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너, 나 좋아해?

연재소설

by Blue Page

“근데 우리 이러면 혼나는 거 아닌가.”

“조용히 좀 해.”

“그쪽이 제일 시끄러우셔.”

“야.”

투덕거리던 해미와 현준을 지아가 조용히 시켰다.

왜, 하고 눈으로 묻는 현준에게 지아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손가락의 끝에는 관객석이 있었다. 관객석에 아직 코치님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조용히 하라는 뜻이었다. 셋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관객석을 향한 계단을 조심조심 올라갔다. 계단과 관객석은 문 같은 것도 없이 바로 연결되어 있었다. 관객석 맨 위 의자에 들키지 않게 몸을 구겨 넣은 셋은 수영장을 내다보았다. 그때였다.

“아, 진짜. 왜 그렇게 안 변하셨어요?”

코치님의 목소리가 들려온 건.

“아, 내가? 야. 어이없다, 정말.”

그에 맞선 목소리의 주인공은 수영부 담당 선생님, 그러니까 해미의 담임 선생님이었다.

“어, 둘이 뭐야?”

현준이 조그맣게 속삭였다. 그때 코치님이 웃으셨다.

“아니라니까요!”

현준의 말 때문에 코치님이 웃기 전에 상황을 놓친 지아와 해미가 현준을 째려보고는 바로 코치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 그거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애들이 계속 나한테 ‘야, 너 그거 아냐? 우리 학교에 커플…!’ ‘아, 진짜 하지 말라고’ 이러고 있었다고.”

‘커플’? 보고 있던 아이들이 최대한 가까이 다가갔다.

“잠깐, 우리 말 놓죠?”

코치님의 말이었다.

“응?”

“이제, 저도 같은 선생님이잖아요.”

담당 선생님은 ‘응’도, ‘아니’도 아닌 어정쩡한 대답을 하다가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으니, 코치님이 아무 말도 안 한다는 걸 보고는 ‘그래’라고 했다. 담당 선생님의 대답을 듣자 코치님이 신이 나서 말했다.

“근데, 솔직히 그거 내가 고백한 거 아니거든? 아니, 애들이 진짜 내 얘기를 하나도 안 듣는 거 알아?”

코치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담당 선생님이 이마를 찌푸렸다.

“근데, 너 나한테 그렇게 반말하니까 이상하다.”

“괜찮아, 곧 익숙해질 테니까.”

코치님은 담당 선생님이 어색하든 말든 신경도 안 쓰는 투였다.

“넌 내 말 들을 거지?”

코치님의 질문에 담당 선생님은 이번에도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런 담당 선생님을 보더니 코치님은 허리에 손을 얹고 혼자 말하기 시작했다.

“듣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 난 얘기할 거니까. 아, 진짜 내가 그 1년……. 아니, 2년이지. 솔직히 말하면, 거의 3년인가, 그렇거든? 그래, 어쨌든 내가 그 2년 동안 얼마나 답답했는지……!”

그러면서 말한 코치님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코치님에게 친한 남사친이 2명 있었다. 옛날에 코치님이 B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크게 돌았었고, 그것이 크게 돈 뒤에도 그 소문은 잔잔히 돌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장난기가 많은 남사친 A가 남사친 B의 핸드폰을 뺏어서 코치님에게 가짜 고백을 한 것이다. 그것이 가짜인 줄 알았던 코치님은 ‘너, A지?’하고 남사친 B와의 채팅방에서 A를 추궁했다. 그러던 도중, 남사친 A가 뭔가를 물어보고 ‘응’이라고 해줘.’라고 보냈다. 그 당시, 사람 의심할 줄 몰랐던 코치님은 아무런 의심 없이 ‘응’하고 보냈다. 하지만 코치님이 ‘응’을 보내기 전, 0.1초 전, A는 코치님과 B와의 채팅창에 ‘너, 나 좋아해?’하고 보낸다. ‘너, 나 좋아해?’하고 보낸 문자 뒤에는 코치님의 ‘응’이 합쳐져, 마치 B가 ‘나 좋아하냐’, 하고 묻고 코치님이 ‘응’이라고 답한 모양이 되었다. 코치님이 변명하려고 핸드폰 채팅창을 누르고 있을 때, A는 코치님과 B와의 채팅창에서 나갔다.

그리고 그 소문은 모두에게 퍼졌고, 코치님은 그 뒤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물론이요, 대학교에서도 그 소문이 돌았다고 했다.


“음…….”

코치님의 얘기를 다 들은 담당 선생님은 코치님에게 그래, 힘들었겠네, 게네들은 어떻게 됐니…… 등등을 물어보았다.

“야.”

코치님의 얘기에 한껏 빠져든 해미와 지아는 현준의 작은 속삭임에도 화들짝 놀랐다. 해미는 거의 현준을 한 대 칠 뻔했다.

“왜.”

현준 때문에 놀란 해미가 한껏 뿌루퉁해진 표정으로 답했다.

“너흰 시계도 안 보냐.”

벌써 시계는 몸을 곧게 펴서 6과 12를 가리키고 있었다. 벌써 6시 였던 것을 알게 된 해미는 지아와 현준에게 나가라고 훠이훠이 손짓했다. 밖으로 나올 때도 몸을 한껏 굽힌 채 조심조심 나오는 건 마찬가지였다.


집에 돌아온 뒤, 밥을 먹고 자려고 침대에 누운 해미는 오늘 들었던 얘기를 떠올렸다. 의도치 않게 코치님의 비밀(?)을 알아버린 하루였다. 정말 이상한 하루를 마친 해미는 오늘 할 일은 내팽개친 채 금방 곯아떨어졌다. 자신이 잠꼬대하는 것도 모른 채 깊이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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