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지켜내는 민주주의 ― 감시기구의 필요성

by 엠에스

<시민이 지켜내는 민주주의 ― 감시기구의 필요성>


민주주의는 투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선거 때 한 표를 던지는 행위는 시작일 뿐, 그 이후에 정당이 후보를 어떻게 뽑고, 정치자금을 어디에 쓰며, 약속한 정책을 제대로 실현하는지까지 살피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치 현실은 어떠한가. 공천 과정은 여전히 정당 지도부의 손아귀에 있고, 때로는 지역 유권자의 뜻과 상관없이 특정 권력자의 전략에 따라 후보가 바뀌기도 한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민주주의의 문은 열려 있으나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좁고 굽이쳐 있는 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 바로 ‘시민감시기구’다. 이름 그대로, 정당과 정치가 제 멋대로 흐르지 않도록 시민이 직접 지켜보는 제도다.


선거관리위원회처럼 국가기관이 법을 집행한다면, 감시기구는 시민의 눈과 귀가 되어 공천과정, 경선 결과, 정치자금 사용 내역을 검증한다. 말하자면, 정치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일종의 시민판 ‘블랙박스’인 셈이다.


이 기구의 특징은 단순히 전문가들만 모여 앉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법학자, 언론인, 시민단체 활동가와 더불어 일반 시민이 무작위 추첨으로 선발되어 함께 참여한다. 이는 ‘엘리트 민주주의’가 아니라 ‘참여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장치다.


시민이 직접 감시하는 순간, 정당 지도부도 함부로 경선 결과를 뒤집거나 공천을 거래하기가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감시기구의 보고서와 평가가 공개되면, 국민은 보다 투명한 정보를 가지고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시민이 무슨 전문성이 있느냐”는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성은 전문가가 보완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신뢰와 감시의 균형이다. 권력의 영역에 시민이 발을 들여놓는 것만으로도 정치는 한층 긴장감을 얻게 된다.


사실 민주주의의 뿌리는 ‘완벽한 제도’가 아니라 ‘시민의 눈’에 있다. 권력자가 시민의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제도의 실효성은 비로소 살아난다.


해외의 사례를 봐도 시민감시 제도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독일과 북유럽 국가에서는 정당 재정과 공천 과정을 시민·언론이 함께 검증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이런 나라들의 공통점은 정치에 대한 신뢰가 높고, 제도가 단단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결국 감시와 참여가 민주주의의 내구성을 키우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도의 도입만이 아니다. 국민의 태도 변화가 함께해야 한다. 선거 때 투표만 하고 정치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천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특정 후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선택되었는지를 꾸준히 살피고 질문해야 한다. 시민감시기구는 제도적 장치일 뿐, 그 뒤를 받쳐 주는 힘은 ‘깨어 있는 시민’이다.


민주주의는 늘 미완성이다. 하지만 시민이 눈을 감는 순간, 권력은 쉽게 독점되고, 제도는 권력자의 도구로 전락한다. 반대로 시민이 눈을 뜨고 함께 감시할 때, 정치인은 긴장하고 정당은 조심하며 제도는 살아 움직인다. 결국 민주주의의 진짜 주인은 권력을 쥔 정치인이 아니라, 그들을 지켜보는 우리 시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민주주의의 파수꾼, 시민 감시기구의 길


민주주의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링컨의 고전적 정의로 설명되곤 한다. 그러나 이 말은 너무 익숙해져서 마치 교과서적 문구로만 머물고 있다. 실제 현실에서 민주주의는 언제나 위태롭다. 선출된 권력이 제도와 법의 이름으로 권력을 독점하고, 정당의 공천권이 권력자의 사유재산처럼 행사되며, 국민의 세금이 정실과 사익을 위해 낭비되는 일은 낯설지 않다. 한국 정치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선거만으로 충분할까? 투표가 끝난 후 4년 혹은 5년 동안 권력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살펴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민주주의 시민’이 아니라 단순히 ‘유권자’에 머물 뿐이다. 이 지점에서 시민 감시기구의 필요성이 절실해진다.


권력을 감시하는 제3의 눈


플라톤은 『국가』에서 “권력을 쥔 자는 반드시 견제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인간은 이기적 존재이며, 권력은 그 본성상 부패로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에서 공천권은 바로 그런 권력의 집중된 형태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정당 지도부의 승인 없이는 어렵고, 이는 곧 의정 활동 전반이 당내 권력자의 눈치를 보게 되는 구조로 이어진다. 그 결과, 국민보다 정당이 우선되는 기형적 상황이 고착화된다.


시민 감시기구는 이러한 왜곡을 바로잡는 제3의 눈이 될 수 있다. 선출되지 않았으나, 권력에 종속되지 않고, 오직 시민 사회의 힘으로 서는 존재다.


한국 사회에 맞는 역할과 과제


(1) 공천 감시

국회의원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투명성 확보를 요구하고, 금전 거래·줄 세우기·보은 인사 등을 추적해야 한다. 공천 결과와 후보자 이력, 재산, 이해충돌 여부를 시민에게 공개하여 정당이 공적 책무를 다하도록 압박한다.


(2) 예산 감시

매년 수백조 원에 이르는 국가 예산은 시민의 세금으로 조성된다. 그러나 SOC 예산의 지역 편중, 불필요한 선심성 사업, 특혜성 지원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시민 감시기구는 회계사, 경제 전문가와 함께 데이터를 분석하여 낭비 사례를 밝혀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 감사원’ 역할을 할 수 있다.


(3) 국회 활동 모니터링

국회의원의 출석률, 법안 발의와 표결 참여, 이해충돌 여부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시민이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시민 국회 성적표’ 형태로 주기적으로 발표한다면, 정치인은 더 이상 국민을 속일 수 없다.


(4) 시민 참여 플랫폼

온라인 제보와 토론 시스템을 구축해 시민의 눈과 귀를 연결망처럼 조직한다. 지역별 지부를 두어 주민들이 직접 생활정치 감시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한다.


조직과 운영의 원칙


이 기구는 정당이나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며, 재원 역시 시민 후원으로 마련해야 한다. 구성원은 학자, 변호사, 언론인, 활동가, 그리고 일반 시민으로 이루어진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의 권위보다 시민 다수의 참여와 토론이다. 내부 운영 또한 투명해야 하며, 스스로 권력이 되지 않도록 ‘자기 감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운영 방안으로는 정기적인 ‘시민 보고서’ 발간, 공개 토론회 개최, 디지털 데이터베이스 제공이 핵심이 된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정보는 곧 권력이므로, 정보를 열람 가능하게 만드는 일 자체가 권력 분산의 첫걸음이다.


철학적 성찰: 민주주의는 감시될 때 살아난다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의 생명은 시민들의 지속적인 참여에 달려 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주의는 스스로 굴러가지 않는다. 끊임없이 돌보고 지켜야 한다. 만약 우리가 정치에 무관심하다면, 정치는 우리를 대신해 우리 머리 위에서 움직일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이유는 단순히 제도적 미비만이 아니다. ‘시민이 깨어 있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 때만 목소리를 내고, 선거가 끝나면 침묵하는 시민은 사실상 권력을 방임하는 것이다.


시민 감시기구는 바로 이 침묵을 깨우는 장치다. 그것은 정치인을 감시하는 도구일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이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종의 시민적 양심이다.


맺음말


민주주의는 선물도, 완성품도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의 과제이며, 그 생명은 시민의 눈과 귀와 손에 달려 있다. 한국 사회가 더 건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혁만큼이나 시민사회의 자각과 조직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시민 감시기구는 단순한 NGO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파수꾼이자 시민 정신의 학교가 되어야 한다. 권력은 늘 감시받을 때 가장 잘 작동한다. 그리고 그 감시의 최종 주체는 다름 아닌 우리, 시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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