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70 중반, 검은 머리에, 검은 눈, 짙은 검은 눈썹에 그리 높지 않은 콧대, 살짝 동글한 얼굴...
내 외모는 영락없는 한국인이다.
단, 전화 통화를 영어로 한다면 상대방은 내가 한국인인지, 전형적인 미국(캐나다)인 인지 알 길이 없을 것이다.
나는 지방에 있는, 중형 사이즈 되는 도시의 '원어민 선생님'이다.
어린 학생들은 못 믿겠다는 식으로 내게 손가락 질 해대며 '에이... 그냥 한국 사람인데?'를 연신 외치며 무례하 게 구는 경우도 허다했다.
학원가에 첫발을 디딘 2000년대 후반이나 지금이나 별 다를 바 없다.
애들이 뭘 알겠나. 그런데, 대부분은 몰라도 너무 모른다.
아직도 원어민 강사는 흰 피부, 푸른 눈동자, 큰 키에 어눌하게 한국어로 인사하는 이미지가 박혀있나 보다.
완벽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한국말이지만 완벽하게 못 알아듣는 척하는 연기를 해야만 하는 것도 나의 업무의 일부이다.
(아주 드물게) 싹바가지가 없는 몇 아이들은 나를 일부러 떠보려고 내 면전에 험한 말과 욕설을 해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이런 쪽에서는 차디찬 냉혈한이다.
끝까지 잘 못 알아듣는 척 연기를 하며 외면한다.
나중에 따로 불러서 아주 (말로 부드럽게) 참 교육(?) 시켜줬다.
어쨌든 대부분 아이들끼리 내린 결론은, 내가 아기 때 캐나다로 입양을 간 거였다.
그래, 그렇다 치자.
많은 아이들은 (놀랍게도) 이민의 개념을 몰랐다.
다른 나라로 이주해서 그 나라의 국적을 갖게 되고 시민권자가 될 수 있다는 개념도 없었다.
나는(억울하게도) 부모에게 버려져 어쩔 수 없이 입양이 보내진 사람이었다.
이렇게 아이들은 나를 여전히 나의 부모를 한국에서 찾아 헤매는 눈물겨운(?) 사연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릴 때도 있었다.
대한민국의 몇몇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다문화 사회를 겪어보지 못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그럴 것이라고 본다.
자신들이 이민을 가보질 않았으니 왜 이민을 가는지도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부모들도 나의 존재를 반신반의했다.
일부는 나의 발음에 유난히 집착했다.
진짜 원어민의 발음인지 아닌지 말이다.
실제로 엄마들 사이에서 치맛바람 좀 날리는 학부모가, 학원에서 나에게 대뜸 영어로 말을 걸었다.
미국에서 몇 년 살다 온 분이었다.
한 5분 정도 대화했을까... 나는 이 엄마를 통해 '찐'임을 증명했다.
씁쓸했지만, 이해는 한다.
불신이 가득한 사람들의 귀한 아들, 따님을 상대해야 하니, 나의 말과 행동은 더욱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눈치나 보자고 이런 건 아니다.
툭하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어디 00 학원 원어민 강사가 사고 치고 돌아다닌다는 뉴스를 접하는 게 짜증 나기도,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냥 강사가 아닌 '원어민' 강사...
나의 관점에서 학원이란 어떤 곳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