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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과 감정이 이끄는 경제

인간 본능의 유혹: 안이구심(眼耳口心)

by 엠에스

<감각과 감정이 이끄는 경제>


감각의 존재, 감정의 소비자


인간은 이성적 존재로 설명되곤 하지만, 실상 우리의 행동과 선택을 이끄는 것은 감각과 감정이다.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어디에 가고, 무엇을 사고 싶어 하는가를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한 합리성보다는 본능적 유혹이 자리한다.


동양 고전에서는 이러한 인간 욕망의 구조를 안이구심(眼耳口心)으로 설명한다. 눈(眼)이 즐거운 곳, 귀(耳)가 기쁜 소리를 듣는 곳, 입(口)이 맛있는 것을 경험하는 곳, 그리고 마음(心)이 들뜨거나 위로받는 공간. 이 네 가지 요소는 인간의 본능적 만족을 이루는 기둥이며, 감각과 감정을 자극하는 핵심 축이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 네 가지 본능이 만족되는 공간에는 언제나 사람이 몰리고, 돈이 흐르며, 이야기가 생성된다. 이것이 바로 ‘감각 경제(Sensory Economy)’ 혹은 ‘몰입 경제(Engagement Economy)’라 불리는 오늘날의 새로운 경제 지형이다.


진화심리학이 말하는 감각의 경제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인간의 감각은 생존을 위한 정교한 진화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시각은 위험을 피하고 기회를 포착하게 했고, 청각은 포식자의 움직임이나 집단의 의사소통을 가능케 했으며, 미각은 독과 영양을 구분하도록 훈련돼 왔다. 감정, 즉 ‘마음’은 공동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회적 신호체계로 발전했다.


이렇듯, 감각과 감정은 인간 존재의 ‘부수적 장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따라서 현대 경제가 감각과 감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인간의 본질을 향해 회귀하는 움직임이다.


감각이 이끄는 경제적 흐름


시각과 청각의 결합: 몰입의 공간

영화관, 공연장, 스포츠 경기장은 ‘눈과 귀’가 동시에 만족되는 장소다. 고화질 영상, 입체 음향, 실시간 응원은 단순한 소비가 아닌 몰입을 유도한다. 이는 기술이 인간 감각을 확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마셜 맥루한의 말처럼, “모든 미디어는 인간 감각의 확장”이기 때문이다.


입의 즐거움, 미각의 산업화

맛집이나 미식 투어는 단지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문화적 체험이자 힐링이고, 때로는 자존감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국 외식 산업이 연 100조 원에 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맛있는 것'이 아닌, ‘맛있는 경험’을 소비한다.


마음의 설렘과 불확실성의 경제

도박장, 증권시장, 스포츠 응원, 게임, 가상화폐 투자 등은 모두 '심'(心)의 욕망을 자극한다. 인간은 불확실성 속의 기회에 본능적으로 끌리며, 희망과 도전, 소속감과 승리에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이는 곧 정서적 경험이 상품화된 경제 모델이다.


고생도 감수하는 본능


인간은 때로 불편함도 감수한다. 장시간 비행 끝에 이과수 폭포나 북극의 오로라를 보기 위해 떠나는 이들은 ‘안이심’의 강렬한 유혹에 이끌린다. 니체는 “삶이 견딜 만한 이유는 의미에 있다”라고 했고, 이 여행들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존재의 감각화된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은 편의보다 감동과 체험, 스토리와 감정을 선택한다. 이는 곧 기업이 감각적·정서적 경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성공의 척도가 되는 시대라는 뜻이다.


기술은 본능을 자극할 때 돈이 된다


미래 산업은 기술력만으로 성공하지 않는다. 기술이 감각과 감정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은 그 대표적 사례다.


양자 컴퓨터: 지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마음의 욕망을 충족시킨다. 이는 단순한 연산 성능이 아닌, 마음의 혁신 욕망을 자극하는 기술이다.


1년짜리 예방약: 건강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 해소, 즉 심리적 안정감이야말로 그 어떤 마케팅보다 강력한 동인이다.


쓰레기 먹는 미생물: 환경 문제 해결은 눈에 보이는 '깨끗함'뿐 아니라 미래 세대에 대한 도덕적 책임감, 즉 집단적 감정 해방을 제공한다.


이 모든 기술은 ‘기능성’보다 정서적 의미 부여가 중심이다. 결국, 기술은 감각과 감정을 움직일 때 비로소 시장을 움직인다.


경험 경제와 감정의 설계


오늘날 제품보다 ‘경험’을 파는 시대다. 넷플릭스, 유튜브, 틱톡 같은 플랫폼은 이용자의 ‘눈’과 ‘귀’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개인 맞춤형 추천을 통해 ‘마음’의 기쁨과 유대감을 제공한다.


게임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은 성취감, 경쟁심, 스토리 몰입을 통해 안이심을 모두 자극한다. AR·VR 기술은 시각과 청각뿐 아니라 촉각까지 자극하며 완전한 몰입을 가능케 한다. 미래 산업의 핵심은 감각의 완성도 높은 설계, 즉 ‘감정의 상품화’에 달려 있다.


결론: 본능을 이해하는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이 모인다는 단순한 진리 이면에는 안이구심(眼耳口心)이라는 인간의 깊은 본능이 존재한다. 본능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본능을 자극하는 기술과 이야기의 방식이다.


미래를 설계하는 기업과 창작자는 기능적 혁신에 앞서, 인간의 본능과 감정 구조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은 감각을 위한 장치이고, 제품은 감정을 위한 이야기여야 한다.


“감각은 인간의 언어이고, 감정은 경제의 심장이다.”


이 진실을 이해하고 움직이는 자야말로, 다가올 시대의 리더가 될 것이다.


실천을 위한 한 문장: “기술을 묻기 전에, 인간의 감각과 마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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