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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csa May 01. 2023

상사의 화가 미쳐 날뛸 때

나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하루 한번 바보짓

오늘은 만우절이 한 달 지난, 5월 1일, 노동절. 노동자를 위한 날인데,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을 합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엔 일찍 출근해서 오전에 일을 마치고 집에서 달콤한 휴식을 다짐했는데, 결과적으론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새벽 3시에 에 갑자기 비염 증상이 찾아와 잠을 설치다, 약을 먹고 5시쯤 잠들어 눈 떠 보니 8시 근처더군요. 얼른 씻고, 등교 준비하는 아이에게 인사하고, 부지런히 회사로 몸을 옮깁니다.



노동절, 우리들의 날을 맘껏 즐기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사무실 한가득합니다. 그중 한 사람은 상당히 심기가 불편합니다. 딱 봐도 화가 가득합니다. 이유는 뭐, 간단합니다. 지난 주말 고객사에서 클레임이 날아왔거든요. 이 친구들은 왜 꼭 금요일에 이런 메일을 보내는지, 심보가 고약합니다. 어쨌든, 심기가 불편한, 클레임 편지를 받아 든 임시 노동자 (=임원)은 우리를 향해 그의 불만과 불평을 목청 높여 전달합니다. 보통 이런 상황의 마지막은, 다 모여인데, 그래도 노동절이라서 그런지 내일 리뷰회의를 잡자고 합니다. 작은 배려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휴일이라 그의 오른팔 왼팔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오른팔 왼팔이 있어야 공격력이 배가되고, 크고 작은 반란도 통제할 수 있기 때분입니다. 어쨌든 오늘 원래 해야 했던 업무에, 내일 회의를 위한 자료 정리 업무가 추가되었습니다.



회의 소집 명령 이후에도, 목청 높여 부르짖던 그의 불평과 불만이 계속됩니다. 듣다 보니 그럴 만도 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쯤에서 멈췄어야 했는데 또 다른 화두로, 또 다른 이슈를 넘나들며 모두를 향한 분노로 변해갑니다. 혼자 떠들다 더 화가 치밀어 오르는 상황에 빠져버립니다. 그러다 문득 그의 오른팔과 왼팔이 없는 상황을 인지한 제가 물어보지도 않은 질문에 답을 합니다. '팀장님, 이 클레임은 제가 오기 전, 이 부서에서 팀장님 주도하에 진행한 업무의 결과입니다.'라고 꽤나 담담하게 말합니다. 거기에, 당신이 왜 나에게 화를 내는지 도저히 이해 못 하겠다는 살짝 미소 띤 표정을 추가합니다. 잠깐의 침묵이 지나가고, 그의 화는 더욱 하늘높이 솟구칩니다. 이무기가 용이 되는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무엇 하나 통제 안 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변해갑니다. 내일은 그의 노동절 휴식이 달콤했던 오른팔과 왼팔을 대동해서 공격이 더 거세질 겁니다. 그래도 할 말은 했으니 제 마음은 편합니다. 오늘은 누가 뭐라 해도, 제가 승자입니다.



나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하루 한번 바보짓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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