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믿는 걸까.

연재 소설

by Blue Page

“근데 해미 너, 왜?”

지아가 침묵을 뚫고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미는 지금 아무 생각 없이 수영부를 신청한 것 같았다.

“왜?”

“아까, 수영부.”

해미는 지아를 쳐다봤다. 지아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이해하지 못 한 눈빛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진짜로 수영부를 신청하냐…….”

듣고 있던 현준까지 한마디 했다.

“수영부? 그게 뭐?”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최현준. 7:13


해미는 문자를 보내놓고 눈을 감았다. 이 모든 게 현실 일리가 없다. 제정신이고서야 수영부를 신청할 리가.

조금 전 먹었던 저녁을 생각했다. 엄마와 오빠의 반응은 생각보다 컸다. 그것도 안 좋은 쪽으로. 그래도 가족이니까 해미가 얼마나 물을 싫어하는 지, 트라우마가 얼마나 심한지 알 줄 알았다. 아침에 그렇게 말했어도 해미가 얘기하면 공감해 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래, 내가 신청하라고 했잖아. 잘했는데 뭘 또 후회해?’

‘야 강해미. 뭐 하냐? 그건 내 트라우마여야 하는 거 아니냐? 내가 죽을 뻔했지, 네가 죽을 뻔했냐? 근데 왜 네가 그러는데?’

해미는 침대에 누웠다. 왜 세상은 나한테 싫어하는 것을 시키려고 혈안이 되어있을까. 아니, 아닐 수도 있다. 아니, 맞다. 아니, 아니다. 해미는 하릴없이 되풀이되는 생각을 가만히 놔뒀다. 어차피 현준에게서 문자가 오면 금방 깨질 생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뭘? 7:59

ㅅㅇㅂ 7:59


해미는 빨리 답장을 써 넣었다. 현준에게도 답장은 빨리 왔다.


수영부? 야, 나 지금 밥 먹고 있는데? 이따 얘기해. 8:06


지금 그럴 때야? 해미한테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하지만 어떡하나, 밥 먹고 있다는데.

해미가 지쳐 쓰러지기 직전, 현준에게서 문자가 왔다.


그래서? 9:37

하려던 얘기가 뭔데? ‘수영부’ 이 세 글자만 말하려던 건 아닐 거 아냐? 9:39


해미가 대답하지 않자, 현준이 또 문자를 보내왔다. 해미는 길게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그거, 너 때문이잖아. 어떻게 책임질 거야? 책임져. 신청했으면 빠질 수도 없다며? 9:40

ㅋ 9:40

왜? 9:43

넌… 그 말을 믿냐? 9:45

?? 9:45

빠지면 안 된다는 거. 그 말 믿냐고. 9:46


어? 그 말 믿냐고?

해미는 핸드폰 채팅창을 향해 바쁘게 놀리던 손을 멈췄다. 이제까지 해온 말이 있어, 안 믿는다고 보내기도 그랬지만 그렇다고 믿는다고 보낼 수도 없었다. 솔직히 냉정히 생각해 보면, 안 한다고 말해도 선생님이 강요하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해미가 걱정하는 이유는.


너, 해야 하긴 할 것 같구나? 9:52

아, 뭐야. 중요한 얘기 아니구만? ㅂ2 9:55


해미가 더 답이 없자 현준도 더 이상 보내지 않았다. 해미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잠을 청했다. 금방 잠이 올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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