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해미는 말하기 전에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후…… 말해야 해!
“선생님, 아시겠지만 전 트라우마가 있어요.”
선생님은 해미의 말을 끊지 않았다.
“저, 수영부 나가고 싶어요.”
선생님은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그 모습을 본 해미는 긴장감이 몸을 감싸는 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수영부 그만하고 싶다는 거지?”
“네……”
해미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말하면 후련할 것 같았는데 되레 선생님을 화나게 한 것 같아서 후회됐다.
“왜……?”
“네?”
왜라니요? 해미는 입에 있던 음료를 뿜을 뻔했다.
“수영부 나가고 싶다며…… 그런데 그 이유가 궁금해서.”
“선생님, 제 트라우마가 뭔지 아시죠?”
해미는 선생님을 볼 수 없었다. 큰 소리로 화는 안 내지만 지금 선생님이 잔뜩 화가 나 있을 거라고 되레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응, 알지. 안다고 했잖아.”
“그럼, 제가 왜 수영부 나간다고 했는지 아시겠죠……?”
해미는 그냥 선생님이 이렇게 조용조용 화를 내는 것보다 차라리 큰 소리를 내며 화를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모르겠어.”
어째 이야기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 돌았다. 해미는 고개를 들었다. 화난 선생님을 마주할 자신은 없었지만, 선생님께 자신의 말을 전하고 싶은 게 먼저였다.
“아시잖아요, 제 트라우마. 그게 제가 수영부를 그만하고 싶은 이유예요.”
마주한 선생님의 얼굴에는 화나 분노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의 얼굴을 가득 채운 감정은 놀람이었다.
“그렇구나……. 그게 이유란 말이지, 해미야? 그런데 있잖아, 난 네가 트라우마가 있어도 수영부 계속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는데?”
“……?”
뭐라고 하고 싶은 말이 없지 않았지만, 해미는 가만히 들었다.
“네가 수영부를 그만하고 싶은 이유가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했지. 그럼, 그거 때문에 수영부를 그만하면 안 돼.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더 밝게 빛난다.’ 상처와 고통이 클수록 그 속에서 발견하는 희망과 성장이 더 커질 수 있어. 무슨 말인지 이해 되니?”
아니요. “네.”
해미는 웃어 보였다. 사실 잘 이해가 안 되었지만, 인제 그만 수영장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트라우마 얘기를 했더니 밖에 보이는 수영장만 봐도 그날이 떠오를 것 같았다.
“다행이다!”
아까보다 상태가 안 좋아진 해미와 다르게 선생님은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신 것 같았다. 갑갑한 마음으로 밖을 힐끗거리는 해미한테 선생님은 맑게 웃었다.
“그럼, 3달만 수영부 해보고 그래도 너무 힘들면 그만하는 거로 하자. 알겠지?”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해미가 다시 앉았다.
“잠깐만요. 3달이요……?”
“해보고 할 건지 말 건 지 정해, 처음 하는 건데 이렇게 벌써 선을 그으면 어떡해?”
“지아야…….”
지금 해미는 애들과 물놀이하는 지아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원래 먼저 갈 생각이었지만 조금 기분이 착잡해서 지아와 같이 가고 싶었다. 원래 혼자 걷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오빠 해준이 시험 기간이어서 집에 일찍 와있다는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해미야, 금방 갈게. 5분만!”
해미가 아까 말했을 때 이렇게 대답했던 지아는 지금 5분이 넘었는데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냥 먼저 갈까, 생각했던 해미는 아무 말없이 5분이 아니라 50분이라도 기다릴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수영장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지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해미야! 아직 안 갔어? 거기 있어서 못 봤네. 이제…….”
누군가가 물속에서 지아의 발을 잡아당겼다. “아악!” 하며 지아는 물속으로 들어갔다.
“아, 좀! 건들지 마!”
곧 나온 지아는 현준과 함께였다. 아마도 물속에서 지아의 발을 잡아당긴 건 현준인 것 같았다. 현준은 지아에게 물을 뿌리더니(“꺅” 지아가 코로 물을 먹었다.) 해미에게 고개를 돌렸다.
“야, 강해미! 한지아랑 얘기하고 싶으면 너도 들어와!”
“아, 뭐래. 어쨌든 해미야, 금방 갈게.”
지아는 아직 코가 매운지 캑캑거렸다.
“응, 지아…….”
지아가 현준의 얼굴에 물을 뿌렸다.
“……너도 맞아라!”
“하아~야!”
현준과 지아가 물싸움하는 걸 보며 해미가 쓸쓸히 말을 마쳤다.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