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소설
“그…. 해미야, 나 수업 끝나고 수영장 잠깐만 들러야 해. 수영부 신청하고 싶어서.”
해미가 고개를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지아랑 같이 집으로 가려는 길에 지아가 수영부 얘기를 꺼냈다.
“나, 계속 수영부 생각해 봤거든. 수영부 합격률이 되게 낮다고 하더라고.”
지아는 계속했다.
“수영부 지원율 보니까 10명 뽑는데, 200명이 지원할 것 같더래. 우리 학교 학생들도 많고. 그래서 안 될 가능성도 높으니까, 한 번 지원만 해보려고. 있잖아, 나 이번에 수영부 안 하려고 했어. 정말이야. 근데…… 이번에도 안 하면 나, 너무 후회될 것 같아.”
해미는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지아의 행동이 예전과 많이 달랐기에 짐작하고 있긴 했었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지아가 고민할 것은 딱 한 가지밖에 없었으니까. 수영부.
“그래, 같이 가자.”
다른 때였다면 그러지 못했을 말을, 해미는 했다. 결국 해미는 지아와 같이 수영장으로 가기로 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을 누가 했는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세상은 넓다. 그리고, 학교도 넓다. 학교는 넓고 길치는 많다. 그리고 해미도 길치다.
“그러니까, 수영장이 있긴 한 거야?”
“그렇다니까? 내가 오늘 아침에 갔다 왔잖아.”
그러니까 네가 갔다 왔다는 그 수영장은 어디 있다는 건데? 해미는 벌써 다섯 번째로 돌고 있는 복도를 노려보았다.
“4학년 쪽으로 가다가 한 번 꺾으면 나왔는데…….”
해미도 해미지만, 지아도 지아대로 지쳐있긴 마찬가지였다.
“4학년?”
“아마도? 4학년이었던가, 3학년이었던가….”
“그걸…….”
한숨을 내쉬며 복도에 주저앉으려고 하던 해미가 벌떡 일어났다.
“수영장!”
“응?”
“수영장이 어디에 있는 거지?”
“그걸… 우리가 지금 찾고 있잖아?”
지아는 황당하다는 듯 눈의 크기를 키웠다. 그리고 해미도. 해미는 뭐가 놀랍다는 걸까? 지아는 이젠 더 이상 눈을 키울 수도 없었다.
“아니, 수영장이 있다고!”
“그래……. 그러니까 우리가…….”
“여기에!”
해미가 지아의 말을 끊었다.
지아는 눈을 굴렸다.
“음…. 그치? 여기가 학교니까?”
“날 따라와.”
수영장에 도착한 해미와 지아는 현준을 마주쳤다.
“야, 왔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현준은 해미와 지아를 본 순간부터 입을 가만히 놔두지 못했다. 덕분에 해미와 지아는 심심할 틈이 없었다.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었고.
“근데, 지아 너! 안 한다면서?”
“아직 붙은…….”
건 아닌데…. 지아는 뒷말을 삼켰다. 말해봤자 들을 사람도 없을뿐더러, 이미 현준은 눈을 빛내며 추리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둘이 같이 하는 거야? 그런 거야? 아, 이런! 근데 강해미는 탈락하고 너만 합격하는 거 아닌가? 솔직히 난 강해미가 물이랑 같이 있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나만 못 본 건가?”
“아, 해미는…….”
“근데, 강해미 너 물 싫어하지 않았느냐? 너…. 흠, 엄마가 시켰냐? 근데 그렇다고 들을 리가 없는데?”
현준은 갑자기 조선 말투를 쓰다가 탐정 같은 표정을 지었다가…. 지아와 해미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지아와 해미에게 말하는 것이 아닌 듯했다.
“그러면, 그건가? 옛날, 수영장에서의 쓰디쓴 첫…….”
사랑……??
해미는 현준을 있는 힘껏 꼬집었다. 지금 내가 지아 따라 수영장 왔다가 뭔 말을 듣는 거야?
“아, 야! 왜 꼬집어?”
첫사랑? 첫사랑이라고? 내가? 수영장에서? 해미는 아직도 화가 가시지 않았다.
“너희 수영부 지원하는 거니? 3명? 이름, 말해 줄래?”
“네, 수영부요.”
현준이 해미에게서 슬쩍 멀어져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그때 마침 수영부 담당 선생님이 아이들을 발견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으… 현준은 몸서리쳤다.
지아도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전, 지아예요.”
뭔가를 적으려다 멈칫한 선생님을 보고 지아가 덧붙였다.
“아, 한이요. 한지아.”
“전 최현준.”
현준이 해미에게 눈짓했다. 아직도 현준에게 화가 가시지 않은 해미는 분위기에 휩쓸려 대답했다. 왜 자신이 이름을 말하는지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전 강해미예요.”
“알겠어. 다들 내일모레 보자. 수영부 신청하면 꼭 와야 하는 거 알지? 그럼…. 어? 잠깐만. 얘들아, 미안. 아니, 선생님! 수영장에 예산을 많이 쓰긴 했어도 강사비는 안 된다니까요?”
아이들 수영부 신청을 하고 있었던 선생님이 전화를 받더니 서서히 아이들에게서 멀어져갔다.
“네, 그렇다니까요? 네? 아, 그거는…. 아니요, 그렇진 않아요!”
전화는 언뜻 들어도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발걸음을 돌리면서 지아는 해미의 표정을 살폈다. 해미의 표정은 아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뭔가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발걸음을 옮기는, 그냥 빨리 집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