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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어리석음

by 엠에스

《인간의 어리석음》

― 철학적 성찰과 신화적 상징으로 읽는 인간의 삶


깊은 산속, 바람과 비에 깎이며 천 년을 버텨온 큰 선바위가 있었다. 그 선바위는 수많은 세월 동안 인간들의 울음과 웃음을 지켜보았다. 어느 날, 선바위는 신선에게 물었다.


“신선이시여, 인간을 가장 어리석게 만드는 것은 무엇입니까?”


신선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답했다.


현재를 살지 못하는 어리석음


“인간은 어린 시절에는 어른이 되기를 갈망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를 그리워한다. 미래를 바라보다 현재를 놓치고, 과거를 붙잡으려다 지금을 살지 못한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가 떠오른다. 사람들은 그림자에 사로잡혀 실재를 보지 못하듯, 우리는 현재라는 실재를 놓치고 과거와 미래라는 그림자에 매달린다. 그러나 삶은 그림자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만 가능하다.


돈과 건강의 역설


“인간은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잃고,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돈을 바친다. 결국 돈도 건강도 다 잃어버린다.”


오늘날 ‘번아웃 증후군’과 ‘과로사’는 이 역설의 현대적 이름이다. 시지프스가 바위를 굴리듯, 인간은 더 많은 부와 성공을 얻기 위해 무한 경쟁 속에 자신을 소모한다.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스 신화』에서 “삶의 부조리를 직시하되 그 안에서 의미를 창조하라”라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은 그 부조리를 직시하기보다, 끝없는 반복 속에서 자신을 소진한다.


미래의 그림자를 좇는 어리석음


“인간은 미래를 염려하다가 현재를 잃고, 결국 미래도 현재도 누리지 못한다.”


불교는 이를 집착의 굴레라 부른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붙잡으려 하지만, 그 미래는 현재라는 토양에서만 자란다. 하이데거 또한 인간을 ‘죽음을 향한 존재’라 하면서, 죽음을 의식할 때 비로소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인간은 죽음을 망각하고, 미래라는 허상을 좇으며, 정작 살아 있는 시간을 흘려보낸다.


삶과 죽음을 망각하는 어리석음


“인간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살고, 죽음 앞에서는 마치 한 번도 살지 않은 것처럼 떠난다.”


이는 인간의 망각의 능력에서 비롯된다. 죽음을 의식하지 않고는 큰 꿈을 꿀 수 없지만, 죽음을 망각하기에 삶의 방향을 잃는다.


에픽테토스는 말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두려워할 것은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것이다.”


선바위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인간이 꼭 기억해야 할 삶의 지혜는 무엇입니까?”


인간이 알아야 할 세 가지 교훈


신선은 천천히 대답했다.


첫째, “‘사랑한다’는 말은 때로 표현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이 사랑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표현하지 못해 후회하는 순간은 인간의 삶을 더욱 허무하게 만든다. 사랑은 머뭇거림 없이 표현할 때만 생명력을 가진다.”


둘째, “상처를 주는 데는 단 몇 초면 충분하다. 그러나 그 상처가 치유되는 데는 몇 해가 걸리기도 한다. 말은 바람에 흩날리지만, 그 울림은 영원히 남는다. 그러므로 인간은 말의 무게를 알아야 한다.”


셋째, “행복은 소유의 크기에서 오지 않는다. 오히려 적게 가져도 만족하며, 그것을 나눌 줄 아는 이가 가장 큰 부자다. 행복은 가지려는 힘이 아니라, 나눌 줄 아는 자유에서 비롯된다.”


인생의 은유 ― 커피 한 잔과 같은 삶


신선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인생은 커피 한 잔과 같다. 뜨거울 때는 마시기 힘들고, 적당히 식었을 때가 가장 맛있다. 그러나 너무 늦으면 향과 맛이 사라진다. 삶도 그렇다. 열정이 있을 때 즐기고,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할 때만 비로소 잘 사는 것이다.”


흐르는 강물과 인간의 깨달음


우리는 사랑을 깨달을 즈음, 사랑은 이미 변해 있고, 부모를 이해할 즈음, 부모는 병들어 있다. 자신을 알게 될 때쯤, 이미 많은 것을 잃은 뒤다.


흐르는 강물은 멈추지 않고, 시간은 결코 붙잡을 수 없다. 인간은 늘 무언가를 잃으며 얻고, 얻으며 잃는다. 이 무상(無常)의 법칙 속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것은 단 하나 ― 지금 여기다.


결론 ― 인간의 어리석음을 넘어


인간은 늘 바위처럼 무겁게 집착하며 살지만, 결국 강물처럼 흘러가야 할 존재다. 따라서 어리석음을 넘어서는 길은 단순하다.

사랑을 머뭇거리지 않고 표현하는 것,

현재의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

만족 속에서 나누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신선이 전해 준, 그리고 모든 철학과 종교가 한 목소리로 말해온 지혜로운 인간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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