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봄의 나라 과테말라

시작

by 김준

2013년 9월

잘 가! 대한민국, 안녕.. 영원한 봄의 나라 과테말라

세계 행복지수 9위의 나라! 행복을 찾아보자.

돈이 없어도, 부자가 옆에 있어도 주눅들지 않고 하루하루 웃으며 감사하며 행복하게 사는 나라..


어려운 형편에 나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엄마는 나를 과테말라로 보내는 결졍을 하게된다. 내가 태어난지 100일을 맞이했을때 이혼하신 부모님은 흩어졌고, 엄마는 서울에 아빠는 과테말라에서 살고 있었다. 태어나서 한번도 본적없는 아빠를 처음으로 인생 처음으로 만나게 될텐데, 나를 떠나갔다는 사실 외에는 아는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커졌다. 사진 속 모습은 머리를 짧게 자리고 턱수염이 가득 난 아빠의 모습이었다. 실제로 이 모습을 마주하면 무서울 것 같았다.


나만 걱정거리가 있는것은 아닐것이다. 우리 셋 각자 수많은 걱정을 안고서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나는 애써 올라오는 눈물을 머금고 덤덤한 척 마지막 포옹을 나누었다. 특별할 것 없는 옷과 나의 걱정되는 마음을 캐리어에 담아 적당히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비행기로 향했다. 불과 몇 분 전 나누었던 포옹으로 내게 어렴풋이 머물던 작은 온기도 희미해져 갔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될 두려움과 영어권 나라도 아닌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지내게 될 미래가 어둡게만 느껴졌다.


이륙한다는 비행기 안내방송이 나오며 하늘을 훨훨 날아갈 준비를 하는데 내 마음은 훨훨 날지를 못했다. 어쩌면 평생 보지 못할 할머니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골에서의 추억과 친한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느덧 비행기는 힘차게 활주로를 박차며 날아올랐다. 높은 하늘에서 내가 살던 서대마을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싶어 실눈을 뜨고 모래 속 바늘 찾기를 했지만 보일리 없다. 서울에 살 땐 그리움으로 남아있던 내 고향에서의 추억들은 이제 떠나는 비행기 창문 밖으로 보이는 서울 밤하늘 위로 쌓여가는 새하얀 구름 저 뒤편에 남은 채 추억으로 내 마음속에 남게 되었다. 추억은 첫 만남보다 이별에 남기에, 이별하게 되는 이 순간을 담담히 곱씹으며 음미했다.


LA 에서 친형같은 사촌형을 마주하다

과테말라로 가는 직행은 없어 LA를 거쳐가야 했다. 전화기도 없이 비행기에 탑승한 나는 국제미아가 될까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엄마가 해준말은 "LA 공항에 사촌형이 마중 나올 거야, 착한 형이니까 걱정 말고 그 형 찾으면, 형한테 엄마한테 연락하라고 할게"

그곳에는 내가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단지 엄마가 나에게 보여줬던 과테말라 공항에 마중 나올 거라는 아빠의 당시 모습이 담긴 사진과, 사촌형의 사진뿐이었다. LA 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를 마중나올 사촌형과 아빠의 사진을 계속 보며 머리속에 각인시켰다.


사진과 새하얀 구름을 번갈아가며 뚫어져라 보다 보니 문득 두려움을 밀쳐내고 설렘이라는 마음이 새치기를 하며 끼어들었다. 앞으로 내 삶이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지만 이 바람에 나를 온전히 맡겨보리라. 새롭게 시작될 인생 챕터 2, 도착하기 전까지 마음껏 설렘을 느끼며 앞으로 불어올 바람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보겠어! 앞으로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 모르기에 두려움 반 설렘 반 마음으로 깊은 상상속을 하다 잠든 나는 깨어나니 어느새 미국 LA에 도착했다. 떨리는 발걸음으로 비행기에서 내려 사촌형의 사진을 다시 한번 보았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진 속 사람으로 보이는 속 사촌형이 보이는 것 같다. 다행히 예상시간에 잘 맞춰 도착한 사촌형덕에 불안감은 잠시 수그러들었고 믿음직한 분위기를 가진 20대의 훤칠한 외모의 가수 성시경을 닮은 사촌형이 손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난생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가족이라 그런 걸까, 신기하게 편안함이 느껴졌다. 우리는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가던 나에게 사촌형이 물었다. " 너 음악 좋아해? 좋아하는 노래가 뭐야?" 신기하게도 나는 그때까지 음악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노래 제목은커녕 좋아하는 노래가 없었다. 내가 유일하게 제목을 아는 노래는 도라에몽 오프닝이 전부였다. 나는 대답했다 "음악을 안 들어요". "그럴 수 있지" 그의 대답뒤에 보이는 적지 않게 당황한 그의 표정이 나에게 인상 깊었는지, 추후에 필자는 음악에 빠지게 되었다.


아빠와의 만남

이제 진짜 과테말라로 가는 비행기에 사촌형과 탑승한 나는 대화보다는 하얀 유선 이어폰을 끼고 각자의 생각에 깊게 잠겼다. 언어도 안되고 완전히 문화도 다른 낯선 나라에서 공부를 어떻게 해야할까, 인종차별과 왕따를 당할 걱정이 제일 많이 들었던것 같다. 걱정을 껴안고 잠들었던 나는 피곤한 눈을 뜨며 비행기 안내문과 함께 엉덩이를 타고 올라오는 진동을 느끼며 과테말라에 착륙했음을 자각했다. 과테말라는 대낮이었다. 내 생체시간은 아직 한국에서 자고있었기에 몽롱하게 눈을 뜨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꿈처럼 낯설었다. 하늘에 보이는 구름은 지대가 높아 평소보다 크게 보였다. 그때의 날씨는 걱정 가득한 마음처럼 검은 먹구름 뒤에 어렴풋이 보이는 강렬한 태양이 약간의 설레는 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사촌형과 나는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을 디뎠다. 지대가 높은 탓인지 숨 쉴 때 답답하지만 텁텁하진 않은 공기를 마주했다. 선선한 가을날씨가 아닌 것을 잊어버린 채 겉옷을 입고 있던 나는 본능적으로 겉옷을 벗었다. 한국의 폭염처럼 덥진 않지만 적당히 따뜻하고 비교적 담백한 냄새와 더불어 새로운 인종의 사람들 사이로 사진으로만 보던 아빠의 모습이 보이며 저 사람이 아빠란것을 직감하며 내가 과테말라에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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