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우리 00 이가 이제 중학교 올라가잖아요. 지금 당장 한 두 달 쉬는 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겠지만 아이들한테는 한 두 달이 1년, 2년처럼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 뒤처지면 고등학교 때까지 못 따라가고 쳐질 수 있습니다."
부장 선생님은 상담의 제왕이다.
학원 업무 중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휴원생과 퇴원생이 안 생기도록 하는 것이다.
충성스러운 고객을 계속 관리하고 만족시켜 주는 것은 학생들 성적만큼, 아니 어찌 보면 더 중요한 일이다.
엄청난 양의 단어와 숙제 때문에 힘들고 지친 아이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엄마의 마음은 편치 않다.
허구한 날 학원 가기 싫어하는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는 것에도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다.
밥도 제때 못 먹고 편의점 매출이나 올려주면서 학원을 보내는 게 맞나라는 생각과 내적인 갈등이 오게 마련이다.
아이와 합의하에 학원을 잠시 쉬어보거나 상대적으로 덜 빡쎈 학원을 알아보려고 마음을 굳혔다.
한 때 상담만 하루에 스무 통을 넘게 하던 부장님은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
어떻게든 엄마들의 가장 큰 심리적 약점을 파고들어 휴원이나 퇴원이 얼마나 바보 같은 결정이고 아이의 미래에 얼마나 큰 재앙인지를 세뇌시킨다.
우리 학원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와 다른 학원에 가면 왜 애를 망가뜨리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각본이 철저히 짜여있다.
엄마는 우리 애만 뒤쳐지고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심에 다시 휩싸이고, 최근 도서관에서 읽었던 '사교육 없이 우리 아이 공부시키는 법'은 머릿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다.
현란한 말솜씨의 부장님에게 설득 당해 결국 엄마가 약속했던 아이와의 휴원 약속은 번복되고 만다.
"와... 부장님. 이번 학기 방어율 100% 시네요. 대단하십니다! 원장님이 또 제대로 챙겨주시겠어요."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나한테 설득당한 엄마들은 솔직히... 당해도 싸. 자기 아이 자기가 잡겠다는데... 할 말이 없지. 애는 맨날 숙제랑 단어 나머지 걸리고, 눈빛은 완전 넋이 나가있고... 이런 애가 학원 백날 다녀봐야 아무 의미 없다는 게 엄마 빼곤 다 아는 사실이지."
부장님은 그냥 자기 일에 충실했을 뿐이다.
진심으로 아이를 생각하고 걱정해서 상담을 한다?
'어느 정도'는 진심이 맞다.
하지만 아이보다 중요한 것은 이 아이가 학원에 남아있느냐 자체가 더 중요하다.
아이의 감정이나 감당할 수 있는 학습량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학원이 손해를 볼 것이냐 아니냐가 가장 우선이다.
학원은 철저히 사업이다.
학생이 있어야, 즉 현금 흐름이 꾸준해야 원장과 직원이 먹고산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범법 행위가 아닌 선에서... 그러나 어느 학원들은 이 조차 개의치 않는다) 붙잡을 수 있는 아이는 어떻게든 붙잡아야 한다.
학원에서는 보통 '똑똑하고 자기의 주관과 철학이 뚜렷한' 학부모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상담빨이 잘 먹히지 않으며 '바른말'을 많이 해서 상대하기 어렵다.
깐깐하고 (꼼꼼하고) 까탈스러운 만큼 더 신경을 써야 하며 고도의 상담 전략을 짜야하니 체력소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장님 왈,
"참 뭐도 잘 모르면서... 그렇게 잘나고 똑똑하면 자기 애 그냥 자기가 가르치지... 참 피곤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