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여러분들은 자랑스러운 태양초등학교의 첫 번째 수영부입니다.”
수영부 앞에 선 교장 선생님의 구두가 수영장 빛을 받아 반짝였다. 교장 선생님은 말하면서 마주 보고 있는 아이들의 앞을 걸으셨다. 교장 선생님과 마주 보는 위치에서 수영장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아이들은 교장 선생님의 발이 움직이는 거에 맞춰 고개를 돌렸다. 교장 선생님이 자신의 앞을 지나가면 구두에 비친 자기 얼굴도 보았다.
“……공부도 잘하지만, 운동도 잘하는 우리 태양초등학교 수영부의 앞날이 아주 빛날 거라고 믿습니다!”
“태양초등학교 수영부, 전체 차렷.”
이제는 움직임이 멈춘 교장 선생님의 구두를 바라보고 있던 수영부가 인사할 준비를 했다.
“공수.”
해미는 하품을 참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인사.”
“안녕히 가세요.”
교장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아이들은 소란스러워졌다. 이제 긴장도 풀렸겠다, 저번에 했던 물놀이로 미뤄졌던(“오리엔테이션은……. 하… 다음에 하기로 하자. 애들이 저 모양인데 오리엔테이션을 할 수 있겠니…! 난 물에 들어가란 소리도 안 했는데!” 해미가 ‘사무실’에서 나가기 전에 ‘코치님’이 말씀하셨다) 수영부 오리엔테이션에 관한 이야기로 사방이 시끄러웠다.
“아, 드디어 한다!”
“아, 진짜 교장 쌤! 말이 너무 길어.”
“나 졸음.”
지아도 수영부 시작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었는지 아직 보이지 않은 코치님을 찾았다.
“근데, 담당 쌤 언제 오셔?”
“음… 글쎄……?”
“지금!”
“응……?”
하고 뒤돌아보던 지아와 해미가 놀라 소리 질렀다. 요즘 여자애들이 그렇듯, 돌고래같이 높고도 날카로운 소리였다.
“이런.”
여자애들의 소리를 들은 선생님들은 모두 그렇듯, 코치님은 고개를 저으며 손을 귀로 가져가지 않았다. 대신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아이들의 앞으로 향했다.
“이렇게 나약하면 안 되지? 그렇지 않아, 수영부?”
말끝에 선생님은 팔짱을 꼈다.
“…….”
“수영부?”
‘수영부’라는 호칭이 어색한 건지, 아니면 그냥 정신을 딴데 팔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답이 없는 아이들에게 코치님은 다시 한번 물었다.
“네, 쌤!”
아직 정신을 판 아이들 사이로 현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현준의 호칭을 들은 선생님의 얼굴의 색이 바뀌었다.
“쌤……?”
“네! 쌤!”
선생님의 얼굴 색이 바뀐 이유를 모르는 현준은 더 크게 소리쳤다.
“아니, 담당 쌤은 저기에.”
코치님이 가리킨 곳에는 해미의 담임선생님이 서 계셨다.
“응.”
선생님은 코치님의 말에 고개를 들더니 간단명료한 대답을 한 뒤 다시 들고 있던 서류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는….”
코치님이 목에 걸고 있던 호루라기를 집어 들었다. 코치님은 호루라기를 불지 않은 대신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호루라기를 앞뒤로 흔들었다. 자신이 코치인 것을 분명히 하듯이.
“코치.”
선생님의 말을 듣고 있던 해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수영장이 조용한 나머지 해미의 말을 들은 코치님은 해미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리고 이한?”
“네.”
뭐요. 수빈과 장난치고 있었던 한이 고개를 반항하듯 들고 코치님 눈을 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째려보는 쪽에 더 가까운 눈빛이었다. 한의 눈빛에 코치님은 움찔하지 않았다. 그 대신 고개를 내려 마주 보았다. 째려보지는 않았지만, 그 눈빛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장수빈이랑 장난치지 마. 이제부터 장난치면 수영장 탈의실 청소다. 깨끗하게 해 놨는데 쓰레기가 많이 생겼다던데……. 그게 궁금하면 장난쳐 봐.”
한은 코웃음 쳤다. 하지만 탈의실 청소는 하고 싶지 않았는지 아까보다는 조용했다.
“좋아. 선생님, 저희 오리엔테이션 몇 분 남았어요?”
코치님은 담임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담임선생님은 한숨을 쉬더니 대답했다.
“15분.”
“충분해. 먼저 주장 뽑을 거야, 주장 뭔지는 알지?”
조금 전까지의 분위기에 쫄아있던 아이들이 수군거렸다. 하지만 아무도 첫날부터 나서지는 않았다. 해미와 지아도 마찬가지였다.
“주장?”
“벌써?”
“너 해.”
“그럴 거면 네가…… 아… 미안.”
하는 대화는 오갔지만.
“뭔지는 알면 됐어. 주장 하고 싶은 사람? 지금 안 들면 내가 이 학교에서 쫓겨날 때까지 절대 못 할 줄 알아. 빨리 들어.”
코치님의 말에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지금 안 들면 절대 못 하게 한다고 하신 코치님의 말 때문이었다.
“오, 나와. 소견 발표 시작.”
“네?”
코치님의 말에 얼떨결에 앞에 나온 아이들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