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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csa Oct 02. 2022

시작하며:

글을 통해 위로 올라가 볼 예정입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어떤 이유로 이곳에 글을 쓰고 있고, 당신은 어떤 이유로 이 글을 읽고 계실지 무척 궁금해지는 지금입니다. 글 쓰는 저의 지금과 글 읽는 당신의 지금을 이어주는 브런치에 감사하며 제 이야기를 시작해봅니다.



2022년, 아직 세 달이 남았지만,  코로나, 취미, 직업, 가족 제 삶의 모든 부분, 안팎으로 여러 사건과 사고가 많다 보니, 제겐 꽤나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3년 동안 계속되었던 Covid-19 기간을 안으로 밖으로 신경 곤두세우며 나름대로 잘 버텨왔지만,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저와 제 가족도 자유로울 수 없었고, 경제적인 부분에서 안정의 범위 바깥으로 이동 중인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제 삶의 밸런스를 맞춰주던 취미/여가 활동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앞으로 상당기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고, 가장 최근엔 회사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15년 동안 지속했던 엔지니어 업무의 영역을 바꾸게 되었는데, 아무리 봐도 새로운 조직으로의 착출이란 다른 이들의 설득보단, 몸담았던 조직에서 방출이란 이해가 쉬웠습니다.  



올해 찐! 마흔에 접어들며 호르몬의 변화 때문인지 미래에 대한 걱정과 현재에 대한 우울이 커지는 상황에서 저는 마치 그물 안에 갇힌 물고기 같았습니다. 어떤 방법을 고민해보더라도, 생각이 많아지고 깊어만 질뿐,  그물을 끊고 나올 방법을 찾지 못했고, 충분한 힘을 가지진 못했습니다. 그물에 잡혀 횟감으로 가든, 수족관에서 삶을 이어가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제 의지와 크게 상관이 없어 보였습니다. 로또 1등 정도가 현실적으로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제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는 글을 통해 이런 상황을 벗어나 보기 위해서입니다. 로또 1등만 바라보며 살기엔 남편으로 아빠로 아들로서 제가 가진 책임과 임무가 작지 않았습니다. 그물을 뚫고 내 몸 하나라도 빠져나가려면, 이를 날카롭게 갈아 그물망 하나라도 끊어내야 하고, 내 몸과 마음의 군살을 빼서 스스로가 망보다 작아져야 하는데, 그늘에 스쳐 날아갈 비늘의 상처 정도는 우습게 여길 수 있는 의지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는 행위로 제 자신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보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현재는 흐릿한 미래를 좀 더 선명하게 만들 수 있겠단 작은 희망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하고 바람이 적은 계절엔, 아침에 미세먼지와 안개가 심합니다. 내가 매일 생활하는 이곳에선, 이 먼지와 안갯속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뿌옇고 답답합니다. 가까이 뜨던 해도, 먼지와 안개를 뚫고 제게 따뜻함을 전달하기 쉽지 않습니다. 단절되어 멀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럴 때 새벽에 산을 오르면 다릅니다. 미세먼지보다, 안개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서 해를 맞이하면 어느 하나 답답한 게 없습니다. 미세 먼지와 안개 위로 떠 오르는 해는 거침이 없이 온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눈이 부시고 따뜻합니다. 미세먼지도, 안개도, 해도 모든 것이 그 위치 그대로이고, 달라진 건 제 위치뿐입니다. 



현재의 답답함을 뚫고 올라가기 위해서 글을 쓰고, 생각을 나누고, 여러 사람과 소통해보려 합니다. 반갑습니다. 브런치.



2022년 10월 1일

김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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