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솔직할 때가 필요해

연재소설

by Blue Page

“너 레전드다.”

“아, 부러워. 너, 나랑 이름 바꿀래?”

“축하.”

“결국…… 그렇게 됐네. 그게 가능해?”

“해미야, 얘기 들었어. 수영부 합격했다며? 너무 축하해, 어려웠다면서…… 엄마도 좋아하시지?”

“공부 열심히 하는 것 같더니. 공부 열심히 한 보람이 있지? 그것도 다 네가 잘해서 그런 거야.”

해미의 수영부 합격 소식은 바람을 타고 날아간 것 같았다. 해미가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그 소식을 알고 있었고, 해미에게 축하 한마디를 건넸다. 그 한마디는 해미가 지난 1년 동안 받은 축하보다 더 많았다. 이제 해미는 어딘가를 가면 축하를 받는 것이 익숙해져서 얼굴에 진짜인지 가짜인지 자신도 헷갈리는 미소를 얹고 다녔다. 축하를 받았을 때 해미의 반응은 그때마다 달랐다.

“아니에요.”

“운이 좋았죠.”

“감사해요.”

해미는 대부분은 이런 대답을 하거나 웃음으로 넘겼다. 그런데 엄마가 해미의 말을 듣고 한 말에는 그러지 못했다. 집에서만큼은 솔직하고 싶기도 했고, 엄마한테까지 웃으며 진실이 아닌 말을 하는 것은 이제 해미도 힘들었다.

“그래, 잘됐네. 경쟁이 엄청 치열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다 붙어, 너희 세었다?”

해미의 말을 들은 엄마는 웃음으로 말을 마무리했다.

“이제 너, 망했다. 수영이 얼마나 힘든데? 내가 괜히 서핑하는 줄 아냐? 거기에도 수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근데 난 서핑만 한다.”

해미의 오빠 해준도 가세했다. 해미는 그동안 미소로 참았던 것이 몸속에서 뜨거운 무언가로 변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집에서까지 내가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면 도대체 어디서 말해?’

이런 생각까지 들자 해미는 입을 열었다. 정말로 여기서 가지 자신의 마음을 얘기하지 못한다면, 영영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됐어. 어차피 나 수영부 안 할 거거든?”

마음먹은 것과는 좀 다르게 해미의 말투는 예전과 다를 바 없었다.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엄마와 오빠는 해미의 말을 그렇게 큰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 하긴, 그게 안 하다고 툴툴거리다가 수영부 신청해서 붙은 사람이 할 말이야?”

“아니, 왜 내 말을 아무도 안 들어줘?”

해미는 물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앞이 살짝 뿌옇게 보였다. 이럴 때는 차라리 물속에 들어가고 싶다고 해미는 생각했다. 원래는 잘 때도 절대 안 하던 생각이었지만 오늘은 그런 생각이 났다.

“무슨 소리야? 우리가 너 얘기 안 들었다고……?”

엄마는 살짝 당황했지만 해미를 바라보았다.

‘아까는 기분이 괜찮은 거 같았는데 지금은 왜 이래? 아…… 사춘기 때문에? 이놈에 사춘기, 진짜.’

“왜 저래? 나랑 엄마가 김해미 너 얘기를 들었으니까 김해미 너한테 대답을 하는 거 아냐?”

해미의 말투에서 뭔가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엄마와는 다르게 해준은 아직 엄마와 해미의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했다.

실실 웃는 해준을 바라보던 해미는 눈앞이 다시 뿌옇게 보이는 걸 느꼈다. 이렇게 할 일이 아닌데……. 하지만 이미 나온 눈물……. 해미의 안에서 감정과 이성이 교차되었다. 하지만 해미는 감정을 누를 수 없었다. 감정을 누르는 것은 어려웠지만 감정이 튀어나오는 건 빨랐다.

“제대로 들었으면 그게 나올 말이야, 강해준? 나 하기 싫어, 싫다고! 수영부든 수영이든 서핑이든 다 싫다고! 그냥 싫은데 왜 자꾸 내 말은 안 듣고 잘 됐다고만 해? 칭찬만 하면 나한테 뭐가 좋은데?”

정신을 차려보니 해미는 해준과 엄마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아, 그만 좀 해.”

해미는 방으로 갔다. 이대로 오빠 앞에서 울었다가는 해미가 독립하기 전까지 오빠가 써먹을 수 있는 놀림거리를 손수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들어가라. 들어가서 질질 짜라.”

해미 뒤에서 해준이 말했다.

“아…….”

해미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침대에 쏟아지듯 누웠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 일어날 수 없었다.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 방을 향해서 고개를 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학교를 향해서도, 수영부를 향해서도, 아무것도 향해서 고개를 들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잠들고 싶었다. 육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아주 잠깐 만이면 괜찮을 거 같았다. 해미는 지금 정말 휴식이 필요했다.

어쩌면 자고 나면 괜찮아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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