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소설
“얘들아 안녕, 난 수영부를 맡게 된 선생님이야. 우리 6학년 1반에서 나 수영부 신청했다, 손!”
갑작스러운 선생님의 물음에 아이들이 쭈뼛쭈뼛 손을 들었다. 해미는 그제야 자신이 선생님을 어디서 보았는지 알 수 있었다. 수영부 신청하러 갔을 때 잠깐 만났던 분이었다.
“오! 많은데? 근데 얘들아. 내가 수영부에 관해서 좀 안 좋은 소식을 전해야 해서 왔거든. 너희 원래 수영부 어떻게 뽑기로 했는지 알고 있니?”
“…….”
조용했다. 모르고 있는 아이들은 말 못 하지만, 알고 있는 아이들도 조용했다. 나서서 말했다가 나댄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였다.
“아, 신청할 때 내가 말 못 했나 봐. 원래는 학교에서 ‘태양초등학교 제1회 수영대회’ 이렇게 해서 경기를 해보고 애들 실력을 측정해서 정하려고 했었어. 근데, 지금 수영장에 물 넣는 게 지연되어서 대회를 못 할 것 같아.”
해미가 활짝 웃었다. 그렇다면 수영대회는 하지 않는 걸까? 혹시 다시 신청이라도 받는 걸까? 하지만 뒤에 선생님이 말한 말에 해미의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빠르게 곤두박질쳤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성적순으로 뽑게 되었어. 근데 너희… 팝스 측정했니?”
아이들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팝스는 작년에 측정한 뒤로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래? 그럼 그냥 너희 공부 성적으로 해야 하는데……. 어쩌지… 나도 이거에 동의 안 해. 그런데 5학년 때 팝스 기록으로는 사실 못 하거든. 너무 오래되어서. 그리고 교장 선생님은 이렇게 생각하셔, ‘잘됐네. 이참에 공부를 잘 해야하는 이유를 보여줘야지 이제 애들도 더 열심히 할 거 아니냐?’ 음…. 그래서 바로 전 학기 공부 성적순으로 하게 되었어. 그리고 그래서 결과가 예정보다 일찍 나왔어.”
“선생님, 그런데 그렇게 치면 전 학기 성적 순으로도 못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팝스도 저번에 잰 거로 못 한다며요.”
도전적으로 수영부 선생님에게 말한 건 다름 아닌 현준이였다. 현주의 말을 들은 선생님의 표정이 어두웠다.
“음, 네 말도 맞지. 그런데 2학기가 시작한 지 1달도 안 됐잖아? 그래서 저번 학기 기록으로는 할 수 있어. 아, 정말 미안. 그리고 내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영부 합격자 발표회가 있을 거야. 그러면 안녕. 아, 그리고 선생님.”
가만히 앉아 수영부 선생님과 아이들을 보고 있었던 담임선생님이 수영부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응?”
“안녕히 계세요.”
“아, 진짜……. 알겠어. 가 봐.”
선생님이 미소 지었다. 미소 지으면서 말하는 선생님의 말투는 왠지 옛날을 회상하는 듯했다.
수영부 합격자 발표회를 보기 전 10분의 시간은 1초보다도 더 일찍 지나갔다. 10분의 시간동안 아이들은 방금 전 수영부 선생님이 남기고 간 여운에 관해서 이야기했고, 선생님은 아이들이 떠드는 것을 제재하지 않고 생각에 잠겨 계셨다. 그리고 수영부 합격자 발표회. 방송실에 마련된 교탁 뒤에 교장 선생님이 섰고 그 모습이 교실 TV를 통해 4, 5, 6학년들의 눈에 전해졌다.
“도전은 우리의 잠재력을 깨우는 기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도전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신도 몰랐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끌어낼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명언이죠. 수영부를 통해 우리 태양초등학교 학생들이 이 명언의 예시를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에 상관없이 도전만으로도 충분한 성공이란 것을 알고, 또 합격 불합격에 상관없이 이번 수영부를 통해 한 뼘 더 성장하는 태양초등학교 학생이 되길 바랍니다.”
교장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6학년 1반이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6년의 초등학교 생활을 해본 6학년들은 모두 어른의 말이 끝나면 손뼉을 쳐야 하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네, 그러면 이제는 수영부 합격자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다른 선생님에게 종이를 건네받은 교장 선생님이 말했다.
“4학년 김민서, 이효성. 5학년 곽하준, 최한, 이승우, 박건혁. 6학년, 최현준…….”
“나이스!” 현준이 소리쳤다.
“……한지아…….”
“아, 진짜. 안 될 줄 알았다.”
지아는 책상 깊숙이 들어가 있었던 몸을 빼냈다. 너무 많이 긴장한 모양이었다.
“……이한, 장수빈, 최선우.”
해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다행이다. 나 탈락이야.”
그러나, 아직 교장 선생님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강해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