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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소요유(逍遙遊)

by 엠에스

《장자의 소요유 逍遙遊》


삶은 수단이 아닌 목적


장자(莊子)의 사상에는 한 가지 큰 메시지가 있습니다. “인생, 그렇게 바쁘게 살 필요 없다.”

하루하루는 누군가가 우리에게 건네준 귀한 선물이지, 성적표를 채워 넣는 칸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하루를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고, 스스로를 닦달하며 소모해 버리죠. 장자는 바로 그 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장자(莊子) 철학의 핵심에는 “삶을 수단화하지 말라”는 명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은 흔히 하루하루를 어떤 성취를 위한 도구처럼 대한다. 성과, 지위, 성공, 명예…. 그러나 장자는 삶을 그렇게 좁은 틀에 가두는 순간, 인간은 자유를 잃고 도(道)로부터 멀어진다고 보았다.


삶은 성취가 아니라, 소풍이다


장자는 말합니다. 우리는 세상에 일하러 온 것도 아니고, 성공하러 온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 건 삶을 꾸미는 장식일 뿐, 본질은 아닙니다. 삶은 애초에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된 여행입니다. 그래서 장자는 삶을 소풍에 비유합니다. 소풍은 어디에 도착해야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길 위에서 걷고, 쉬고, 웃고, 노는 그 자체가 소풍이죠.


그에게 있어 하루는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었다. 삶은 성취의 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결된 목적이며, 이미 충만한 의미를 지닌다.


소요유(逍遙遊)의 의미


장자의 대표적인 사상은 〈소요유〉의 제목 속에 응축되어 있다.


소(逍) : 거닐며 한가롭게 움직이는 것

요(遙) : 멀리, 한계 없이 확장되는 것

유(遊) : 노니며 자유롭게 존재하는 것


즉, 소요유란 “한가롭게, 멀리, 자유롭게 노니는 삶”이다. 그 속에는 인간이 얽매여 있던 가치 기준과 사회적 속박을 벗어나, 존재 자체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소요유〉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붕(鵬)이라는 거대한 새’는 이 사상을 상징한다. 붕은 한 번 날아올라 천 리를 훨훨 나는 존재이다. 인간의 좁은 관점으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세계를 자유롭게 횡단한다. 장자가 바라본 진정한 삶의 경지는 바로 이러한 무한한 자유의 경지였다.


멈춤과 여유의 철학


장자는 쉼의 가치를 일깨운다.

“갈 때도 쉬고, 올 때도 쉬며, 중간에도 쉬어라.”


이는 단순한 게으름의 권유가 아니다. 멈춤은 삶의 고요한 리듬 속에서 자신을 회복하고, 세계와 다시 호흡하는 순간이다. 현대 사회에서 쉼 없이 달리는 인간에게 장자의 목소리는 더욱 절실하다. 한 박자 쉬면 삶의 깊이가 배가된다.


짐을 내려놓고, 동심으로 돌아가기


장자는 성취와 욕망이라는 짐을 내려놓을 것을 권한다. 우리가 짊어진 짐들은 대부분 남들이 만든 기준에서 비롯된 것들입니다. 성공, 체면, 비교, 욕망…. 그러나 장자는 말합니다. 짐을 내려놓으라.


그리고 아이처럼 놀라고 권합니다. 아이의 웃음과 호기심 속에는 이미 자유가 있고, 그 자유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본래의 자신과 다시 만납니다. 그가 말하는 이상적 인간은 노자가 말한 ‘소박한 아이’와 맞닿아 있다. 아이는 계산하지 않고, 꾸밈이 없으며,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 단순하고 자유로운 마음, 즉 동심(童心)이야말로 도와 합일하는 길이다.


귀향의 은유: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


장자의 철학에서 죽음은 단절이 아니다. 그는 죽음을 또 다른 자연으로의 귀향(歸鄕)으로 이해했다. 소풍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듯, 삶이 끝나면 우리는 다시 본래의 자리, 더 큰 질서 속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가족이 반기듯, 소풍 뒤의 귀향 또한 또 다른 기쁨과 만남일 테니까요.


그의 죽음관은 허무가 아니라 변화 속의 자유이다. 삶과 죽음은 끊어진 두 길이 아니라, 서로 이어진 하나의 길 위에 놓여 있다. 죽음조차 장자에게는 끝이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는 또 하나의 길이었습니다.


오늘의 성찰


현대인은 삶을 끊임없이 ‘프로젝트화’하고, 자기 존재마저 성과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장자는 묻는다.


“삶은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만 존재하는가?”


“그 자체로 누리는 기쁨은 어디에 있는가?”


〈소요유〉가 주는 가르침은 단순하면서도 심오하다. 삶을 성취의 수단으로 좁히지 말고, 그 자체를 목적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맺음말


인생은 결국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돌아가는 소풍이다. 그러나 그 여정에서 노니고, 쉬고, 웃고, 즐기는 순간들이야말로 삶의 참된 의미를 이룬다. 장자의 소요유는 우리에게 말한다.


“삶을 짐으로 여기지 말라. 삶을 소풍처럼 가볍게 누려라. 그 자체가 이미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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