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시대, 보수는 왜 문화예술과 화해하지 못하는가
― K-컬처 시대, 보수는 왜 문화예술과 화해하지 못하는가
“보수가 지켜온 나라, 그러나 그 문화는 왜 예술인들에게 외면당하는가?”
이 물음은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닌, 한국 사회의 문화정치 구조를 꿰뚫는 질문이다. 특히 오늘날 ‘K-컬처’가 세계를 흔들고 있는 이 시점에서, 보수 정치 세력이 여전히 예술인들과의 단절을 이어가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가치 충돌 이상의 심각한 전략적 오류이기도 하다.
K-컬처의 역설: 세계가 사랑하는 문화, 국내는 왜 분열되는가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 블랙핑크… 이들은 모두 한국이 만든 문화 콘텐츠이며, 세계 무대에서 ‘자유, 다양성, 창의성’을 상징하는 이름들이다. 놀라운 건 이 K-컬처의 주역들 대부분이 국가의 통제나 검열과 무관하게, 오히려 이를 넘어서는 창조적 자율성 속에서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문화적 성취는 보수의 이념적 통제력이나 정치적 관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보수가 두려워하던 예술의 ‘자유’와 ‘비판성’이야말로, 세계 무대에서 한국 문화를 돋보이게 만든 핵심 에너지였다.
그런데도 한국 보수는 이 세계적 성취를 일관되게 껴안지 못했다. 예술이 진보적 서사나 비판적 목소리를 담으면 ‘좌편향’이라며 색깔을 씌웠고, 정치와 문화의 경계를 스스로 허물면서 예술계를 ‘관리의 대상’으로 다루려 했다. 이로써 보수는 문화전쟁에서 스스로 퇴장해 버린 셈이다.
K-컬처의 성공은 '보수적 질서'가 아닌 '문화적 해방'의 결과
K-컬처의 성공은 단지 ‘한국인이라서’ 이룬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억압된 사회에서 개인이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리고 다양한 목소리가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가능했던 문화적 도약이었다.
예술은 경계를 넘고, 불편한 진실을 말하며, 때로는 권력을 희화화하기도 한다. K-컬처가 세계에서 통하는 이유는, 그것이 권력에 길들여진 안전한 이야기가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성과 한국 사회의 복잡한 내면을 직시하는 서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수는 여전히 “불편한 이야기”에 등을 돌린다. 비판적인 영화, 사회 고발적 드라마, 대중의 정서를 파고드는 풍자에 대해 불쾌함을 먼저 앞세운다. 결국 이는 문화예술과 대중 간의 연결 고리에 균열을 만들고, 보수를 문화적 고립으로 밀어 넣는다.
왜 보수는 K-컬처를 이용하지도 못하고, 존중하지도 못하는가
세계는 K-컬처를 전략적 자산으로 본다. 미국과 유럽, 중동 국가들조차 한류 콘텐츠의 힘을 문화 외교와 경제 성장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 정치는 그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예술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불편한 메시지 때문에 그것을 껴안지 못한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K-컬처는 세계로 가지만, 국내 정치 지형에서는 여전히 ‘진보적 문화’로 간주되며 보수와 단절된다. 이것이야말로 문화 주도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보수가 문화전쟁에서 승리 위한 5가지 제안
① 문화에 대한 전략적 사고 전환
문화는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공감과 공존의 장이다. 보수는 예술을 억누르기보다, 그것이 가진 서사적 힘과 사회적 통찰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②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문화 자율성 헌장’ 제정
정권과 무관하게 문화예술계의 창작자들이 공정하게 지원받을 수 있는 헌법 수준의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블랙리스트’의 악몽은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 된다.
③ 보수 내부의 문화 인재 육성과 대화 구조 형성
보수 진영 내에서 예술에 대한 감수성을 가진 인재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문화=좌파’라는 도식에서 벗어나, 보수적 감성도 문화로 풀어낼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④ K-컬처와 전통문화의 융합 전략 마련
보수가 강조하는 전통 가치와 정신문화가 K-컬처와 결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예컨대 국악·한복·민화 등의 전통문화가 글로벌 무대에서 현대예술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를 문화정책으로 설계할 수 있다.
⑤ ‘문화보수’라는 새로운 개념의 정립
질서, 전통, 공동체라는 보수의 가치도 문화를 통해 풍부하게 표현될 수 있다. ‘문화보수주의’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한국적 가치와 품격을 지향하는 건설적이고 품위 있는 보수의 문화적 자기 선언이 되어야 한다.
마무리: “문화는 전쟁이 아니라 대화다”
K-컬처는 이미 세계와 소통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성취의 내부에서, 한국 사회는 여전히 정치적 이념에 따라 문화를 편 가르기 하고 있다. 보수는 이제 결단해야 한다. 예술을 통제할 것인가, 이해할 것인가. 문화에서 도망칠 것인가, 품을 것인가.
진정한 보수는 문화를 통제하는 권력이 아니라,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한국 보수는 다시 대중과 화해하고, 세계와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