주할 때 더 치열하게 맞서 싸운다.


이는 현대 사회의 일부 인간들이 보여주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태도와는 뚜렷이 대조된다. 인간이 가장 도덕적 존재라고 자부하지만, 늑대가 보여주는 삶의 방식은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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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고찰: 인간은 정말 진보했는가?


우리는 종종 인간이 ‘동물보다 우수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늑대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인간 사회보다 더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질서가 보인다.


그들은 권력 다툼을 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에게 끝까지 헌신한다.

공동체 안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인다.

약자에 대한 배려와 생태계에 대한 책임을 안다.


‘우리가 추구하는 인간의 도리를, 늑대는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 아닐까?’


인간의 진보란 기술의 발전이나 경제 성장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공존, 배려, 책임, 충성 같은 가치가 뿌리내린 사회가 진정한 의미의 진보된 공동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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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으며: 야성은 야만이 아니라 윤리다


늑대는 인간보다 덜 말하지만, 더 많이 행동한다. 덜 따지지만, 더 많이 지킨다. 인간은 스스로를 ‘이성적 존재’라 부르지만, 늑대는 이성보다 앞서는 자연적 윤리를 보여준다.


인간 사회가 점점 더 경쟁과 이기주의에 빠질수록, 우리는 자연 속에서 거울을 찾아야 한다. 늑대는 단지 사냥하는 동물이 아니라, 가족을 이루고, 헌신하며, 조화를 이루는 존재이다.


우리가 더 늑대 같아진다면, 어쩌면 인간다움도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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