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생활 같이 또 따로 생활의 균형을 유지해야...
부부 생활 '같이 또 따로'
부부 관계에 있어 ‘같이 또 따로’ 살아가는 방식이 더 행복한지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현대에 이르러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이 확산되면서, 결혼 생활에서도 ‘자율성과 독립성’이 강조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특히, 서로 너무 밀착된 관계가 오히려 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부부 관계에서 적절한 거리감과 독립적인 생활은 정말 더 행복한 결혼 생활을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을까?
본 내용은 심리학적 연구, 문화적 사례, 실제 경험담, 적용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며 ‘부부라도 각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깊이 있게 탐구해 보겠습니다.
같이 하지만 독립성 유지가 중요한 이유
부부 관계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개인의 자유와 독립성이 결혼 생활 속에서 점점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연애 시절에는 서로 각자의 공간과 시간이 있었지만, 결혼 후에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의존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취미나 사회적 관계가 줄어들고 부부만의 관계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지나친 밀착 관계는 여러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① 개인 정체성의 상실 (Loss of Self-Identity)
결혼 생활이 길어지면서 한 사람의 정체성이 ‘배우자의 일부’처럼 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결혼 전에는 취미 생활, 친구 모임, 개인적인 목표를 중요하게 여겼던 사람이 결혼 후에는 배우자 중심으로만 생활하게 되면서 자신만의 삶이 희미해지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에스더 페렐(Esther Perel)은 “좋은 관계는 개인의 독립성과 친밀감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배우자에게 100% 의존하는 관계는 결국 상대방을 부담스럽게 만들고 개인적인 불만족을 초래할 위험이 큽니다.
② 심리적 부담 증가 (Increased Psychological Pressure)
서로가 너무 밀착되어 있을 경우 배우자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배우자가 하루 종일 배우자의 관심과 애정을 원한다면 상대 배우자는 개인 시간이 부족해지고 감정적으로 피로해지는 상황을 겪을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Gottman)의 연구에서도 부부 관계의 만족도가 높은 사람들은 서로에게 적절한 ‘개인적인 공간’을 허용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③ 권태감과 감정적 거리감 (Boredom and Emotional Disconnect)
같이 사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신선함이 줄어들고 권태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애 초기에는 신선한 설렘이 있지만, 결혼 후 지나치게 밀착된 생활을 하게 되면 서로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관계의 활력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심리학자인 미셸 부샤르(Michel Bouchard)는 “거리감을 둘수록 상대에 대한 관심이 유지된다”라고 주장하며, 서로의 공간을 존중할 때 관계가 더욱 건강하게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부부 관계의 문화적 사례
① 일본의 ‘졸혼(卒婚)’ 개념
일본에서는 ‘졸혼(卒婚, Sotsuk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결혼을 유지하되 각자의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많은 일본 부부들은 나이가 들수록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관계를 재정립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특히 자녀가 성장한 후 부부가 별거하거나 각자의 집에서 생활하면서도 결혼 관계를 지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졸혼 개념이 확산된 배경에는 전통적인 결혼 생활의 피로감과 개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려는 사회적 변화가 있습니다. 배우자로 인해 희생하는 삶이 아니라, 서로 독립적인 삶을 유지하면서도 함께하는 관계를 지속하려는 시도인 것이죠.
② 유럽의 ‘LAT(Living Apart Together)’ 문화
유럽에서는 LAT(Living Apart Together) 즉, 법적으로 결혼했지만 각자의 집에서 따로 사는 부부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특히 중년 이후의 부부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인데, 서로의 독립적인 공간을 유지하면서도 결혼 생활을 지속하는 방식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LAT 부부들은 “서로에 대한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고, 갈등이 줄어든다”라고 응답했습니다.
③ 한국과 중국에서의 변화
한국과 중국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점점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대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부부들은 각자 직장과 생활 패턴이 달라 따로 사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전통적인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결혼 후에도 각자의 공간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변화입니다.
모든 부부에게 적용될 수 있을까?
물론 모든 부부가 이러한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애착 유형에 따라 서로의 밀착된 생활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애착 유형별 부부 관계
심리학에서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다른 방식의 애착을 형성합니다.
안정 애착형(Secure Attachment): 독립성과 친밀감 사이에서 균형을 잘 유지하는 사람들입니다.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지만, 배우자의 개인적인 시간도 존중할 수 있습니다.
회피 애착형(Avoidant Attachment): 독립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배우자와의 감정적 거리감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함께하지만 따로’의 삶을 선호할 가능성이 큽니다.
불안 애착형(Anxious Attachment): 배우자로부터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필요로 하며, 따로 있는 것을 불안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각자의 애착 유형에 따라 ‘함께 하지만 따로’라는 방식이 적절한지 여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부가 서로의 성향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조율하는 것입니다.
‘같이 또 따로' 예
만약 ‘같이 또 따로’의 생활 방식을 적용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① 개인 시간을 존중하기
주말이나 특정 요일에는 서로 각자의 취미나 활동을 존중하고, 각자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통해 관계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② 따로 여행 가기
부부가 모든 여행을 함께 다녀야 한다는 규칙은 없습니다. 가끔은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허용하거나,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③ 각자의 공간 확보하기
집에서 각자의 공간을 따로 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각자의 서재나 작업 공간을 분리하면 상대방의 개인 시간을 존중할 수 있습니다.
④ 따로 잠자기(Separate Sleeping Arrangement)
부부가 각자의 방에서 따로 자는 것이 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꼭 따로 방을 쓰지 않더라도, 각자의 휴식 패턴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부마다 다르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부부 관계에서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부부에게 똑같은 방식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성향을 이해하고, 서로에게 적절한 거리감을 찾는 것입니다. 부부마다 행복을 느끼는 방식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기대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서로가 원하는 관계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