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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공 거사(地空居師)의 통찰

지하철 문화 함께 가꾸어야

by 엠에스

대한민국에 있는 경로 우대 제도로, 65 되면 정부에서 지하철을 무료로 타는 지공 거사 카드를 준다. 지하철을 Free로 타고 지정 경로석에 앉아서 조용히 통찰하라는 경로우대 국가자격증이다.

누구라도 나이만 되면 당연히 주어지는 자격이며, 남녀, 학벌, 경력, 재산의 구분이 없이 동일하다. 여자의 경우는 호칭을 지공여사라고 부른다. 지하철로 있는 곳으로는 충청남도의 신창, 경기도의 용문, 소요산, 문산, 오이도, 인천의 송도, 인천공항 참으로 많다.

그런데 최근 경로우대증 지급에 대하여 말들이 많다. 지하철 운행 수입에 영향을 준다고도 하고 경로우대하기에는 아직 여전히 젊고 경제력도 있으니 나이를 늦추든지 아니면 폐지를 하자는 이야기도 있다.


한편으로는 노인빈곤율이 높은 우리 현실에 현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월 단위로 한계를 정하여 지원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도 있다.


그래서 지공 거사가 되어 지하철을 Free로 이용하면서 지켜야 할 매너를 통찰하고 다른 사람의 눈총을 받지 않으려면 숙지하고 준수해야 한다.

지공 거사(地空居師) 통찰

1. 번잡한 출퇴근 지하철을 타지 말자.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등산복에 배낭 짊어진 지공 거사는 젊은이들의 질타 대상이다. 속으로 저주할 수도 있다.

2. 자리는 경로석이다. 일반석 좌석에 앉지 말자. 경로석이 비어 있는데 일반석 자리에 앉으면 자리 하나만 줄어들어 젊은이들이 화를 낸다. 임산부 좌석에 할머니가 앉는 것과는 다르다.

3. 일반석의 젊은이 앞에 있지 말자. 젊은이가 피곤한데도 자리를 양보해야 하나 고민이 되니 아예 경로석 자리로 옮겨야 한다. 아니면 내릴 것처럼 앞에 있으면 된다.

4. 눈을 감고 앉아 있자. 감으면 도를 닦는 것처럼 보이고 참선하는 것으로 인정받아 지공 거사의 진짜 모습으로 보인다.

5. 간간히 눈을 떠자. 앞에 나보다 늙은이가 있는지 수시로 살피고 감시하며, 나하고 비교해서 5년까지 무시해도 된다. 내가 나이 들어 보이면 좋다.

6. 경로석에서 모자를 벗자. 모자를 쓰고 있으면 10년은 젊어 보여서 가짜 지공 거사로 오인받을 있다. 모자를 벗고 대머리나 백발을 보여주자.

7. 경로석에서 지나치게 스마트폰에 몰입하지 말자. 젊은이처럼 흥미롭게 만지작거릴 나이는 지났으니 농익은 인생의 통찰의 지혜와 여유로 품위를 지키자.

8. 깨끗한 몸과 옷차림으로 단장하자. 늙으면 추해지고 냄새 나서 젊은이들이 싫어한다. 청결하고 단정한 외모에 신경 써야 대우받는다.

9. 정치 이야기 하지 말자. 젊은이들과 말도 안 통하고, 자기주장만 내세우며 목소리 커지고 아는 많이 하며 자기 생각만 옳은 안다. 세상에 지나치게 관여하면 안 된다.

10. 큰 소리로 떠들지 말자. 과거 경력이 화려하고 거창해도 흘러간 지식과 경험은 이제 남이 알아주지도 않고, 먼산에 짖는 소리일 뿐이다. 지금 변화무쌍한 세상을 모르지 않느냐? 꼰대로 찍힌다.

11. 술 취해서 지하철 타지말자. 술과 안주 냄새 지하철에서 사람에게 고역이다. 자신이 냄새나는지 치매 증세로 이런 사실조차도 모른다.

12. 경로석에 퍼지고 앉지 말자. 넓게 양다리 벌리고, 자리를 차지하여 자기 안방처럼 전용하지 말고 다른 사람과 똑같이 품위와 예의를 지켜야 한다.

13. 경로석에 앉은 젊은이에게 눈길을 주거나 혼내지 말자. 나이 많은 계급도 아니고, 공짜로 타는데 피곤한 젊은이가 앉아 있다고 훈계하면 된다. 그러니 하자.

14. 볼일 없이 지하철 타지말자. 볼일 없는 노인들이 지하철을 독차지하면 젊은이들이 지하철 무료로 태워주는 정부의 잘못을 질책하게 된다. 무료 혜택이 단축될 있다.

15. 능력 있다면 내고 타자. 재력이 있거나 사회에 보탬이 되려면, 아직은 내고 타고 다닐 만하다고 생각하고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르자. 내고 타더라도 일반석에 가서 앉지는 말자. 눈총 받는다.

16. 마스크는 반드시 챙기자. 요즈음 코로나, 독감, 감기 등이 유행하고 있다. 젊은이와 똑같이 착용하지 않으면 몸이 약한 나만 다친다. 헛기침만 해도 눈총이 따갑다.


나이에 관계없이 다 같이 이용하는 우리나라의 훌륭한 지하철 문화를 잘 지키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 아침, 저녁 복잡하고 바쁜 출퇴근 시간에도 임산부석이나 노약자석이 비어 있을 때에는 나도 모를 입가의 미소가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만들어 준다. 아직은 살만한 나라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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