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한숨이 나오는 이유.

연재 소설

by Blue Page

“아 망했다. 벌써 내일모레야?”

학교에 도착한 해미가 지아에게 습관적으로 망했다고 말했다. 이제 해미도 거의 받아들였다.

‘설마, 수영에 관심도 없는 내가 경쟁률 200 : 6을 뚫고 수영부에 되겠어?’라는 생각이 크게 한몫했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수영에 관심은 없고 트라우마가 있는 해미가 194명을 제치고 수영부가 되는 건… 해미가 운동신경이 월등히 좋은 것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했다.

지아에게 말 한 뒤, 해미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러다 해미가 고개를 돌려 시계를 봤다.

8시 42분 56초. 4초가 지나면 43분이 되고, 3분 뒤, 아이들이 무리로 우르르 몰려들 시간이었다.

“아, 이제 곧 애들 오겠네.”

말과 동시에 해미는 교실 문 너머를 보았다. 아이들의 모습이 안 보이길 바랐다.

해미는 등교한 35분부터 애들이 들이닥치기 전, 45분까지의 시간이 너무 좋았다. 그렇다고 그 시간에 뭘 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아침이어서 아직 가시지 않은 졸음을 내쫓지 못 한 채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을 가졌다. 쉬는 시간에 하는 것처럼 문제집을 풀지도 않은 시간. 그냥 앉아서 졸음과 싸움하는 시간. 평소라면 시간 낭비라고 했을 시간이었지만 이상하게, 이상하게도 해미는 이 순간이 시간 낭비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말 그대로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어느새 시계는 분침을 숫자 9에 갖다 놓은 뒤였다. 해미는 고개를 돌리고 책상에 엎드렸다. 아침에는 정말이지 아이들의 텐션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야, 학교 가기 싫다.”

“졸려!”

“으아아아아!”

아이들은 말과 다르게 큰 목소리로, 조용하던 교실을 순식간에 시끄럽게 만들었다. 기존에 있었던 아이들의 표정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가방을 내려놓은 아이들은 여전히 떠들었다. 귀를 막고 있던 해미에게도 그 소리는 고스란히 전해졌다.

“근데 너희들 수영부 생각해 봤음?”
수영부? 해미는 책상에 얹어놨던 몸을 일으켰다.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자기도 신청한 수영부, 아이들은 하는지 궁금했다.

“아, 네가 어제 단톡에 올린 거?”

아이들은 대화의 주제를 바꾸지 않았다.

“난 이미 신청했음.”
“난 원래 물을 좋아하는 거 알지?”

“넌 천성 강아지.”

“아? 좋은 건가? 좀 기분이…….”

“야, 야, 야. 정리 좀 해보자. 신청했거나, 할 사람?”

한 아이의 말에 같이 얘기하던 애들이 손을 들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같이 얘기하던 아이들 모두 손을 들었다.

어휴. 해미는 고개를 저었다. 6명을 뽑는데 200명이 지원한다는 지아의 말은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경쟁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해미 입장에서는 좋아야 하는데 왜 한숨이 나오는지……. 해미도 알 수 없었다.

“야, 선생님 온다.”

해미가 고개를 빼고 창틀에 시선을 주었다. 창틀 너머로 선생님의 머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자, 아이들은 언제 말한 적이 있었냐는 듯 조용했다.

그런데 아이들의 침묵 속에 들어온 선생님은 혼자가 아니었다.

“아니, 이렇게 오지 말고 그냥 나한테 얘기하지…….”

“4, 5, 6학년밖에 안 하는 데… 그리고 별로 안 걸려요. 선생님이 불편한 건 아니죠?”

“아, 내가? 그럴리가, 애들도 이제 나랑만 수업하는 거 싫을걸? 가끔 이렇게 오기도 하고 그래야지.”

해미네 반 선생님과 함께 들어온 선생님은 해미의 담임선생님과 친해 보였다. 해미는 그 모습을 보면서 어디선가 봤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 선생님은…!”

“아, 이미 만난 애들도 있겠네?”

현준의 외침에 담임선생님이 현준을 보았다. 그리고 선생님 의자에 앉았다. 이제 아이들의 시선은 오로지 담임선생님과 함께 들어온 선생님에게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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