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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깨어야 한다

by 엠에스

<국민이 깨어야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세계적 경쟁 속에서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양극화와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정치적 갈등은 사회적 신뢰를 좀먹고, 공동체는 수많은 ‘편 가르기’ 속에 갈라져 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은 유지되지만, 그 정체성이 제대로 뿌리내리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우리는 지금,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가 단단히 서 있는가라는 물음 앞에 서 있다.


민주주의는 어떻게 지켜지는가


노엄 촘스키는 『누가 세상을 지배하는가』에서 현대 사회의 권력 구조를 분석하며,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로 표현의 자유와 진실 규명을 꼽았다. 이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두 개의 기둥이다.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의 진정한 완성은 표현의 자유에서 비롯된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라, 나와 가장 다른 사람, 심지어 내가 불편해하거나 혐오하는 사람에게까지 보장되어야 한다.


고대 아테네 민주정의 핵심도 바로 자유로운 발언, 이소 고리아(ἰσογορία)였다. 모든 시민이 광장에서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민주(δημοκρατία)’라는 이름이 빛을 발했다. 존 스튜어트 밀도 『자유론』에서 “진리는 반대 의견과의 충돌을 통해서만 살아남는다”라고 했다. 침묵은 평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무덤의 정적일 뿐이다.


진실 규명


진실은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그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용기 있는 행동 속에서만 살아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야말로 진실한 행동이다.


한국 현대사 역시 진실을 말하려는 용기 있는 목소리로 여기까지 왔다. 4·19 혁명에서, 1980년 광주의 거리에서, 1987년 6월 항쟁에서 시민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그들의 목소리가 모여 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화를 앞당겼다. 사회가 건강하려면 언제나 이처럼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공자는 “군자는 의를 좇고, 소인은 이익을 좇는다”라고 했다. 지식인이 의(義)를 좇을 때, 사회는 바로 설 수 있다. 반대로 지식인이 권력과 이익에 종속될 때, 진실은 어둠 속에 묻혀버린다.


지배계급과 구경꾼


현대 사회의 권력은 국가 권력(입법·사법·행정)과 글로벌 자본(다국적 기업) 사이의 결합 위에 놓여 있다. 이들은 때로는 대립하면서도, 때로는 서로의 필요에 따라 손을 잡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시민이 민주주의의 주인에서 구경꾼으로 전락하기 쉽다는 점이다. 자본주의는 소비의 화려한 무대를 보여주지만, 그 무대 뒤에서 시민의 참여를 서서히 빼앗아 간다. 다국적 기업은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도 국민 앞에서 책임지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 불균형 구조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시민적 힘이 필요하다.


언론과 지식인의 한계


언론과 지식인은 본래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드러내는 사명을 지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광고와 자본에 종속된 언론은 ‘조작된 여론’의 배달부로 전락하기 쉽고, 권력이나 후원에 기대는 지식인은 독립성을 잃는다.


미디어 학자 닐 포스트먼은 현대 사회를 “스스로 즐기며 몰락하는 사회”라 했다. 언론이 오락화되고 지식인이 침묵할 때, 대중은 즐거움에 취해 스스로 비판적 사고를 잃어버린다. 언론과 지식인이 제 역할을 다하지 않을 때, 민주주의의 눈과 귀는 어둠에 가려지고 만다.


국민이 깨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는 언제나 국민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유와 평등을 갈망한다. 그러나 그 자유는 깨어 있지 않으면 쉽게 빼앗기고, 그 평등은 행동하지 않으면 금세 무너진다.


역사는 이를 증명한다. 프랑스혁명도, 한국의 민주화도 깨어 있는 시민들의 양심이 움직였을 때 가능했다. 반대로, 로마 제국이 몰락한 것도 시민들이 정치 참여를 포기하고 ‘빵과 서커스’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권력의 무대 위에서 춤추는 광대를 바라보는 구경꾼으로 머무를지, 아니면 주인으로 일어설지는 국민 자신에게 달려 있다.


사회적 공동 가치관을 세우자


대한민국의 미래는 국민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민주주의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단순한 이익집단의 다툼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지켜야 할 공동의 가치관을 세우고 가꾸어야 한다.


자유와 정의, 상생과 연대라는 가치는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제도와 생활 속에 뿌리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자가 성찰과 반성, 경청과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시민의 양식(良識)이 살아 있을 때, 민주주의는 흔들리지 않는다.


맺음말


민주주의는 헌법 속 조항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깨어 있는 시민의 마음속에, 진실을 말하려는 용기 속에, 그리고 공동선을 향해 나아가려는 집단적 의지 속에 살아 있다.


한국 사회의 미래는 결코 정해진 것이 아니다. 오늘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행동하며, 어떤 가치를 지켜내느냐에 따라 새로운 역사는 만들어진다.


“국민은 깨어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우리의 대답이 곧,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내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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